2022. 8. 28. 02:31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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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손에 반지 끼워주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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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네 대답이 끝나자마자 방아쇠를 당기지만 흉기에선 날카로운 쇳소리가 아니라 요란한 폭죽소리가 났다. 총구에서 펑! 하고 팡파레가 터지더니 비눗방울처럼 색색의 파티클들이 쏟아진다. 허공에서 반짝거리는 조각들은 둘의 어깨와 머리에 소복하게 쌓인다.) 로맨스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아요. (반짝거리는 조각들이 쉼없이 나오자 방아쇠를 당겨 조작을 해보는데 어딘가 고장이 난 모양이다. 난감하다. 해리는 클란의 손에 떠넘겨버렸다.) 그리고 어느 장르도 갖지 못했다면 그 어떤 장르도 될 수 있단거죠. 저랑 함께일때는 딜러의 직책을 내려놓으셔도 될 텐데요. 조금 덜 객관적이어도 된단 말입니다. 물러서지 마세요. 바라는 걸 말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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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요란한 소리와 흩날리는 반짝이는 파티클에 로맨틱할 만도 할 텐데, 콧대 위로 올라선 안경 위로까지 반짝거리는 것이 앉아 어울리지 않게 우스꽝스러운 상태가 돼 시야가 가려진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고장 난 것을 제 손에 쥐여주는데 흡사 짜기라도 한 장면 같은 모습, 그리고 그와 어울리지 않는 대사까지 무엇 하나 맞추어진 것이 없었지만 따지는 투 없이 파티클이 쏟아지는 총구를 네 머리 위로 향하게 둔다.) 그렇지 않아도 딜러는 관둘 생각입니다. 물러설 생각도 없고. ... 지금의 장르는 로맨스라기엔 8할이 부족한 코미디에 가깝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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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자기 머리 위든 상대 머리 위든 서로 워낙 가깝게 붙어있는 지라 행색은 크게 차이나진 않았다.) 오, 이 일을 그만둔다니. 일단 축하부터 드리죠. (박수를 짝!) 코미디라고 하기엔 스위티가 웃질 않으니 프로그램으로 방영했다면 쫄딱 망했을 겁니다. (양 손으로 네 뺨을 덥석 뭉개잡고 입꼬리를 엄지로 콕 찍어 위로 올린다. 억지로 만든 미소가 우스워서 저 또한 입꼬리가 삐죽삐죽 올라갔다. 네가 뭐라 잔소리를 하기 전에 재빨리 얘길 잇는다.) 그럼 남은 건 로맨스일테니... 로맨스의 마무리가 뭔지 압니까. (간극) 키스해도 될까요. 미스터 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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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얌전히 기대를 품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커다란 천이 제 턱을 감싸자 반사적으로 눈꺼풀을 번쩍 들어올린다. 허공에서 시선이 맞닿는 걸 시발점으로 두어 숨소리마저 멈추었다. 바람이 새는듯한 탄식이 나왔다. 그리고 뒤늦게 가식없이 커다란 웃음이 터진다. 이후로는 순식간이었다. 상대가 물러나는 동시에 고갤 사선으로 틀어 입술을 조심스레 포개고는 물기를 머금은 채 떨어진다. 일련의 행위들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미미하긴 했지만 오히려 이 쪽은 답지않게 조급해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스위티가 감아보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마저 감고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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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탄식과 웃음으로 이어진 표정 뒤로 입술이 짧게 맞닿자, 여지껏 이것만은 허락한 적이 없었던 선 안의 범위를 쉽사리 넘어버리는 것에 손을 들어 제 입술 언저리를 매만졌다. 반응할 새도 없이 이루어진 일어 무어라 말을 덧붙일 분위기도 아니었고 답지 않게 조급하게 느껴지는 상대를 빛 한점 들지 않는 눈동자에 담는다. 그럴것이, 제 인생사에 이런 사람은 여지껏 없었기 때문에.)입술은 연인같으니 허락하지 않는 범위입니다만 그걸 정말 쉽게 넘어버리시니... (그러고는 느릿 벽에 기댄다.) 아까의 것으로는..턱없이 부족했습니까?(웃는 것인지 아닌지 미묘하게 무표정속에 섞여나는 기류 사이로 고개를 아주 약간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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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뭐? 설레발을 치면서 먼저 키스할 준비를 끝마치듯 고갤 내미려다 용수철처럼 퍼뜩 제자리로 돌아온다. 머리 위에 물음표가 수도없이 떠오른다. 젠장. 진심이야? 야외섹스는 고려하면서 왜 키스는 안해? 이런 선택적인 보수남! 마치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맞장구가 돌아오질 않아 창피해지는 기분과 비슷해진다. 웃기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고. 참으로 복잡해진다. 해리는 본래 뻔뻔한 기질이 강했는데 그도 사람이긴 한지라.) ... (성급함을 자조하며 목과 귀가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짧게 실소가 흐른다.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상대를 조용히 흘겨보다 네 오른손의 새끼손가락 끝을 살짝 그러쥔다.) ... 미스터 클란에게 제 여유마저 드린 것 같습니다. 제 몫은 다시 돌려받아야겠어요. (나긋한 정중함이 이어진다. 그러니깐 키스로요. 뒷말은 굳이 하지 않음에도 상대의 질문에는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했으리라. 그야 널 쏘아보는 눈빛이 열렬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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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가도,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은채 저를 열렬히 쏘아보자 꽤나 기대를 하고 있는듯해 실소가 짧게 흘렀다. 눈앞의 소란스러운 이가 답지않게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지.. 드물게 장단을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결론이 나자 반대쪽 손을 뻗어 목 부근의 옷깃을 쥐어 당긴다.) 받은 게 있으니 하루정도는 그 로맨스라는데 어울려드려도 괜찮겠습니다. 키스는 처음이라 이해해주셨으면 하네요.(서툴 것이라는 말을 대신하고는 콧잔등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서 고개를 틀고는 조금 더 당겨 입술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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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서로 엉망인 모습임에도 퍼즐처럼 자연스럽게 얽혀 들어간다. 등허리를 빈틈없이 받쳐안고 이번만큼은 숨김없이 상대를 누린다. 겹쳐진 말문 새를 혀로 비집어 벌리며 숨을 나누고 체온을 섞으니 입안 가득 만족감이 들어찬다. 간간히 새는 헛바람도 어리광을 피우듯 이마와 코를 애살스럽게 부비며 낯 사이로 가두어냈다. 달뜬 숨이 고여 흥분을 자아낸다. 그 기분이 좋아서 작은 웃음소릴 냈다. 살갗이 부벼지는 통에 단정했던 옷차림이 구겨지고 머리카락이 헤집어져도 제 쪽은 아랑곳 않았다. 옅게 뜬 시선이 올곧게 상대를 향하며 집요하게 관찰을 이었다. 이 입맞춤은 흡사 슬로우모션과 같아서 키스보다는 소유를 표현하는 데에 가까웠다. 짧고도 길었던 제멋대로인 고백이 얼추 끝나면 네 입에 바람을 훅 불어넣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면서 떨어진다. 짓궂은 마무리였다.) 인연을 믿습니까. 미스터 클란? 제가 맞춘다면 무언갈 받아가야겠습니다. 당신은 아마 믿지 않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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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평소 같았다면 금방 옷깃이고, 상태고 정리했을 테지만 지금은 나름의 페이스나 상황에 휘말려 버렸던 것인지 흡사 멱살을 쥔 것과 같은 상태로 잡은 깃은 놓지 않았고 쥔 만큼의 주름이 남는다. 벌어진 입술이 맞물려 닿지 않던 속이 섞여 누구의 것인지도 분간하지 못한 채 오가, 보기에 낯 뜨거울 행동으로 문질려져 콧대 아래로 안경이 조금 흘렀다. 그제야 일련의 행동을 와닿듯 느껴, 제 모습이 꽤나 어수선했다는 것을 인지해 눈을 마주한다. 순간 속내로 바람을 불고는 떨어지는 짓궂은 마무리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눈앞의 이가 그것을 놓칠 리도 없었다.) 당신 ... (제 볼을 느릿 누르듯 매만지고는 고개를 든다.) 이제까지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번은 맞춘 게 되겠군요. 그래서, 지금의 제게 받아 갈 것이 있는지?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식의 태로도 상대를 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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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처음치고는 능숙하더군요. 하마터면 영원히 키스만 할 뻔 했습니다. (실없는 농담. 키스가 처음이라면서 기죽지 않고 꿋꿋한 모습이 귀여워 미소가 빙글 걸린다. 새카만 장갑을 낀 손은 여전히 백색의 손을 쥐고있었다. 손장난을 치듯 손가락을 가볍게 간지럽히며 반지를 살살 갉작거리다 제 코트 안쪽에 빈 손을 집어넣는다. 순간의 여운이 깨진다.) 당신은 저로 하여금 영광을 거머쥘 테니. 저는 당신에게서 당신을 받아 가겠습니다. (옷 안에서 나온 건 다름아닌 펜 하나. 이로 펜 뚜껑을 물어 열고 고리가 걸린 손을 받쳐들어 새하얀 손등에 검은 글자들을 써내린다. 휘갈긴 필기체를 가만 읽어보면 누군가의 이름. 그리고 연락처로 추정되는 번호 하나.) 나흘까지만 유효한 번호입니다. 신데렐라도 12시 종이 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전 스위티를 위해서라면 시간을 멈출 수 있으리라 단언합니다. 원한다면 평생토록 드레스만 입고 춤이라도 추게 해드리죠. (비밀이야기를 하듯 둘만 들릴 정도로 낮게 속삭였다. 그동안 괴상망측한 로맨스가 어땠는지 상대에게 후기를 남길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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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실없는 소리를 다 하시는군요.(제 하얀 예식 장갑과는 반대되는 검은 장갑은 그가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이곳의 게스트들은 전부 저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부분을 걷고 있었지만 이는 특히나 더 그랬다.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직업을 가졌던 본인이지만 제 개인사 같은 것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이들이란. 제 손등 위로 써지는 글마저 검은빛이라, 그것이 장갑의 천 안으로 미미하게 스며드는 이름과 번호를 속으로 읊는다.) 기한을 둬서 재촉하는 심리라도 유발할 샘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을 흘리고는 손을 거두고 만다.) 당신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와서 말이죠. (제 손목의 시계를 돌려 당긴다.) 정확히 나흘 뒤, 연락할 테니 받으세요. 그리고 당신의 자랑거리인 달려올 두 다리도 준비해 주시고. 왜 당장이 아니냐고 하면, 정리할 짐들이 많기 때문이라.(제 베스트 한 쪽의 명찰을 네 가슴팍에 달아주고는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모를 말을 이어간다.) 믿음이 가지 않는 행동들 투성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알고자 하는 흥미를 부추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는군요. 그리고, 한 말들은 어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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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물론 저 자신도 지금은 거짓이 아니었지만 이때까지의 행보를 돌아보면 죄다 거짓투성이었기에 거짓없는 당신의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알아보고 싶단 말을 당당하게 하는 점이나 요구사항들을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는 그 확신을 가지고 싶었다. 다만 그 성정은 오로지 당신의 것이었기에 사기꾼은 그저 대리만족까지가 최선이었다. 아무렴 어때. 현란하고 화려한 쇼맨십에 구미가 당기는 건 어떤 인간이던 간에 마찬가지일테니. 일단 자신감 하나는 끝내줬다. 당신에게서 명찰까지 받으면 그 자신감이 허세로 배가 되었지만 말이다. 웃는 낯짝이 퍽이나 즐거워보인다.) 물론입니다. 미스터 클란. (보물 주머니라도 되는 듯 코트 주머니에서 산타클로스가 새겨진 금화 하나를 꺼내 네 입에 물려준다. 금화는 딱딱하되 무른 질감에다 달콤한 향이 풍긴다. 눈치가 빠르면 금박지에 싸인 초콜릿이라는 걸 대번 알 수있다.) 나흘 동안 달콤한 소원이라도 빌어보세요. 제가 이뤄줄 지도 모르죠. Yndisleg manneskja. Ég bí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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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이뤄줄지도 모른다니, 역시나 버릇처럼 눈썹이 오른다. 자신만만한 모습이 얄미웠던 것인지 아닌지 모를 미묘한 얼굴을 한다. 분명 뒷말은 로맨틱의 정수라 할 정도로 간지러웠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전자였다. 돌아서려다가도 입에 황금 동전의 겉을 모방한 것을 문채 까딱여, 손을 뻗고는 그 화려한 코트를 잡아끌어 눈앞에 두고는 으름장을 놓는다. 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제 콧대 높은 자존심으로는 당연히 나올 반응이었으니, 상대도 예상을 하지 못한 건 아니리라 생각한다.) 연락이나 얌전히 기다리세요. (그러고는 곧 놓고는 몸을 돌려 제 방으로 향한다. 나흘, 길다면 길 것이고 짧다면 짧을 시간이었다. 다시는 손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본업을 걸칠 시간이었고, 그와 함께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를 무언가를 손아귀에 쥐었다. 끈을 쥔 것인지 그 손 위로 올려진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이것조차 평소의 본인이라면 답지 않은 섣부른 선택에 가까웠다. 딱 한 번 없다던 인연이라는 걸 믿기라도 해버린 것인지. 스스로도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앞을 흐리는 생각을 접고는 유예기간을 가지고 제가 마무리 지어야 할 것들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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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해리 또한 정리할 것이 많았다. 해리라는 신분으로 활동한 의뢰를 전부 청산하고 매듭을 말끔하게 지었어야 했는데 역시나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지라 고객은 만족스러워 했고 보수도 짭짤했다. 개인적인 마찰이 좀 있기야 했지만 하여간 사족은 제쳐두고. 용건이 끝났으니 해리는 더 이상 중국에 볼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머물렀다. 약속을 기다리는 시간은 제 기대보단 훨씬 짧았기에. 그리고 마카오 지부 카지노. 해리는 다른 이름과 다른 분장으로 파트너인 삼촌과 대화를 나눈다.
클란의 명찰을 만지며 딜러들을 구경하는 해리. 삼촌은 그 모습을 지켜본다.
삼촌: 의뢰인이 일처리를 마음에 쏙 들어 하더군. 엄청나게 챙겨줬어. 그런데 그건 누구야.
해리: 법조계 사람이라던데. 눈 깜짝할 새에 단체로 감옥이라도 가면 재밌겠어.
삼촌: 하하, 꼬셔서 우리 편으로 좀 만들어봐. 수월하게 가는 거야. 이제는 발 뻗고 자기도 겁나.
해리: 원래 고되어야 뿌듯한 법 아니겠어. 내가 그 석탄 사이에서 찾은 다이아야.
삼촌: 사기꾼들 앞에서 자랑하면 큰일 나.
해리: 물론이지. 이건 내 거야.
페이드 아웃.
다시 페이드 인.
드디어 나흘째 되는 날. 하필이면 일기예보에서 늦은 낮부터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진단다. 좋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로맨스에 역경 한 스푼쯤은 있어줘야지. 아이슬란드에선 예부터 또 전해오는 말이 있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행운이 같이 쏟아진다고 하지 뭐야. 물론 해리는 미신을 믿기에는 머리가 무척 커버린 감이 있지만 오늘 만큼은 제발 그러길 바랐다. 인파가 북적거리는 카페테리아 야외석. 아직까지는 쨍쨍한 햇볕을 맞이하면서 해리는 읽고 있던 신문을 가지런히 덮는다. 고급스럽게 커피도 들이킨다. 그 고지식해보이는 남자가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갖가지 예시를 머릿속에서 도미노처럼 나열하면서 카페 안 쪽의 빔 프로젝터로 나오는 영화를 흥미 있게 지켜봤다. 사랑과 꿈이 담긴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잠깐 생각을 했다. 그가 오면 뮤지컬처럼 노래라도 또 불러줄까. 신문을 뒤집어 금융광고에다 허접한 가사들을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마냥 클란의 연락만 기다린다. -
해리 38 G 돈이라면 어떤 비합리적인 일이라도 넘겼던 이가, 결국 돈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어울리지 않게 얼마간 딜러의 직업을 내걸게 된 연유도 그놈의 도박이 원흉이었다. 물론, 이런 한심한 것에 손을 댈 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본인은 그랬지만 제 혈육은 달랐다. 나름 중산층의 잘 사는 집안 정도. 이곳의 게스트들 만큼 부유한 것도 아니었던 출발점은 빌어먹을 놈에 의해 무너졌다. 오점 하나 없던 제 완벽한 인생 설계가 그렇게 엉망이 된 것이 큰 스트레스를 유발했지만 궁상맞게 있을 이도 아니었다. 그렇게 짧게 그곳을 떠나 자취를 감춘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진저리 나던 참이었다. 어떻든 다시 이름을 내걸어 서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콧대 높은 이들의 돈을 꼬리치며 받아낼 수 있는 성정도 아니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절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어찌 되었건 남은 후회 정도라고는 인생을 망쳐놓은 면상을 어딘가에든 묻어놨어야 했을 거라는 것 정도일 것이다.
늦은 오후, 기어코 폭우가 쏟아진다. 비바람은 꽤나 거칠었지만 건물 안의 이는 그를 개의치 않아 하는 듯 신경 쓰지 않은 채 옷깃을 정리한다. 각이 잡힌 깔끔한 정장과 손목의 시계, 말끔하게 넘긴 머리 아래로 안경이 걸린다. 거울 속 이는 척 보기에도 대단히 냉담하며 고집 있는, 칼 같은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죽의 향이 묻어나는 서류가방을 들면 모든 준비가 끝마쳐진다. 다시 세운 시작점이야 그랬다만, 이곳을 나서 볼 이로 인해 생길 변수 같은 것은 생각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워낙 걷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기에. 방을 걸어 나오며 구둣발 소리와 함께 휴대폰을 들어 귓가에 댄다. 찍힌 번호는 예식 장갑 위의 그것이었다. 그는 호텔 로비로 걸어 나와, 낮은 목소리로 화면 너머의 이에게 호텔 이름을 부른다.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 로비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는다. 얄밉게도, 이 거센 폭우를 알면서도 부러 늦게 부른 것이다. 악의라기보다는, 이가 말하는 로맨스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싶었던 것에 가까웠겠지만. -
클란 32 D (분에서 시간 단위로 넘어가기 20분 전. 그러니깐 클란은 로비 소파에서 40분 동안 기다린 셈이 되겠다. 창을 때리는 거센 빗소리를 뚫고 발걸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약속 상대는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그 순간 로비가 한산해질 법 싶을 때 공간 전체가 암전된다. 이어서 들리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소란이 아니라 한 음악이었다. 드넓은 로비를 가득 메울 정도로 웅장한 사운드였다. 홀 한켠에 놓인 주인없는 피아노는 어느새 채워져있었고 그 주변에는 오케스트라처럼 바이올린과 플룻, 트럼펫, 색소폰 연주자들이 즐비했다. 만약 클란이 라라랜드를 보았다면 무슨 노래인지 쉽게 알 수 있으리라. 그야 그 영화의 엔딩곡이었기 때문이다.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곧 클란이 앉은 자리에만 조명 빛이 동그랗게 탁 떨어진다. 무대처럼 주목받기 십상인 연출이었다. 흐릿한 어둠 너머에서 서성거리던 사람 몇 명은 공연인 줄 착각하고 구경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클란이 기다리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웬 목소리 하나가 잦아드는 반주 위로 끼어들었다. 공지를 알리는 스피커에서 말이다.)
반갑습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모두들. 크리스마스는 멀었지만 선물을 받는 때는 정해져 있지 않죠. 그게 오늘이 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래요. 거기, 신사분. 소원이 뭔지 들어볼까요. 착한 일을 했다면 말이죠. (당신이 아주 잘 아는 여유롭고 능글맞은 어조다. 졸지에 클란은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당사자는 경우에 따라서 망신스럽기도 하겠지만 이 로비는 해리가 잘 포장 중인 선물의 일종이었기에 어떤 관객도 이걸 망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들 클란의 대답을 기다린다. 주객은 전도되었다. 깜찍한 심술이랄까.) -
해리 38 G (얼마나 기다리게 할 샘인지는 몰라도 거리가 꽤 있을지도 모르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이것저것 잡다한 것이 적힌 책자를 제 다리 위로 펼쳐 읽다, 암전 되는 것에 낮은 숨을 내쉰다. 이어 들리는 웅장한 음악, 그리고 각가지 연주자들이 즐비해 흡사 영화 속 한 장면을 재현해놓은 요란한 풍경을 보자면, 딱히 머리를 굴릴 필요까지도 없이 그 사람의 짓이라는 사실이 선명했다. 기어코 이렇게 나온다 이건가, 싶은 감상이었고 모이는 미간을 제 손끝으로 눌러 펴낸다. 이 상황에서 소원이라니. 제 위로 집중되듯 쏘이는 조명 속에서 펼쳐진 책자를 소리 나게 덮고는 고개를 든다.)
맞이하러 나온 신사라면 직접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샘인지. (제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의 연출에도 그는 꿋꿋했다. 아예 당황하지 않았다면 그건 또 거짓말이겠지만 괜히 이런 페이스에 당황하고 싶지 않았음이 컸기에 같은 고집을 부린다. 그래도 나름의 타협을 해준 것인지 상황의 효과란 참으로 대단해서, 참 웃기게도 지금이라면 내뱉는 어떤 말이라도 로맨스 영화의 한 부분이 되어버리는 연출임을 알면서도 응한 것이다.) -
클란 32 D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 틈을 가로질러 레드카펫이 깔린다. 그 끝이 당신에게 도달하면 상대가 기다린 사람이 빠르고 큰 보폭으로 걸어왔다. 작은 환호성들이 터져나온다. 머리카락이 한톨도 보이지 않을 만큼 꽉 눌러 쓴 중절모에 턱시도가 연상되는 블랙 롱코트. 손에는 하얀 천자락이 들려있는데 네 몸을 전부 가릴만큼 어깨 위로 크게 둘러 소복하게 쌓이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하얀 코트에 넥 카라 체인을 채워 흘러내리지않게 고정시키고 나서야 뒤늦게 상대를 마주본다. 조명 아래에 있으니 관객보단 눈 앞의 이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여태껏 기다린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급하게 온 건지 이 순간만을 고대한 건지 모르겠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낯에는 일렁거리는 설렘이 서린다.) 나의 신데렐라. 드레스가 잘 어울립니다. 한 곡 출까요? (팔의 궤적을 모로 둥글게 그리면서 허리를 숙이고 손을 제 가슴팍 위에 얹었다. 흡사 옛 중세시대에서 춤을 요청하는 제스쳐와 같았다. 그러고는 네게 빈 손을 내밀었다. 명찰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런 걸로 만족못해. 난 존재가 확실한 걸 잡을 것이고 그렇게 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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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 앞으로 붉은 선이 드리워지며 화려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흡사 완벽한 막을 올릴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배우 같다는 느낌을 잔뜩 풍겨냈다. 이는 커튼콜과 비슷한 뉘앙스를 내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 막이 시작됨을 알리는 등장이었다는 것. 사람들은 그 무대를 관람하는 관객이었고, 저는 눈앞의 이가 바라던 대로 극의 배우가 된 샘이었다. 그를 위해 맞추어진 것만 같은 롱 코트를 걸친 채 둘러진 팔은 제 검은 정장 위로 흰 천을 덮었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기는커녕 수많은 이들이 이를 지켜봐 주기를 바라는 듯한 행동에 짧은 고민을 마치고는 거친 감이 느껴지지 않는 긴 손가락이 설렘이 묻어난 손 위로 겹쳐진다.) 이렇게 절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셨군요. 빗물 사이로 부리나케 달려오는 정도나 예상했는데 말입니다.(예상 못 할 일들. 스케일로 치자면 제가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에 가까워, 이런 편법은 -제 입장에서- 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겠는가, 관객은 극이 시작되기를 바라고 한껏 부풀어있는 이는 그에 응해주기를 바라지 마지않으니.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 안으로 그의 얼굴이 비추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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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무슨 말씀을. 신데렐라께서 제게 한 말들을 어기지말라고 하셨잖습니까. (표정 풀어요. 하고 작은 속삭임을 덧붙이며 트레이드 마크인 윙크를 찡긋 날려보인다. 준비는 다 끝났다. 이내 맞잡은 손에 힘을 실어 상대를 무대로 이끌었다. 무대라고 해도 고작 로비홀의 백색 대리석 바닥이었지만 저와 당신이 움직이는 족족 쫓아다니는 조명이나 암전, 그리고 밤을 흉내내는 폭우 덕분에 나름대로 구색이 맞춰졌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던 반주가 다시금 경쾌하게 커진다. 곤란하다 해도 승낙의 세레모니는 해야하지 않겠어? 당신을 리드하려고 몸을 바짝 붙여 서스름없이 프라이버시 존에 침범하며 단단한 등허리를 감싸안고 포개어진 손은 가로로 들어올린다. 타이밍 좋게 아름다운 선율이 바닥에 물결처럼 흐르면 사교클럽풍의 왈츠 스탭을 밟았다. 커다란 홀에 검은 코트와 하얀 코트의 끝이 허공에서 선을 그리며 휘날린다. 얽히고섥혔다가도 뒤돌아 서듯 새침하게 거리를 두는 천들 또한 마치 우리와 같다. 내가 당신을 당기면 당겨지고. 그렇다고 전부 품에 들어오는 건 아니지. 그래서 우린 이 춤이고 노래인거야. 당신도 어느정도 동의하길 바라. 클란.
시작부터 끝. 정중한 인사. 사람들의 박수소리. 신이 난 악기들. 눈동자 상에 맺히는 서로의 모습. 이 모든 게 음악과 춤 속으로 녹아들어 멜로디는 점차 몸집을 부풀리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갔다. 짧고도 긴 공연 끝에 엔딩이 닥쳐온 것이다. 피아노만 솔로로 남으며 애상적인 음을 연주하면 멜로디를 밟던 발자국들도 끊기게 된다. 서로 마주보고 선 채로 턱을 들어 중절모 밑으로 숨겨뒀던 시선을 내보인다. 생기를 품은 선명한 녹빛이다.) 어떻습니까. 이번 로맨스는. -
해리 38 G 그야, 그렇긴 합니다만. (이런 쪽으로 그것을 꺼내올 줄은 몰랐다고 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윙크에 저 또한 눈썹이 느릿 들렸다 돌아온다. 제 습관적인 것을 똑같이 내비친 샘이다. 자연스럽게 가까이 붙어 등허리를 감싸는 것에 그 중절모 아래의 그림자로 시선이 가 또 제멋대로인가 싶었지만 한 번도 춰본 적 없는 왈츠 스텝을 제가 알 리도 만무했으므로 이번 또한 이가 내미는 플롯에 손을 올린다. 이런 쪽으로 썩 재능이 나빴던 것은 아닌지, 나름의 박자를 쫓았고, 배운 이라면 조금은 어설펐을지도 몰랐을 발걸음을 남모르게 밟는다. 분명 화려한 것들과 주변은 관객으로 가득했지만 암전 속에서의 스포트라이트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 탓인 것인지. 귓가에서 줄어드는 음악 아래로 검은 것이 퍼지는 것이 느리게 흐른다. 당신의 당김에 저는 큰 거부감 없이 당겨질 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머무는 이도 아니었다. 당신은 모든 것을 포용할 준비가 된 음악과도 같았지만, 춤을 추는 것은 음악을 듣는 이의 선택에 가까울 테니. 그와 말을 주고받은 것은 아니니 그 나름대로의 생각을 마친다.
박수 소리 사이, 오롯 둘만이 선 둥근 빛 아래에서 내보이는 선명한 녹 빛 눈동자가 제 빛 한 점 들지 않은 검은 눈동자와 마주한다. 이번은 제가 진 것이 맞았지만 구태여 찬사를 보내지는 않았다. 극의 배우가 배우를 향해 찬사를 보내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손을 뻗어 그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는 중절모를 위로 넘겨냈다. 가까워진 고개 아 입술 근처를 스쳤지만 입술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귓가에서 고개는 멈춘다.)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겁니다 안데르손. 얄밉게도 말이죠. (여러 의미를 내포한 말이기도 했지만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설 수 있는 것도 본인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르드노르 안데르손>이라는 한편의 영화 속 한 인물이 된 것이다.) -
클란 32 D (당신이 자신의 영화에 기꺼이 배우가 되어줌에 감사하며 그 표현으로 볼을 맞대 부비고 떨어진다.) 저 또한 잊지 못할 겁니다. 클란. (무대에 올라왔으면 역할을 부여받는 법이지만 우리는 역할을 갖지 않았으니 온전히 서로만 남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름을 불렀다. 가감없이 상대의 존재를 입에 담으면 그제서야 서정적이었던 음색들이 점점 거대해지며 한번에 펑 터지듯 마무리가 된다. 그 순간 다시 암흑이 찾아온다. 멋진 공연에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저 자신의 바로 앞에는 당신이 있었기에 칠흑 속에서 상대를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다. 여운이 채 가시질 않은 목소리가 어둠 너머로 속삭인다.) 이 공연이 누구나에게 기억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소유에 있어서는 미스터 클란. 당신뿐입니다. (이 정전은 자신의 소행이 아닌지라 직원들이 어수선하게 상황을 정리하려 든다. 이제야 진이 빠지는지 헛숨이 짤막하게 내쉬어진다.) 저는 힘을 빼서 지치네요. 배도 고프고요. 누가 급하게 부르는 통에 케이크도 내팽겨치고 왔지 뭡니까. (돌연 네 허리를 콱 끌어안고는 능글맞게) 절 조금만 더 내버려 뒀다가는 스위티를 잡아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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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볼을 부비는 것에 조금 눌려 사족은 붙이지 않은 채 제 볼을 손등으로 문지른다. 닦는다는 행위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가까워 마치 확인이라도 해보듯. 이어 암 전이 찾아와 갑작스러운 어둠 아래로 느껴지는 것은 닿은 상대의 손길뿐이었다. 상대가 보이지 않더라도 인식된다는 느낌은 더 뚜렷이 다가왔지만.. 아주 약간은 놀랐을 것이다. ) 저를 위한 공연이라니, 배우에게 공연을 선사하는 경우가 다 있군요. 하지만 기억해두겠습니다. 40분이나 절 기다리게 만들고 낸 산물이니. (부러 꼬투리를 잡은 투였지만 예의 날선 눈매보다는, 조금은 누그러진 인상이 짧게 스쳤다. 돌연 허리를 끌어안은 것에는 네 코트의 넥 카라를 마주 당기는 것으로 화답해, 제 콧잔등이 닿을 듯 말 듯 아슬한 거리에서 꽤 일상적인 답을 내놓는다. ) 당신이 절 잡아먹기 전에 분위기 좋은 저녁 식사라도 하는 게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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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숨이 닿을 만큼 단숨에 가까워지면 상대를 보다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어두운 틈을 비집고 윤곽이 점점 도드라지니 그 흐름대로 시선을 맡긴다. 흐릿한 시야로 상대를 더듬는 건 꽤 힘든 일이었지만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훤히 보여서 뒤이어 웃음소리가 버석하게 샌다. 네 입술을 앙증맞게 깨물었다가 아무일도 없었던 것마냥 능청을 피운다.) 좋습니다. 게임 하나 할까요. (손가락을 딱 튕겨서 주목시킨다.) 미스터 클란은 이 편한 곳에서 절 40분이나 기다렸지만 전 여길 오느라 빗길에서 100키로를 밟아서 30분이 걸렸으니 둘을 빼면... 그래요. 10초 드립니다.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에서 초단위로 내려갔다. 그리고 속사로포) 어디로 가서. 뭘. 먹을까요. 얼른 대답하지 않으면 당신부터 먹어야겠어요. 달링. 10. 9. 8. 7. (다짜고짜 카운트부터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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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얄밉게도 언제나 돌발행동을 하며 제 입술을 깨물었다 떨어지는 것에 옷깃을 놓아, 명쾌한 소리가 울리는 손가락으로 시선이 간다. 어둠 속에서 제대로 보일 리 없었지만 소리는 선명했으니.) 열심히 오신 건 칭찬해드리죠. 고생하셨습니다. (부러 사무적인 투로 칭찬을 하고는 당겼던 옷깃을 능숙히 정리해 준다. 제가 몇번이고 해왔던 것이니 이정도야.) 호텔의 최상층에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새벽까진 폭우가 쏟아질 테니 그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밖을 헤매다간 당신이 절 몇 번이고 물어뜯을 것 같으니까.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네 위아래 입술을 같이 집어 물리적인 행위로 카운트를 멈추고 나서야 손을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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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몇 번 더 입질을 하려다 양 입술이 다물리니 항복하겠다는듯 두 손을 들고 물러난다. 타이밍 좋게 정전도 해결되어 우글거리는 인파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는다. 이 정도 행운이면 비가 홍수같이 쏟아져도 좋겠는걸. 하는 시답잖은 생각이나 한다.) 이런. 전 무엇이든 괜찮지만 미스터 클란의 뜻이 그러하다면 빗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군요. (이내 중절모를 벗어 네 머리 위에 깊게 얹어준다. 요란스럽고 난잡한 평소와 달리 정갈하게 넘긴 흑빛 모발이 수트와 잘 어울렸다. 하는 행동들은 여전하긴 하지만 어쨌든 먼저 앞장 서선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네게 눈짓을 한다.) 나흘 동안 어떠셨습니까? (무언가 몹시 궁금하게 있는 눈초리다. 부담스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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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가 빗속에서 날뛰는 취미까지는 없어서, 어울려드리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원 맨 쇼라면 봐드리겠지만. (농담인지 모를 말을 내다, 제 위로 검은 중절모가 깊게 눌리는 것에 안경을 고쳐올리며 고개를 든다. 제 모자가 아닌데도 온통 검은 것투성이여서 그런지, 어울리기야 했지만 아무래도 꽉막힌 분위기 때문인지 흡사 18세기 흑백 신문에 실릴법한 삽화같은 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는듯했다. 물론, 넘겨준 이의 모습은 평소와 상이해 약간의 호기심을 불렀다. ) 오늘따라 차분하시군요. 잘 어울립니다.(형식적으로 느껴질만한 답이지만 그에게는 충분히 드문 말이었다.) 어땠냐는 건 제 심적인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지, 아니면 일정을? (그답게 확실하게 말하라는 듯 부러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옆으로 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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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o0(원맨쇼라고 해도 여태까지 잘 어울렸잖습니까. 클란.. 당신은 안 그런척 제일 열심히예요.)(원래도 차분함의 극치인 이에게 차분하다는 말을 들으니 퍽이나 웃겨서 속으로 키득거린다. 물론 낯짝으로는 숨길 수 없었지만 숨길 마음도 없어서 건방지게 죄다 보여줬다. 상대가 저에게 흥미를 내비치니 반대로 딴청을 부리면서 뒷짐을 지고 꼿꼿하게 서는데 쌍으로 붙어있으니 더욱이 모노톤 고전 영화의 주연들을 연상시킨다. 칭찬에는 감사의 의미로 눈꺼풀을 내려닫고 가볍게 목례만 해보인다. 그리고 다시금 눈을 뜨면 강렬한 흑백대비 중 색을 가진 유일한 건 눈동자 뿐이라 상에 맺히는 당신이 선명하게 자리잡혔다.) 전부 궁금합니다. 전 나흘 내내 스위티 생각만 하느라 밤잠을 설쳤답니다. 펭귄 다큐를 보는데 당신 생각도 났어요. 점잖으면서 바보같아서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서선 꼭대기층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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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이제는 웃는 낯을 숨길 생각도 없으시군요. (뻔히 건방진 얼굴을 대놓고 내보이는 것에 곧게 허리를 세운 채 앞을 보다, 손만을 들어 네 웃는 낯 아래의 턱을 엄지로 눌러 내린다. 그러고는, 그저 앞만을 본 상태가 이어지다 눈동자가 다시끔 향하는 것에 마주 본다. 물론, 제 눈동자는 검고 깊은 탓에 그가 비추어질 일은 없었다. 그것보다, 검은 복장인 탓이 컸을 것이다. ) 그런 영상을 다 보시는군요. 곧 있다가는 재촉하는 법 영상이라도 찾아보겠습니다. 밤잠을 설쳤다는 건 듣기 좋지만 뒷말은 감점입니다. (잠시 그 보습을 지켜만 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즈음 그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턱하니 문을 잡았고, 그에 제 손을 인식해 열리는 문 안으로 그제야 따라 올라선다. ) 가장 먼저 한 일은, 비행기 표를 취소한 게 되겠군요. 덕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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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문이 닫힐 법 싶어도 굳이 손을 대지 않았다. 첫번째는 나흘간의 기다림 끝에 만난 약속을 상대가 망치지 않으리란 확신이 컸고, 두번째는 당신이 생각을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고 기대를 충족시키니 굳이 궂은 소리로 보답할 순 없지. 문이 닫히고 단 둘이 남게되자 목울대를 울려 낮게 웃으며 자리를 옮긴다. 상대와 사선으로 마주보듯 선 채로 네 팔뚝을 살포시 그러쥐고는 당신이 자처해서 물러서게 만들었다.) 이런, 그만큼 고대하고 있었던 겁니까.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기쁜 말이군요. 헌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제 뒷말이 감점이라면... (간극) 사랑스럽단 말은 어떻습니까. 그건 마음에 들까요. 미스터 클란? (당신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묻는다. 더이상 피하지 못하게 구석으로 몰아넣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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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돌발행동을 예고하듯 귓가에 스치는 낮은 웃음에 눈동자가 그에게 기울다, 팔뚝을 그러쥐며 나서는 행동에 엘리베이터의 모서리 언저리로 물러선다. ) 고대했다기보다는 약속은 약속이니 지킨 것에 가깝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스치듯 넘기는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고 하면 되겠군요. (내뺄 곳이 없는 곳으로 몰아넣어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영상 같은 걸 보지 않아도 이미 재촉하는가 따위의 감상을 남기다 페이스를 전환한다.) ... 너무 가깝군요. 엘리베이터 안입니다.(시선 같은 것은 생각 않는 이가 눈앞의 이였지만 괜스레 말이라도 꺼내본다.) 사랑스럽다는 말은 낯간지럽지만 아까의 점잖고 바보 같다는 것보다야 낫겠군요.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인지?(숨을 천천히 내쉰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였기에 미미한 숨결이 닿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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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안이면 어떻고 바깥이면 어때. 야외섹스도 대수롭잖게 생각하는 사람이 말야. 이 음흉한 불한당.) 낫다는 게 좋다는 건 아니겠죠? 이런 까탈스러운 고양이! (말은 그러면서도 저 자신이 고양이처럼 네 콧잔등을 살짝 앙 깨물고 시치미를 떼듯 입맛을 다신다.) 하는 수 없군요. 다른 선택지를 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뭔 일을 저지를 것처럼 굴다가도 훽 뒤로 돌아 몇발자국 앞으로 가버린다. 그리고는 흡사 추리소설의 탐정마냥 분위기를 잡더니 고개만 비스듬히 옆으로 젖혀 상대를 흘겨본다.) 제게서 무슨 말을 듣고싶으실까요? (결국에는 제 의도대로 흘러감에 입꼬리를 위로 당겨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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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까탈스러운 고양이는 당, (신입니다,를 끊어 내뱉어 내다 제 콧잔등을 문지른다. 흡사 탐정과도 같은 제스처와 포즈에 무엇을 하냐는 듯 보며 제 앞으로 팔짱을 낀 채 관전한다. ) 클란 씨, 이게 가장 좋겠군요. 불만족스럽다면 .. (다시 사색에 잠긴다. 그가 하던 지칭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인지,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을 내뱉어 보라는 것인지. ) 책임지고 완벽하게 에스코트하겠습니다. 이 말이 가장 좋겠군요. 두 번째 후보는 극찬 정도. (농담인지 모를 말을 내어놓고는 떨어진 만큼 다가서 제 머리 위의 중절모를 네 머리 위로 눌러놓는다.) 선택할 용의는 조금 생기셨는지, 자칭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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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오, 전 애초에 선택할 생각따윈 없었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대로 읊을 준비만 하고 있었죠. (무해함을 강조하듯 양 팔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인다. 다시금 걸음을 반쯤 돌려 구석에 몰려있는 당신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어보면 제 시야가 중절모의 그림자로 반쯤 가려진다.) 책임지고 완벽하게 에스코트 하겠습니다. 공주님. (거품이 빠진 진중한 문장 뒤 파도가 몰아닥치듯 네 앞으로 성큼 다가와 예고도 없이 손바닥으로 입을 눌러 가린다. 곧 누군가를 흉내내려는 의도로 제 손등 위로 입을 맞추고 물러선다.) 그거 압니까. 황제펭귄은 짝이 됐다는 확인절차로 서로의 행동을 따라한다는 걸요. (짓궂게 눈웃음을 친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에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이제 내리자는듯 상대에게 눈짓을 주고 먼저 앞장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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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이런 부분에서는 수동적이시군요. 부러 이때다 싶어 기다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에 예의 버릇 같은 형식으로 한 쪽 눈썹이 들린다. 검은 흐름과도 같은 스텝을 자연스레 밟은 이가 손을 뻗어 제 입 위를 눌러 덮더니, 저와 같은 행동을 따라 입을 맞춤에 눈을 느릿 깜빡인다. 무어라 사족을 덧붙일지 고민하는 눈이었다. 그는 언제나 말을 하기 전에 짧은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물론.. 상대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겠지만. 본인은 되는대로 내뱉는 타입이 아니니 당연했다. 입술이 손등 위로 닿았다 떨어지고서야 그를 뒤따른다.) 본인이 점잖고 바보 같은 것이 펭귄이라 내뱉어 놓고 그것을 자처하는 것도 웃기군요. 당신은... 예, 뱀을 닮았습니다. 조금 얄미운 느낌의.(굳이 상대를 놀리기 위한 말을 고심해 내뱉는 쪽이 아니었으니 솔직한 감상을 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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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무슨 연유인건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직까진 자리가 많이 차있지 않아 내부는 한적했다.) 뱀은 보통 포식자의 이미지가 강하죠. 그렇다고 미스터 클란과 고어영화를 찍을 수는 없으니... 제 나름대로 증명에 부흥해야겠습니다. (말의 마침표를 찍자마자 몸을 틀어 날렵하게 입맞춤을 훔쳐간다. 대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의 문제라면 일단 쪽소리가 날 정도로 과한 입도장이었고, 또 다른 문제는 직원 한명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허둥지둥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이런. 난감하게 됐군. 멀어지는 직원을 지켜보다 슬쩍 네 눈치를 본다.) 사람은 살다가 종종 실수를 하게 되는거죠. (큼) 에스코트를 해드릴까요? (뻔뻔하게 빈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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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딱히 두리번거릴 이유가 없는 것에도 괜스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는 모습을 본다. 무엇을 찾기라도 하는 것인지. 자리는 한산했고 만날 이는 이곳에 또 없을 텐데. ) 고어 영화라.. 그런 취향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물론 저도 그것의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 ( 그의 행동을 눈에 담고는 느지막이 말을 이어가던 와중 갑작스레 맞추어진 입도장에 아주 미묘하게, 정말 티가 났나 싶을 정도로 동공이 짧게 축소되었다. 쪽 소리와 함께 떨어짐에 미묘하게 흐트러진 페이스가 돌아오기도 전 그것을 타이밍도 좋게 딱 목격해 줄행랑을 치는 직원의 모습에 속이 뒤틀렸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인내는 이미지에 중요했으므로 속으로 그것을 삼켜두고 만다. 물론 돌아오는 것은 금방이었지만 뻔히 상황을 와전시켜 놓고 얄밉게 내놓는 손을 보기만 하다 탁, 소리가 나게 올려 쥐어 제 쪽으로 확 당긴다.) 제가 놀랄 일만 연이어 선사해 주시는군요. 이것도 의도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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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자, 이제 멋진 에스코트를 해서 점수를 좀 얻어야겠군. 이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망상은 산산조각난다. 걸음을 내딛으려고 발을 뻗으려는 찰나 맞잡은 손이 저를 무섭게 끌어당기니 균형을 잃은 몸을 그대로 네게 부딪히고 만다. 하필이면 발이 이리저리 꼬여 몇발짝 뒤엉키다 겨우 넘어지는 걸 버티면 둘의 자세는 매우 오해를 불러올만하게 챡 달라붙어 있었다. 해리는 이 상황을 약간 얼떨떨해하다가도 곧바로 이용해먹었다. 스윗한 목소리가 클란의 앞에서 맴돈다.) 이런, 오해입니다. 제가 그동안 놀랄 일을 많이 선사해드리긴 했지만 방금 관객은 그저 우연이에요. 미스터 클란과 한번 키스한 이후로 계속 입을 맞추고 싶으니 제가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네 턱가를 쓰다듬는 척 아랫입술을 엄지로 눌러내리면서 노골적인 추파를 던진다. 직원 몇이 흘긋거리며 구경을 하는 시선이 느껴져도 아랑곳 않았다. 커퀴로 보든가 말든가 내 알 바냐?) 그럼 스위티는 지금 이건... 의도한 것인지? (네 말투를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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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게 몸을 부딪혀, 비슷한 체구인 탓에 몸이 조금 기울다 우뚝 선다. 남들이 보기에도 오해할 만큼 밀착하듯 가까워진 거리도 거리였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한산하다고는 해도 손님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오가는 직원은 대놓고 멈추어 이를 보고 있을 지경에 가까웠으니. 처음 그를 재회했을 때부터 극단적일 정도로 눈에 띄었다. 이 정도면 하루 만에 온 구설수에 다 오를 지경이겠는데. 제 턱 언저리부터 슬슬 오르는 손길이 아랫입술을 눌러내자 고개를 아주 살짝 숙여 그 엄지를 옅은 잇자국이 날 정도로 물었다 놓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도발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쯤은 알겠습니다. (어울려주나 싶더니, 곧 손을 잡아 힘으로 밀어낸다. 물론 잔소리와 같은 말 또한 덧붙인 채.) 보는 눈이 없는 곳이라면 어느 정도는 봐드리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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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당신의 허용범위를 시험하면 엄지가 물려 따끔하게 혼이 난다. 이정도면 제법 괜찮은 보상이었다. 이내 하나의 가림막 역할을 했던 중절모를 벗더니 여전히 손깍지를 풀지 않은 채로 짧은 텀을 둬 상대에게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제는 버릇이 된 듯 결대로 포개어진 깍지를 돌려 네 손등에 차분히 입술을 맞춘 뒤 느즈막히 말문을 튼다.) 이런, 음흉한 사람은 따로 있었군요. 스위티는 첫만남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강렬합니다. (여지를 준 건 제 쪽이면서 뻔뻔하게 남탓을 한다. 어찌하겠는가 성정이 이런 것을. 당신의 솔직함에 딴지를 건 뒤 시선을 아래로 내려 순간 주제를 뒤틀었다.) 이후에 일정이 더 있는 겁니까? (네 곁에서 몸을 물려 장난을 끝낸다.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돈하며 서류가방에 눈짓을 줬다. 덩달아 직원이 좌석 안내를 도우면 살갑게 비즈니스 미소까지 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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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 손을 깍지 껴 놓지 않고서 뜸을 들이는 것에 뭘 하고 있느냐,라는 듯한 짧은 의아함이 스쳤다가도, 예의 입맞춤이 손등 위로 내려앉자 저 또한 습관적인 버릇으로 대응한다. 눈썹이 위로 들려 그의 말에 납득을 하지 않는다는 듯 반응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데르손. 그러고 보니.. (트집을 잡기 이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인지 제 말을 끊고는 내용을 바꿀 단어를 속으로 나열하며 테이블로 걸음을 옮겨, 그의 물음에 답을 내어놓는다.) 일정을 끝내고 온 것입니다. 다소 급하긴 했지만.. 당신과 만난 이후로 일정을 잡았다면 전부 와해될듯해. 그러니 오늘의 만남은 전적으로 그쪽에게 맡긴 샘이라고 볼 수 있겠죠.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안내받은 자리 앞에 우뚝 선다. 그러한 일련의 모습까지도 하나하나 제 성질을 드러내곤 했다.) 오늘은 해리입니까, 아니면 안데르손입니까? 원하는 쪽으로 불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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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본인은 음흉하지 않다고 해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포함시키는 말이 퍽이나 재밌어 입가를 가리고 짤막하게 웃었다. 상대가 긴 문장으로 얘길 이으면 경청하고 있다는듯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계절에 어울리지않은 코트와 마이는 전부 의자에 걸어두고 검은 가죽 장갑까지 벗어 베스트 주머니에 대강 찔러넣는다. 상처 하나 없는 손가락 중 왼손의 소지가 반마디 잘려나가 없는 상태로 본인은 대수롭잖게 여기는듯 커다란 냅킨에 물을 살짝 부은 뒤 손을 닦아낸다.) 그 질문을 목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데르손이라고 불리고 싶군요. (해리의 경쾌한 발랄함 위에 짙은 능글거림이 끼얹어지니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당신에게 재정의된 사람은 메뉴판을 열어 디저트 코너부터 살펴봤다.) 다른 사람들은 제가 왜 그러고 다니는지 득달같이 궁금해하던데. (의중을 모를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흘러넘긴다. 다시 또 주제가 튄다.) 검사입니까? 아님 변호사? 미스터 클란은 정의로운 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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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저 또한 제 위로 걸쳐진 백색의 겉옷과 코트를 함께 벗어낸다. 이와 큰 다름없이 온몸을 싸매듯 틈 하나 내지 않은 채 두른 검은 착장이 대부분이었고, 정장의 마이는 벗지 않았다. 미묘한 차이.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하나 둘 쌓여 큰 틈을 만들어 저와는 확연하게 다른 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었다. 짧게 빈 소지로 시선이 갔지만 그것을 캐묻지는 않았다. 제가 행한 결함이 아니고서야 파고드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안데르손.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이쪽의 이름이 어울리는군요. 칭찬입니다. (유리잔을 들어 짧게 목을 축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제게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인지, 듣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인지..) 해주고 싶다면 해도 좋습니다. 구태여 말하지 않은 비밀을 공유할 용의가 생겼다면요. 보통은 변호사로 착각하더군요. 검사입니다. 흠... (뒷말에는 부러 바로 답하지 않은 채 냅킨으로 제 손을 닦는다. ) 그럴 것 같아 보입니까? (그러고는, 오히려 제 쪽에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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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안데르손 주변에는 그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에 본격적인 자기소개를 하면 아무래도 깨끗한 사람은 아닌지라 깊게 얽히려는 이는 10명중 1명도 될까말까였기에 그는 인간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가볍게 즐기고 가볍게 끝낸다는 인생철학은 성격에도 한몫했다. 그렇기에 안데르손은 지금 이 자리가 몹시 편안했다. 굳이 날을 세워 의심을 피하거나 치장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하나. 당신이 법조계라는 것만 빼고. 메뉴를 고심하는 척 테이블에 이마를 괴고 눈동자를 쳐들어 상대를 빤히 쳐다본다. 괜찮다면 자신을 직접 알려줄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감옥을 갈 생각은 없거든. 변호사가 아니고 검사라서 더 섹시해보인다는 둥 쓰잘데기없는 음심이나 품으며...) 천사라면 타락시키고 싶고 악마라면 회개시키고 싶죠. 맞추면 식사는 미스터 클란이 사는 걸로 하고. 전 전자를 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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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저 같은 이가 아니라면 들추고 싶어 안달이 날 특이한 인물에 가까웠지만, - 그도 그럴게 첫 만남이 갑작스러운 애인 행세였으니 잊힐 리가. 그만큼 가까이하기에도 어려운 이었을 것이다. 보통은 이런 이에게는 흥미만을 가질 뿐, 깊은 관계의 무언가가 되고자 시도할만한 이가 있을지. 속으로 익숙하게 이를 차분히 잰다. 저는 사실상 그의 제안에 나름의 수락을 한 것이니 그런 것들을 제 입장에서 생각해 봤자 하등 소용없을 것이다.) 틀렸습니다. 저는 그 어느 쪽도 아닌지라, 식사는 미스터 안데르손. 당신이 사게 되겠군요. (저 또한 얄궂게 상대를 따라 입을 놀린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라 하기에는 범법 행위 같은 것은 저지른 적이 없었으며 천사라 하기에는 자선단체 마냥 아무런 이득 없이 누군가를 도운 전적 또한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 이미지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면 도울 의사야 있겠지만 그런 것을 두고 거창한 천사 같은 호칭을 붙이는 이는 없을 것이다. ) 타락시킬 심산이십니까? 회개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누군가가 자신을 바꿀 생각을 한다니, 어처구니없다는 감상이 짧게 지나갔지만 부러 티를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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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딱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저를 흉내내다니.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남기고 싶군. 정답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헛웃음이 샌다.) 이미 조각이 되어있는 걸 재창조 하기보단 아무것도 없는 직사각형 대리석부터 부수는 게 더 즐겁지 않습니까. 당신은 도화지 같은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무엇이 내키는지 도통 얘길하지 않죠. (회피하는 상대를 은근히 꼬집어 지적하고 마저 말을 잇는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의문을 자주 심어준다는 걸 자각하고 있지만 당신 또한 참으로 알쏭달쏭한 사람이었다. 선을 확실히 지키는듯 아닌듯 말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제게는 어떤 색깔로 입혀질지 궁금합니다.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메뉴를 고르는 데에 의미가 없어 탁 소리가 나게 덮고는 음료나 주류를 제하고 무슨 배짱인지 직원에게 전부 준비해달라 부탁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많다면 마음에 드는 걸 말해봐요. 자꾸 숨기고만 있으면 끔찍하고 깜찍한 하루가 될 거야. 클란. (톤이 삽시간만에 낮아져 능글스러운 경고인지 유혹인지 모를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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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그런 쪽을 선호했습니다. 흠이 잡히지 않는 백지, 그 위에 그러진 곧은 선 정도로 함축하면 되겠군요. (이것은 제 인생의 큰 가닥이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홀로 걸어나가는 성공을 향한 계단. 커리어, 혹은 이미지는 제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보기보다, 그 이상으로 그의 심지 혹은 자존감은 본인 이상을 뛰어넘었기에. 혀를 내두를 만치 성공을 하고 싶은 것이고 저는 이를 타고는 것이 아니었기에 '소위 태어날 때부터 특혜를 가진 부류는 아닌-' 그렇기에 이것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제 일정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빠듯이 적혀내려가고 있었다. 다만...) 당신이 그 백지 위로 구두를 신은 채로 올라와 탭댄스를 추는 바람에, 구둣발 자국으로 엉망이 되었군요. (농담조라고 치기에는 역시나 차분하게 가라앉은 투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짧은 뜸을 들인다.) 당신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내보일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정확하겠지만 결국 그것을 내보이는 것도 안데르손이지 않습니까. 제 귀한 시간을 당신을 위해 통째로 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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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바람은 쉴 곳이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필히 발을 내딛어야한다면 당신처럼 우직한 곳이 안성맞춤일테지. 풍화를 겪고 퇴적되는 찌꺼기들을 만들기엔 인간의 생은 덧없이 짧기에 애써 발을 급히 뗄 필요도 없을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건 이쪽의 사정이고 상대를 따져보자면 사람은 안정에서 고착화 되면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한다. 당신과 같은 겉모습을 가진 이는 더욱이. 헌데 이상하게도 불편한 기색은 전혀 없이 오히려 단호하게 저 자신이 마음에 든다니 이를 내칠 멍청이가 누가 있겠는가.) 이번 여름 밤은 길었으면 좋겠군요. (단지 여흥을 즐기듯 한여름밤의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의자에 기대고있던 등을 떼어내 테이블에 몸을 기댄다.) 세상의 형평성을 놓고보면 크나큰 기대에는 언제나 약간의 대가가 필요한 법이죠. 스카이 다이빙이나 번지점프를 생각해봐요. 보다 짜릿한 재미를 위해 스릴을 감수하지 않습니까. 당신의 귀한 시간으로는 지금 이 자리를 얻었으니 이제는 증명만 하면 되겠습니다. (손을 뻗어 네 손끝을 톡 건드린다.) 미스터 클란. 당장 키스해줘요. 겁난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주의를 받았건만 달라지는 건 없다. 난 올곧게 표현하고 당신은 거를지 받아들일지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니. 서술형도 아니니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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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지금 감수해야 할 가장 큰 점은 시선이 되겠군요. (분위기 좋은 최상층의 레스토랑, 그리고 한산한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웨이터까지. 저는 이런 개방된 공간에서 낯 뜨거운 짓을 할 위인은 아니었다. 눈앞의 그도 모르지 않았을 테지만 부러 고집하는 것은 아무래도 주변이야 어떻든 상대와의 구색이 갖추어졌을 때 무언가 행해야 함이 먼저이리라 짚는다. ) 그리고 당신의 고집을 받아주는 것까지.(끝내 벗지 않던 장갑의 끝자락을 당겨 제 맨손을 내보인다. 그 아래로는 드러내지 않았던 예의 하얗고 작은 보석이 박힌 반지가 형태를 내보였다.) 이건 전화 한 통에 이곳까지 달려온 이를 위한 나름의 보답입니다. ( 일전의 일을 잊지 않았다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 의미야 따로 붙인 것이 없다지만 이는 눈앞의 이가 판단할 일이었다.) 그런 것은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피하고 싶지만, 겁이 아는 것은 아닙니다.(가늘게 눈꼬리가 올랐고 이런 상황에서의 시선 가는 행위는 썩 긍정적인 의미가 아님은 분명했지만 성급한 이에게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물음을 던지고자 했다. 제 손을 그의 손 위로 올려 덮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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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어떤 선택을 하던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의 의견과 그에 묻어나는 생각이 궁금했을 뿐이다. 자고로 이 발칙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라는 수단이 가장 알맞았고 안데르손은 이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을 꿰어내고 그에 맞는 퍼포먼스로 유혹하면 누구든 홀리길 마련인데 오늘은 그 상대가 만만치않다는게 관건이었다. 손 끝에서 간지럽히는 가죽의 촉감이 순식간에 사람의 체온으로 변질되어 손등을 덮는데 그 보답이 예상치도 못한지라 보기 드물게 놀란 표정이 된다. 이걸로 만족하란건가. 의도가 명백했다. 콧잔등과 눈썹이 찌푸려지고 잔뜩 상기된 볼살이 올라갈 정도로 웃음이 제법 크게 터진다. 다급하게 빈 손으로 낯을 쓸어내며 갈무리 짓지만 도통 돌아오질 않아 자신이 졌다는듯 조용히 숨을 내뱉는다. 확실한 건 키스와 비할 수 없이 보답이 마음에 든다는 거였다. 가벼이 손장난을 치며 손가락을 얽어가다 맥이 뛰는 자리까지 침범하여 살결을 살살 어루만진다.) 그거 압니까. 이거 웨딩반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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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웨딩? (웨딩 반지를 끼고 내보인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속으로 의문을 표했어야 했을 단어가 미간의 찌푸려짐과 섞여 입 밖으로 나왔다. 정말 드물게도 이는 저 또한 제가 던진 ' 이것으로 만족하라'라는 것에 다른 사실이 겹쳐져 당황스러움을 짧게나마 가리지 못했다는 것에 가까웠다. 그것의 정체를 알자마자 기억은 되감아져 이전의 되짚는다. 이런 것을 왜 로비에서 내밀고 다니는 것이며 그것을 남에게 버젓이 걸고는 도로 가져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니. 결국 끝은 로맨틱을 찾으러 왔었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설명될 길이 없으니. 저는 화려한 언변의 유혹 중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고 이것 또한 제 성질 중 하나였다. 반드시 그것들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패를 내미는 것. 새삼스럽게도, 딜러의 이름표가 그에게 나름의 적성에 맞았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내보인다. 무언가를 따내려는 이에게 변수를 던지는 일 만큼 흥미로운 것도 드물기에. 다만, 이번에는 본인도 그가 내민 패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 다른 점이겠다. 그것이, 이 상황은 카드 놀음이 아니니까.) 공공장소에서의 키스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꽤 놀라운 사실이군요. 아무에게나 유려한 멘트와 함께 내밀고 다니던 것 아닌지. (물론, 이것은 그에게 내보내는 사소한 복수이자 어떻게 답해볼 것이냐, 따위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 공공장소에서의 낯 뜨거운 행각 - 을 피하려는 질문에 가까웠다. 그 반응을 즐기는 것은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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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미스터 클란. 이제야 말하는거지만 전 배우자는 없고 이혼을 두번 했습니다. 첫번째는 배우자의 질투였고 두번째도 배우자의 질투였어요. 제가 아무데나 유려한 멘트나 남발한다고 하더군요. 도리가 있어 되도록 선은 지키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무언갈 성취하려면 도전적이어야 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들쑤시면 시간낭비 돈낭비 감정낭비겠죠. 당신 말대로 해리는 아무에게나 그러겠지만 이 반지는 안데르손으로서 선물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당신은 그 아무나가 아닙니다. 전 석탄 속에서 다이아를 찾은거고 그게 당신입니다. (담백하게 고백을 전부 읊은 다음 잔을 들어 목을 축인다. 그저 회피해도 될 심문이었지만 당신이 깔아준 자리는 피하고싶지 않았다. 되레 손꼽아 기다린 것처럼 반응해왔다. 스스로도 이 점을 깨달으면 맞잡은 손에 힘이 실려 상대 또한 저처럼 테이블 가까이 기대게 만든다.) 제가 이번 세번째도 이혼하게 될까요? 그런 류의 질투라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만. (작은 속삭임이 네 발언을 앙증맞은 질투로 치부한다. 손가락이 날아간 이후 여태까지는 도박을 꺼려왔지만 당신이 만들어준 판이라면 기꺼이 참여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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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줄줄이 이어진 고백과 같은 솔직함은 보통, 본인이 내뱉던 것이지만 눈앞의 이가 웬일인지 과거의 일부터 구구절절 내어놓는 것이 아닌가. 결국 알 생각이 없던 과거사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들어버리고 만다. 고작 사생활로 걸고 넘어갈 만큼 남을 결속하는 취미는 없던 터인데, 갑작스레 남을 질투하는 이로 치부되어 버린 것에 맞잡힌 손끝으로 테이블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다 당겨짐에 몸이 기운다.) 제게 기대하는 것이 많으신 모양이로군요. 그렇게 되는대로 지불한다면 파산당할 겁니다.(고객 하나쯤 홀랑 벗겨먹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물론 그것은 딜러일 때의 이야기로, 돈을 거는 것이었지만 이번은 상대가 돈이 아닌 무엇을 걸어주었으면 하는지가 어렴풋이 보여 저 또한 결이 다른 신중함을 둔다. 도박판에 걸 것이라고는 자신이 전부였으므로, 저 또한 딜러이면서 도박에 참여한 꼴이 된다. 마찬가지로, 어떻게 패가망신하는지를 잘 봐왔던이라 도박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지만 과거를 내뱉은 만큼의 보상을 내어주는 것이었다. 아주 약간의.) 그래서, 안데르손은 무슨 이유로 화려한 것에 손을 대지 않고 굳이 까다로운 것에 손을 댔는지. (유려한 말이 아무리 쏟아진다 한들 쉽사리 홀리듯 빠지는 사람이 아닐 터였고, 그라면 손쉽게 로맨스를 쟁취할 이들이 많았을 텐데. 수많은 종류의 식사가 나오기 이전까지 그런 연유나 들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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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그 반지가 얼마인지 알아보진 않았나보군. 이미 되는대로 지불한지 오래인데 말야. 순진한 구석이 있는 건지 예의가 넘치는 건지 분간이 되질 않았지만 어느쪽이던간에 참 당신답다는 생각을 한다. 어딘가 맥이 빠지는 어처구니 없는 기분이 들어 괜시리 입맛만 다시고 의자에 몸을 도로 기대버린다. 다리까지 껄렁하게 꼬면 해리는 전혀 없고 안데르손 뿐이다.) 당신같은 인연에 값을 매기고 싶진 않아서 말입니다. (말에 힘이 실린다. 중의적인 의미였다. 해석은 상대에게 떠맡기고 물음에 답할 준비나 하는데 무엇이 어려운 건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거기다 고민을 더한다.) 듣고 안 도망칠 자신 있습니까. 까다로운 신사분? 장르로 따지자면 로맨스인데 내성이 생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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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저는 물질주의적인 면모가 강하긴 했지만 이번은 유별났는지 반지는 오롯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함에 가까운 용도로 -오전부터- 손가락 한편에 걸치고 있었던 터였다. 보통 고객이 선물한 것은 처분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답지 않은 변덕이었다. 먹인 듯한 느낌에 눈썹이 미미한 호선을 기리고는 눈앞의, 드물게 맥 빠진 안데르손을 눈에 담으며 다시 잔을 기울인다.) 그렇습니까. 저 또한 물질적인 것을 바라고 오늘 당신을 만난 것은 아니니 이건 엇비슷하겠군요.(거짓말은 하지 않는 편에 가까워 제가 말하는 것은 오롯 진실에 가까웠다. 성정 탓에 남에게 비수를 선사하는 꼴이 대부분이었지만 .) 예. 도망친다면 제 쪽이 미스터 안데르손의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그야말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 선포를 한 것과 마찬가지인 말을 내뱉고는 어색한 호칭을 흉내 내듯 입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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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에 코웃음을 치더니 테이블을 양손으로 꽝 내려치고 일어난다. 형사처럼 상체를 낮춰 상대를 무섭게 쏘아보면서 달콤한 목소리 위로 은근한 선율을 얹었다.) 내가 당신을 가지려는 이유는 원주율처럼 끊임없이 많아. 별을 수를 세어본 적 있나? 사하라 사막의 모래알은? 하다못해 할리우드의 배우들은? 명심해! 아마 오늘 여름이 다 가기 전에도 끝나지 않을 거야! 그럼에도 궁금하면 지금부터 잘 들어! (목청이 원체 큰 사람인지라 레스토랑을 전부 울릴 정도였다. 보통 같았으면 민폐였겠지만 그는 탁월한 쇼맨쉽이 있었다. 큰 기럭지와 매끄러운 목소리. 그리고 평타 이상은 먹고들어가는 외모 덕분에 사람들은 별 말없이 삼삼오오 구경을 한다. 무반주여도 뻔뻔하게 의자 위로 펄쩍 올라가 테이블에 발 한쪽을 올리고 연설을 하듯 양 팔을 벌린다. 그리곤 '금발이 너무해'의 'there! right there!'을 개사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https://youtu.be/15uQIyGe62M
오, 미스터 클란! 이 남자를 봐! 저 지적인 눈빛을 봐. 저 섹시한 분위기는 어떻고. 저 날렵한 몸매 좀 봐. 그는 틀림없이 유부남일거야. 완전히! 절대! (테이블을 훌쩍 뛰어넘어 네 앞에서 착지하더니 뒷짐을 지고 반 바퀴 돌아 등 뒤로 가서 선다.) 아직 단정 지을 순 없어. 그런 거라면 카사노바도 그렇잖아. 저 남자는 유부남이 아니야. 아님 말고! (네 어깨에 양손을 터억 얹고는) 완전히 애매모호한 걸. 아이슈타인도 풀기 힘들걸. 역사적으로 꾸준히 거론되었지만 증명하긴 정말로 어려운 문제! 하지만 이 깔끔한 머리를 봐. (왁스칠한 머리털을 들어올린다.) 이 번쩍거리는 구두도. (네 종아리를 번쩍 들어올려서 구두를 자랑한다. 다들 수긍하듯 오, 하고 탄성이 나온다.) 우리들 앞에 서있는 이 남자의 진실. 풀리지 않은 세계 7대 미스테리지. 그래서 도대체 뭐야? 유부남이 아니면 카사노바! (간극) 유부남이나 카사노바. 불가사의해. 그는 유부남이나 카사노바. 뭐야. 나한테 살짝 알려줘. (네게 귓속말을 전달받는 시늉을 하고는 빈 테이블에 놓인 식탁보를 한번에 빼내어 제 몸에 두르고 우아한 자세를 취한다.) 눈이 내리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음왕자랬어. 그래서 그도 이렇게 차가워진 것이 분명해. 약간 깐깐하긴 해도 철두철미하지. (거기, 주목해! 하고 추임새처럼 클란의 말투를 살짝 흉내낸다.) 그 빈틈없는 완벽함에 다들 넘어가. 하지만 분명 허점은 하나 있어. 본인은 절대 모르지. (리듬감 있는 걸음으로 직원에게 걸어가 하얀 천을 둘러주고 홀라당 가버린다.)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정답을 맞추려면 여름이 다 가겠어. 잠깐, 요즘 카사노바는 종종 냉정한 컨셉이기도 하대! 오, 이런. 그에게서 사랑스러움을 빼둘 순 없지! 이 어리숙하고 순진무구한 아기 펭귄을 좀 봐. (박수를 친 뒤 클란에게 손가락 총알을 쏴 관객들의 이목을 보낸다.) 그는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아니면...
오, 저기 좀 봐! 이 상황이 황당하다는 무뢰한을 좀 봐. 따지고보면 모든 사람들은 고리타분하게 살아가지. 그러니 저 사람은 그저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유부남일 뿐이고 카사노바는 절대 아냐. 아니면 말고. (제 팔짱을 끼고 느적느적 돌아다닌다. 뮤지컬이라도 한 건지 목소리만으로 공간을 장악한다.)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하기 어려운 문제. 이런 쓰리피스 수트를 입고 비즈니스 케이스를 든 남자는. 자동적으로. 근본적으로. 틀림없이. 확실하게. 적절하게. 단언코. 유부남! 무조건 유부남! 유부남!!! 오, 그런 표정 짓지 마! (얼른 네 뺨에 쪽)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그는 갓 뽑은 bmw처럼 매력적이고 세련됐지. 그는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저 사람 1층에서 본 그 사람이잖아. 로맨틱을 사랑하는 가슴 따뜻한 남자. (네 가슴팍을 끈적하게 쓸어만지고 봄바람처럼 멀어진다.) 카사노바도 분명히 꿈을 속삭이고 싶을걸. 분명 일회용은 아닐거야. 그야 옆에 내가 있는걸.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아리송해 죽겠어! 그래요. 인정해. 내가 지금 네게 홀딱 빠졌다는 걸 말야. 와우!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코카콜라와 펩시를 고르는 것보다 어려워! 하지만 난 준비된 남자라 둘 다 마실 준비가 되어있지. 그는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유부남일까 카사노바일까! 유부남인지 카사...
잠깐만! 몇 가지 질문 좀 해볼까? 오늘의 주인공. 미스터 클란? 그래서 신사분. 불건전한 만남을 가진 경험은? 없습니다. 그 반지는 누가 선물했나요? 접니다. 첫키스는 누구랑 했죠? (말없이 손바닥으로 저를 가르키자 사람들이 웃는다.) 브라보! 답이 나온거 같죠? 불건전한 연애를 한 적도 없고 반지는 내가 줬고 첫키스도 나랑 했어요. 이 바보 같은 달링. 당신은 정말 귀엽고 깜찍해. 좋아. 함정에 걸렸어! 됐어. 이제 숨기지 않을 거야!
신사숙녀 여러분! 주목하세요! 이 남자는 유부남도 아니고 카사노바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창피할 필욘 없죠. 그는 아주 조금 체면을 차릴 뿐이랍니다. 단지 무안을 주려는 게 아니에요. 내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그런 거 치고는 어딘가 얄미운 구석이 만연하다.) 맹세하건데 그는 유부남도 아니고 카사노바가 아니랍니다. 아직은 사랑을 모르는 작은 눈사람이에요. 비보단 눈이 잘 어울리고! 카지노보단 법정이 잘 어울려! 닥치라고? 아직 안 끝났어. 그러니 이제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그는 내 신데렐라이고! 그는 내 양철나무꾼입니다! 그리고 내 남자예요! 그래 좋아. 소원이라도 들어줄래? HORAY!!! (기나긴 노래가 끝이 나면 박수갈채가 억수같이 세차게 쏟아지고 그 사이로 휘파람과 칭찬들이 폭죽처럼 펑펑 터졌다. 이 정도면 이 건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안데르손과 클란을 알아볼지도. 무대를 선보인 배우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전하고 노래의 주인공을 쳐다본다. 어때? 도망갈 생각은 없고?) -
해리 38 G (테이블을 강하게 치고 몸을 일으키는 것에 상체를 조금 뒤로 물러 무엇을 말하나, 싶다가도- 갑작스레 선율을 머금어 즉석 뮤지컬이라도 벌이는 듯 퍼포먼스와 함께 울리는 듣기 좋은 목소리에 하나둘 모이는 웨이터와 손님과 같이 감탄사를 자아내기보다는 굳었다고 하는 쪽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나올 이었다는 것을 간과했다. 1층 로비에서 그렇게 봐 놓고! 결국 제 얼굴을 손으로 덮고 있자면 판은 점차 커지기 시작해, 이곳에 있던 이들이 아니라, 소란에 다른 층의 이들까지 삼삼오오 몰려 구경거리의 중심에 동참하게 됐다. 배우가 되어주겠다고는 했지만 이런 식의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저를 향해 하는 말들 하나하나가 당장이라도 도망가지 않고는 못 버티겠지,의 뉘앙스를 첫 문장부터 내지르는 그 입을 틀어막고 싶은 것을 속으로 꾸역꾸역 삼킨다. 그러다가도, 제 머리카락이나, 다리를 갑작스레 들어 올릴 때면 그 표정이 깨져 눈을 깜빡인다. )
당신, 이럴 작정.. (즉석 뮤지컬의 사이로 말을 하자 하면 또다시 뺨에 입을 맞추고는 끈적한 손길을 남겨, 밀어내자 하면 금세 멀어져 있는 것에 짧은 헛손질을 해 그대로 주먹을 쥔다. 물론, 당연하게도 힘이 꽤 들어갔을 것이다. 첫 키스나, 반지나 하나도 틀린 말은 없었지만 문제는 이곳의 수많은 이들이 제가 무엇을 했는지 공연의 일부로 전부 듣고 있는다는 점이 제 신경을 있는 대로 긁어댔다는 것이다. 그것이 끝까지 치밀어 오르려다가도 들이치는 구절과 행동에 번번이 그 타이밍이 끊겨 어정쩡하게만 만든다. 기어코 화려한 언변과 퍼포먼스, 몸짓까지. 박수갈채 아래에서 완벽한 무대를 끝낸 이는 얄밉게 저를 본다. 이 상황에 태연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이도 분명 너무나도 아주 잘 알 것이고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수많은 이목을 모았을 터였다. 제가 그 중심점에 있는 이가 아니었다면 박수라도 보낼 수 있을 정도였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성큼거리며 이곳을 벗어나려 세 발자국 정도 움직였다, 별안간 몸을 돌려 예의 그 얄미운 얼굴을 하고 있는 웃음 아래의 팔을 잡아 레스토랑 입구 옆의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들어간다.)
안데르손.... (무게 있는 문이 느릿 닫히는 소리가 나자 그제서야 입을 떼었고 그 짧은 부름 아래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었을 터다.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도 없는 기묘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의 공연만 시작되면 어떻든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탓에 뒤의 벽을 짚은 채 드물게 낮고 소리없는 한숨을 내쉰다. 소원이고 나발이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쨌든 또 이렇게 나오니 기어코 들어주기 싫었는지 그를 여기까지 끌고 와버린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졌을지는 뻔했지만.. 그곳에 남는 것보다야 낫다. 코트는?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제 서류가방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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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분명히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관객들이 많지 않았는데 끝을 내고 보니 팬클럽 수준으로 많아지자 살짝 당황한 감이 있었다. 이정도로 일을 벌릴 생각은 없었는데 말야. 안데르손의 최대 단점이라고 하면 지금 이런 광경이라고 해야겠다. 일행은 이미 단단히 토라져 제게서 등을 보이는데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성공을 직감하며 환호를 던지는 팬들에게 손키스와 인사를 아낌없이 선물해준다. 하지만 이마저도 곧 막을 내렸고 네게 질질 끌려간다. 공연은 공연으로 끝내고 무대의 뒤에서는 단 둘만 남는다. 칙칙하고 쌀쌀한 냄새. 벽 하나를 두고 극명하게 공기가 갈렸다. 저 너머가 자신의 공간이라면 여긴 당신의 공간이겠지. 저 또한 당신과 마찬가지로 한숨 돌리며 난잡하게 구겨진 셔츠와 넥탕이를 다듬었고 군말없이 벽에 착실히 기대선다. 차라리 이 편이 더 좋았다. 분위기 잡기도 당신을 관찰하기도.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눈빛이 상대를 낱낱히 살폈다.)
푸.. 흐흐.. (빳빳한 종이같은 얼굴이 복잡하게 변하는 건 좀처럼 보기 어려우니 지금 이 기회에 확실히 눈에 담아둔다. 정성을 쏟은 보람이 있었다. 입새로 삐죽삐죽 새어나오는 웃음소리가 박장대소로 변한다.) 하하, 아하하! 이 사랑스러운 사람. 콧대가 단단히 밟혔군. 내게 복수라도 하려고 앙심을 품은 건 아닐까 걱정이 돼.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 말야. (네게 이마를 부비면서 관자놀이와 뺨에 입도장을 연신 찍어대고 귓가에 짓궂은 조롱을 흘린다.) 내 고백이 이렇게 도망갈 정도였습니까? -
해리 38 G (눈치가 있다면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을 공간이었기에 시선은 더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화려한 조명 반대편의 지독하게도 조용하게 가라앉은 공간. 이는 저와 그의 차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했다.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지만 그 어느 곳도 닮지 않은. 입가로 새어 나오는 웃음이 곧 크게 터져 나 이리저리 비비고 입을 맞추는 행위에 한쪽 눈이 찌푸려지듯 반쯤 감겨 네 어깨를 잡는다. 이어 귓가에 대고는 소곤거리는 말에 눈매가 미묘하게 올라 어깨 위의 옷자락을 구겨져라 쥐었다 놓는다.) 고백이 아니라, 제게서 약속을 받아내려는 행위에 가까웠다고 생각됩니다만. (내용이야 어떻든 저 답지 않게 군 것도 맞았다. 로맨틱한 대사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되면 당한 것은 제 쪽이지 않던가.) 어디 그 자칭 고백이라 불리는 것으로 받아낸 소원이라는 게... 뭔지나 들어봅니다. (저도 하나, 그리고 상대도 하나. 윈윈인 샘인 소원이었다. 들어주는 것이야 마음이겠지만 이제 와 안된다 하기에도 제 나름의 규칙에서 벗어나니 적당한 것까지만 들어주겠다 덧붙인다. 저를 관찰하듯 보는 눈을 마주하자면 이 또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아 반지가 걸린 쪽의 손을 들어 눈 위를 덮어둔다.) ...고백이 요란했으니 소란이 멎으면 어디든 머무는 게 좋겠습니다. 눈을 붙이던, 그곳에서 내버리고 온 식사를 다시 삼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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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기껏 정리해놓았더니 다시 상대로 인해 옷자락이 볼품없이 구겨진다. 뭐 어때. 이미 진탕 논 마당에 이런 흔적쯤은 하나 남아도 좋잖아. 그저 좋게 생각하며 네 마음대로 다 하라는듯이 고개를 젖혀서 뒷통수를 벽에 댄다. 흡사 건방진 괴도와 그를 심문하는 경찰같은 포지션이 되었다. 이야깃거리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거 참 속상하네요. 미스터 클란이 그렇게 큰 보물을 내놓으니 저도 어쩔수 없었습니다. 약속을 받아내려는 건 맞지만 전부 거짓말은 아녔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면 오만한 신사가 태어난다. 짝다리를 짚고 고개를 사선으로 기울여 눈을 느리게 감아낸다. 일부러 텀을 둬서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같잖은 배려였다. 곧 시야가 차단되긴 했지만 이것도 일종의 회피수단이겠거니 싶어 가볍게 웃기만 했다. 이거야 원. 숨바꼭질 하자 해놓고 얼굴만 숨긴 꼴이지 않나. 눈 가리고 아웅이지.) 커튼콜 대신 미스터 클란의 무대도 궁금하네요. 진솔한 고백이 담겨있었으면 합니다. 관객도 오로지 저뿐이니 방금처럼 창피할 상황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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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소원입니까? (안데르손의 행동에 제 짙게 솟은 눈썹이 눈에 띄게 찡그려졌다가도 돌아온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 상황을 타듯 시건방지기 짝이 없어 이런 행동을 내보이는 이는 제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을 터였다. 저를 모르나? 알고서야 내보이기 힘든 그러니까, 정확히는 호감을 반감시킬 행위였지만 감내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공을 들인 것에 대한 나름의 호응이 이 정도. 속으로 의미모를 낮은 웃음이 난다. 웃음을 걸치는 이는 아니라,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썩 달갑지 않은 표현. 무엇을 내놓고 나면 건방짐을 얹는이라지만 그마저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저는 이처럼 화려한 무대나, 고백 따위를 준비한 것이 없었다. 즉석 공연도 재능이다. 끔찍한 판을 벌이는 것과는 천지차이였기에, 대신 그가 그리도 테이블 위로부터 원하던 것을 주고자 그 너머의 벽을 짚은 채 고개를 틀어 완전히 포개어 겹친다. 그것에 짧은 숨결이 닿아, 곧 입술을 물려 스칠만한 거리만을 둔 채 눈을 가린 손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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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해리와 안데르손은 큰 차이가 있었는데 바로 이런 점이었다. 겸손할 줄 모르고 짓궂은 구석이 강하다는 것. 그럼에도 같은 사람이긴 한지라 둘은 완전히 나눌 수 없었고 공통 분모를 따지자면 어느 정도 교집합을 지니고 있었다. 안데르손은 해리와 마찬가지로 낭만적인 사고를 뽐내는 걸 좋아해서 그에 걸맞는 성취를 종종 허세부리며 자랑해보였다. 무대를 끝마친 배우가 어깨가 우쭐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 아무렴. 상대가 이런 모습을 싫어하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몰랐다. 정말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만 가득했는데 이제와서 발을 빼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당신같은 성격이라면 진작 뺨이라도 후려갈기고 욕을 퍼부었을거라 짐작했기에. 공연이 시작하기 전 홀이 어두워지는 건 순서 중 일부도 되기때문에 잠자코 커튼이 열리기만 기다린다. 기대감에 마른 입술을 축이자 신기하게도 온기가 짙게 포개어져 맞물린다. 짧게 숨을 쉬는 소리나 풍기는 체향이 감각을 곤두서게 만든다. 커튼이 열린다. 건방은 이미 눈 녹듯 사라져 본연의 감정만 남는다.) 크리스마스가 벌써 왔나봐요. (네 허리에 팔을 둘러 안고 거듭 입을 맞춘다. 섞이는 말문 사이로는 들뜬 여운만이 오간다.) 루이 암스트롱의 라비앙 로즈. 불러줄 수 있습니까. 키스로 끝내기엔 아쉬운 감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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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그는 언제나 제멋대로였지만 이를 언제나 감수했다. 제 변덕은 꽤 유효한지라 그 모든 것을 알고서도 보고자 한 것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허리를 둘러안아 입을 맞추어내는 행위에 고개가 밀려났지만 그것을 피할 정도의 거리까지는 되지 않았다. 이어지는 입맞춤을 받아 차분한 향수의 향과 숨결이 섞이나 들면 제 손을 들어, 딱 손바닥 위로 입술이 닿아나는 것에 짤막한 거리를 밀고는 손을 내린다. 저를 위한 무대를 선보였으니 - 물론 곤란하게 하는 것이 7할 이상이었지만 - 소원의 연장 즈음은 들어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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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개사에는 한참 못 미치는 정도의 낱말이었다. 그야, 저는 이러한 것을 입에 담아본 적이 일평생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 다행인 것이라 함은 누구든 한 번쯤은 귓가에 오르내렸던 노래였다는 것이다. 그중 그에게 가장 걸맞은 부분을 잘라 내민다. 로맨스라고는 한 뼘도 가지지 않은 그 입에서 이질적인 것이 내뱉어지고 나면, 관객의 반응을 기다린다. 썩 형편없는 무대였지만 그 무대로 끌어올린 것은 당신이 아닌가?) -
클란 32 D (이질적인 그림은 어느 누구든 매료하기 쉬웠다. 유행보단 개성을 추구하는 쪽이 관심을 끌기 쉬운 것처럼. 당신이 그랬다. 딱딱한 설탕코팅을 가르면 부드러운 크림이 있다거나 그걸 떠서 먹으면 마냥 달지만은 않았고 오히려 시큼한 편이었다. 로맨스는 그 클리셰속 작은 독특함으로 되살아난다. 그러니 당신은 로맨스영화의 엑스트라가 아닌 주연임에 틀림없다. 빈 공간은 아름다운 음색만이 감돌았다. 짧기는 했지만 그만큼 강렬했기에 구태여 투정부릴 생각따윈 없었다. 감상을 끝내면 상대의 어깨에 머릴 기대고 그 뒤를 이어나간다. 묵직한 재즈풍의 노랫마디가 머리맡에서 사근거렸다. 카메라가 찍고있었다면 명장면 TOP3에 들어갔겠지만 불청객은 예고도 없이 찾아오길 마련이다. 벨소리가 들렸다. 제 주머니에 나는거라 객쩍게 그 전화를 받는데 무슨 청천벽력이라도 들은 사람마냥 놀라며 급히 비상구 문을 열어 레스토랑 안을 살펴본다. 육성으로 욕이 나왔다. 공안이 뜬 것이다. 게다가 이쪽으로 오고있다. 길어도 1분. 분장을 하고 오지 않은 게 실책이었다. 계단을 타서 도망치면 되겠거니 싶었건만 밑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그 틈을 확인하니 하필 또 아는 형사들이다. 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비집어넣고 네게 다가와 팔뚝을 붙든다. 무슨 잘못을 숨기려는데 숨겨지지않는 표정이 선연하다.) 여기 비즈니스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겠죠? (단추를 풀지도 않은 채로 제 옷가지들을 단숨에 위로 젖혀 웃통을 깐다.) 그러길 바랍니다. 달링. (상대를 칭하는 호칭은 달디 단데 다급하게 네 넥타이를 끄르고 셔츠단추도 다 풀어내 벗겨버린다. 급기야 미친 놈처럼 바지 버클도 풀려고 안간힘을 쓴다.) 클란. 미친 소리 같겠지만 당장 섹스하는 척 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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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 답이 썩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더 무어라 말을 덧붙이지 않은 채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 사선으로 기울어진 시선이 그 감상에 잠긴 뒷머리에 머문다. 별다른 행동을 보이진 않으니 그렇게 짧은 상념에 잠기게 두려다가도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에 흐름과 정적이 깨진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이어지는 행동들이 가관이다. 어쩐지 이상하다 생각했다. 멀쩡한 이름과 모습을 가지고도 해리라는 이름에 의문을 크게 두지 않은 것이 결국 이 사단을 만들어놓고 만 것이다. 척 봐도 쫓기는 이 같이 다급한 모습은 그의 첫 만남을 연상시켰지만.. 그 상황보다 더 바빠 보이는 모습이, 위기라는 것을 인식시켜준다. 다만, 위기는 눈앞의 그에게만 찾아온 것으로 저와는 사실상 - 아무런 - 연관이 없는 것에 가까웠다. ) 없습니다만.. 갑자기 뭡니까?(비즈니스적으로 아는 이라면 없기야 했다. 애초 이런 사람을 만날 때 아는 이가 있는 장소로 부를 리도 만무했기에. 스트립쇼 마냥 옷가지를 벗어내며 웃통을 거리낌 없이 내던짐에도 손끝조차 움직이지 않은 채 방관하다 제게 손이 뻗어지자 바로 반응한다. 단정히 매인 넥타이를 끌어내리며 단추를 푸는 것에 한쪽 팔을 잡다가도, 바지 버클까지 손을 대자 저 또한 답지 않게 역정을 낸다.) 당신.. 미쳤습니까..! (저는 사회적 이미지를 생각 이상으로 중시하는데 이런 복장과 모습으로 나온 상황에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섹스하는 척이라니. 그럴 수 있을 리가, 체면을 비교적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딜러인 클란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 클랜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이렇게 착장을 갖추고 왔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자 장갑을 낀 손으로 바로 보이는 머리채를 쥐어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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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그래. 넌 날 말려라. 난 널 벗길테니. 서로 본분에 최선을 다하자고. 이쪽도 난처하긴 매한가지였다. 이대로 붙잡혔다가는 감옥신세까진 아니었지만 최악을 상정하자면 재판장에 넘겨질 뿐더러 자신의 신분에 위험이 가기 때문이다. 뭐 재판을 받는다고 해도 법복을 입은 당신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건 로또맞을 확률인거고 어쨌든 데이트는 좀 더 로맨틱한 편이 좋았다. 이 방법이 제발 먹혀야 할텐데. 머리끄댕이가 잡혀 밀리면 그대로 밀려주면서 아예 네 가슴팍과 배에 뺨을 부비고 주르륵 내려가 한쪽 무릎을 반쯤 구부려 앉았다. 흡사 밑을 빨아줄 것 같은 민망한 모양새가 되었다. 살갗을 따라 등허리를 더듬던 손도 뱀처럼 미끄러지듯 허벅다리 뒷편에 자리잡혀 얌전히 좀 있어봐라고 힘을 꽉 주었다 놓는다. 발소리가 점점 위로 올라온다.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리고 문고리가 돌아가는 쇳소리가 나는 동시에 비상구는 경악에 찬 고함소리가 가득찬다. 웬 헐거벗은 남성 둘이서 물고빨려고 하니 다들 그런쪽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빨리 문을 닫으라는 둥 도대체 무슨 짓이냐는 둥 안데르손과 클란-불쌍한 공범자-을 힐난하기 바쁘되 공통점을 꼽자면 다들 이 뜨거운 현장에서 부리나케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안데르손의 의도대로 됐다! 뭐. 당신 마음은 마음대로 안됐지만...) 저희 다 벗었습니다! 속옷 좀 입을게요. 열지마세요. 올라오지 마시고요. 들어가서 기다려주세요. 제 파트너가 창피해 해서요! (눈썹을 팔자로 꺼뜨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마냥 시선을 올린다. 미워하지말아요. 하는 뉘앙스. 주섬주섬 네 셔츠를 주워다 주는데 급하게 벗기느라 단추 서너개가 시계추처럼 흔들거린다. 일 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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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단둘이면 모른다. 아니.. 이마저도 제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영역임에도, 아무래도 말로 치자면 만남이라고 불리는 데이트 -아마 그럴 것이다- 상대를 제대로 확인하는 첫날부터 옷이 반쯤 헐벗겨진 채 남의 앞에서 그것도 남자의 머리채를 쥐어잡아 아래를 빨게 시키는 영락없는 몰골을 만천하에 보이고 만 것이다. 그의 손길은 퍽이나 노골적이었지만 그것을 느낄새는 없었다. 어쨌든 가려지거나 그의 발언 탓에 사실이나 다름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인지야 했지만... 얼음장 같던 얼굴에 파문이 일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가도 그래, 상황이 급박해서. 그 정도의 타협을 내밀어 뺨을 갈기고 싶은 손을 내려 주먹을 쥔다. 옷 정리고 뭐고 .. 그대로 멱살을 잡아 두 층 아래의 호텔 룸이 있는 복도로 질질 끌고 가다시피 해 방 문을 열어 그를 내동댕이친다. 화가 삭혀지지 않아 방금의 상황으로 엉망이 된 머리칼을 재차 뒤로 넘기며 문을 닫아 잠근다. 익숙한 것은, 이곳이 제가 머물고 있는 방이었기에. 두고온 물건이나 겉옷이야 하루 즈음 지나고 찾아가면 될 일이겠지. 잠시 머리를 식히고 속으로 상황을 정리한다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정신없는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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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무어라 해명하지도 못하고 멱살이 잡혀 실에 묶인 마리오네트마냥 이리 끌려갔다 저리 끌려갔다 한다. 새로 산 구두가 긁히거나 겨우 입은 셔츠도 엄청난 힘에 뜯어질 지경이었다.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도 상대가 머리 끝까지 화났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저는 제 운명을 직감한다. 곧 엄청난 화가 쏟아지겠지.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상대가 여태껏 화내는 걸 본 적 있어? 제법 섹시한 분위기잖아. 닥쳐 제발 그건 동의하지만 나와 그의 신뢰를 바닥내지 말아주라. 속으로 자문자답을 하면 아까보단 두려움이 가신다. 애초에 뻔뻔한 성격이 이 나이 먹도록 계속 유지되는 것도 겁대가리를 그만큼 상실했기 때문인지라. 상념을 끝내듯 방 안에 들어가는 즉시 패대기처져 바닥에 굴렀다. 뭐 곧장 벌떡 일어서긴 했다만. 서로의 몰골을 드디어 마주보니 실감이 난다. 참 추태가 이런 추태도 없다.) 잠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클란. 잠깐만요. 진정해요. 돌이킬 수 없는 수치라는 거 압니다. 정말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마땅하게 생각나질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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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이번은 이걸로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사과를 내뱉는 것에 결국 그의 뺨 언저리를 주먹으로 쳐냈다. 경쾌할 정도로 큰 타격 음이 났고, 뒤는 침대가 있으니 꼴사납게 바닥에 나자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진심이 담긴 주먹질이었으므로 제 손목도 지끈거려 털어내고는 장갑을 벗어 아무렇게나 패대기친다. 잘 맞춰 입은 정장은 엉망이었다. 거기에 분위기까지 폭탄을 맞은듯해 미간이 지끈거려 그것을 누르듯 펴내고는 벽에 기대어 선다. 아직까지 속이 들끓기는 했지만 상황을 봐서 한대 정도로 넘어가 주기로 스스로 타협한 것이다. 물론 하루 종일 이 방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도 감수해야 될 일이겠지만. )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들어야겠습니다. 이제는요.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부터 밝히셨어야.. 했겠죠. 그렇지 않습니까 안데르손. (그래, 이것을 먼저 들었어야 했다. 워낙 괴상한 고객이 많아 첫 만남때의 이상행동을 들추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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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결국 맞겠거니 싶었더니 진짜로 얻어맞는다. 큰 포물선을 그리는 주먹이 제 뺨을 후려갈기자 이쪽은 무방비했던 터라 그대로 턱이 젖혀지고 목울대를 긁던 탄성이 터져나왔다. 주춤거리던 몸뚱아리는 침대턱에 부딪혀 볼품없이 뒤로 넘어간다. 깔끔한 침대에 널부라진 채로 부어오르는 뺨을 잡고는 침을을 흘리며 자조했다. 갱인 척 지냈을 때 몸싸움 좀 많이 해둬서 다행이지. 마냥 곱게 지내왔으면 큰일 났겠어. 머리가 핑 도는 걸 부르르 털어내고 비척거리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궁금해한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천지차이였기에 안데르손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를 소개하라면 나쁜 쪽인 게 틀림없었다. 내용의 질이 이 모양이니 상대가 어지간히 관대하거나, 관심이 없는 이상 분명 자신에게는 마이너스였다. 어차피 당신의 판 위에 올라온 마당에 이거저거 따질 이유도 없긴 하지. 피곤하게 들어간 눈두덩이를 손날로 문질러 닦고 얕은 숨을 내쉰다.) 일종의 프리랜서입니다. 기득권들이 공개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공권력과 부딪힐 떄가 많아요. 그래서 분장으로 여러 사람인 척 하고 다니는 겁니다. 그 편이 속이는 데에 유리하니깐요. 방금 일은 지금 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랬고요.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오점을 빼고 말한다. 사기꾼이고 도둑인 걸 수갑 차기 전까지 어느 누가 선뜻 말하겠어. 주먹으로 얻어맞았음에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입술 사이로 담배를 물고 뒷주머니에서 지포라이터를 꺼낸다.) 속이 비어서 말인데 한 개비만 해도 되겠죠? 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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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기대고 있던 몸이 벽을 타고 주르륵 내려온다. 체면을 차릴 몰골이 아님에 굽혀진 양 무릎 위로 팔을 올려둔 채 숨을 내쉬자면 안경 아래의 미간과 콧잔등 언저리가 쉽사리 펴지지 않는다. 불거진 마디 끝을 보고 있자면 이어지는 목소리에 시선이 간다.) 붕 뜨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저 또한 공권력의 영역에 있으니 부딪히지 않을지. (너덜 해진 단추야 어쩔 수 없어, 넥타이라도 다시 단정히 끌어올린다. 그마저도 구김이 져 한바탕 난리라도 난 행색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손을 떼어놓고서는 잠시 숨을 돌린다. 그렇다면 제 일을 들었을 때 난처했을 텐데, 아직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음은 역시 그가 이런 일보다는 인연을 더 추구하기 때문이겠지 따위의 생각을 한다. 아니면... 이쪽을 믿고 있거나. 어쨌든 중요한 점을 짚자면 본인은 그리 천사 같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언제는 뭐든 물어보고 하셨는지. (키스를 빼고요, 짧게 덧붙인다. 담배. 술. 손도 대지 않는 것들이다. 원체 깔끔을 떠는 탓에 그런 것은 가까이하지 않지만 이런 것을 따지기에는 이야기의 무게가 있었다. 가벼은 손짓으로 그러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 사기꾼입니까? (적당히 총합을 해보자면 그렇다. 숨길 것이 없는데 변장은 왜 하며, 공권력과는 왜 충돌이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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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퉁 하고 지포라이터를 여는 경쾌한 쇳소리와 더불어 담배 끝에 불을 붙인다. 한동안 길게 빨아내더니 단숨에 절반까지 태우고는 서커스라도 하듯 짤막해진 것을 재떨이에 던져 안착시킨다.) 비슷합니다. 상위층이 제게 프라이버시가 가득한 일을 맡기는거면 찝찝하고 더러운 치부를 닦는 거나 다름없죠. 안심해요. 마피아같은 흉악한 짓은 이쪽도 사양이니깐. (검사라는 양반 앞에서 술술 부는 것도 제정신이 아닐텐데 다르게 생각하면 이런 사기꾼 앞에서 묵묵하게 있는 당신도 제정신이 아니지 않나. 안데르손은 얄팍한 확신을 가졌다. 자신이나 상대나 직업이 관계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으리란걸. 조금 전의 아수라장은 자신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았기에 금세 분위기를 회복하고는 침대에서 엉덩이를 떼고 방안을 찬찬히 구경한다.) 자백도 다 했으니 이제 재판 받으러 가면 될까요. 달링. 선망받는 직업이면 다들 행복하다고 하던데 마냥 그런 건 아닌가봅니다. (그러니깐 당신요. 현실에 찌들어 고달파보이는 널 지칭하듯 턱짓을 건네보이곤 지붕없는 테라스 쪽의 문을 열었다. 찬 바람과 빗물이 무릎 위까지 젖셔도 되레 기쁘게 마중을 나가선다. 그리고 singing in the rain의 노래 가사를 불렀다. 양 팔을 벌리거나 발을 구르는 등 극중의 인물을 흉내내는 제스쳐도 몇번 해보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도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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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안심하라고 하지 마시죠. 언제 당신의 뒷덜미를 잡아 넘길지 모를 일이니. (그가 어떻든, 제가 어떻든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휘말려 피한 것은 똑같으니. 다만 제가 하는 말들이 영 거짓말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저는 거짓을 고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기에.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철칙이었다. 내빼는 것도 모르쇠 하는 것도 제 적성에는 맞지 않았으니. 그러한 것은 그와의 일,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주변을 둘러보자면 아직 청소가 되지 않았을 방이 분명함에도 방 안의 모든 것들이 강박이 있는 이가 거쳐가기라도 한 듯 깔끔하게 각이 잡혀 아무도 들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널브러진 침대의 시트를 제외하면. ) ..그렇게 되기를 바랐습니다만,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죠. (행복하지 않다. 애초 행복이라는 건 본인과 거리가 멀었다. 사실상 집안이 폭삭 무너지기 이전도, 그 이전도, 그 이전의 이전도! 매번 성공만을 바라보고 살았지 않나. 이제 와 행복이라는 것을 되돌아보는 것도 우습게 느껴져 드물게 실소를 흘리고서는 몸을 일으킨다. 느린 걸음을 옮겨 폭우가 쏟아지는 테라스에 서 스텝을 밟는 기상천외한 모습을 열린 창들에 기대어 본다. 비바람에 제 구두가 젖었다. 새삼스럽게도 이것이 지금을 나타내는 듯해 그 독무대를 지켜본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온몸이 쫄딱 젖는 것을 방관하고 나서야, 입을 뗀다. 바보 같은 이를 보고 누그러진 것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인지, 제 틀에서 한참은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에 그 연유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
클란 32 D (방 안의 조명이 테라스의 어둠을 전부 잡아먹으며 일렁거리는 빛을 토해낸다. 빛무리들이 극을 장식하며 화음을 이룬다. 비에 흠뻑 젖은 사람은 무대를 가볍게 끝마치고 상대와 마주 선다. 새카맣게 물든 발치를 옮겨 당신 앞으로 다가갔다.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머리카락이며 늘러붙은 셔츠조각이나 발갛게 부은 뺨은 참으로 볼썽사나웠다. 누가 봐도 추한 차림이었지만 그것이 제 감정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은 전혀 없었다. 구태여 당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보여준 바로 충분히 대답이 됐으리라 믿으며 침묵으로 대신했다. 곧 다른 말을 잇는다.)
https://posty.pe/63xjh8
(보잘 것 없는 금박지 초콜릿으로 물었던 바를 다시금 꺼내며 빈 손을 내민다.) -
해리 38 G
https://ung00.tistory.com/5
그리고 이왕이면, 바램이 아니라.. 그러겠다고 말씀하시는 편이 훨씬 로맨틱할 거라고 장담하죠. (몰골이야 어떻든, 저도, 그도 비에 젖어 엉망이었을 테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두운 눈동자 안에 모습이 담긴다. 그곳에서의 짧은 인연이 아니었다면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이다. 저와는 다른 세계의 이. 영원하지 않을 것에는 손을 얹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다만, 인생이란 제멋대로 굴러가므로 그에게 다음날의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부러 외면한 손 위로, 손을 올려놓는다. 그에게 무슨 기대를 하고 있는 건지 본인조차도 그 근본을 가늠하지 못한 채. 제 소원 또한 그랬다. 한순간을 충족할 것이 아닌 이후를 기약하는 것. 제 선 안에서의 타협 선에 가까웠다.) -
클란 32 D 이런, 사기꾼에게 가혹하군요. (언젠가 서로에게 등을 돌려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들. 완전한 걸 쥐어도 완전하지 못할 망정 기어이 불완전한 걸 쥔다. 증명이 걸린 손을 움켜쥐고 턱가로 들어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그 위로 숨결을 찍어낸다. 조각을 잃은 퍼즐. 짝이 없는 신발. 먼지가 쌓여가는 이름 모를 물건들. 모든 인생들을 비유하자면 그러했다. 그럼에도 뭐 어떠랴. 가끔은 불완전해도 당신과 이리 맞물릴 수 있지 않은가. 그 대가도 필히 가혹하진 않으니 당신에게 기꺼이 차후를 약속한다. 우린 가냘프고 덧없는 관계이기에 부스러지지 않아야 했다.) 예. 그리 해야죠. 당신이 여유를 갖고.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사람의 자격이 그러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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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게만 아니면 됩니다. 남에게 치는 것 까진 무어라 하지 않을 테니. 그리 가혹한 것은 아니죠. (제 손을 드는 젖은 손길에 그 위를 한 번, 쥐었다 놓는다. 영원한 것을 바라는 이들은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었고 언제나 인생은 모든 갈림길에 놓여있다. 매일을 크고 작은 도박에 손을 올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이 속 모를 이와의 시간을 보내보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모든 것이 무마되기 마련이라면 이도 나쁘지 않겠지. 오히려 많은 것이 부족한 이들이었다. 추구하는 것도 바램도 다를 테지만.. 어쨌든, 인간이기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이것이 인생을 다르게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이나, 인연이나 전부. 숨결이 손등에 닿았다 떨어지노라면 이어지는 말을 제게 퍽이나 어울리지 않는 문장의 연속이었다.) 제 행복을 바란다니, 그렇게 만들어 줄 것처럼 구시는군요. 그리고... (부러 때린 곳을 꼬집듯 당긴다.) 맞을 짓을 해놓고 엄살 부리지 마세요. (물론, 진심이 들어간 주먹이었으니 꽤 아플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봐줄 성정도 아닌지라 모르는 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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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악! 제가 방금 거짓말 안한다고 했잖습니까. 스위티가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요. 그래서 말한건데 왜 또 이럽니까. 지금은 맞을 짓 한 것도 아닙니다. (띵띵 부은 뺨을 꼬집어 당기자 찌릿하고 퍼지는 통증에 난색을 표한다.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핑 돌기까지 한다. 자신이 잘못한 건 맞지만 그건 주먹 한 대로 퉁치기로 했지않나. 지금은 몹시! 매우! 억울하다.) 아파요. 아픕니다. 달링. 놓아줘요.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호소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인과응보로 네 양 뺨을 똑같이 쭈욱 잡아당긴다. 제법 억센 손길이다. 서로 비등비등한 힘씨름을 하다 당신을 이겨먹을 요령으로 뒤로 밀치듯 발을 안으로 들인다. 덕분에 당신 위로 넘어져 엎어졌다. 이 상황을 어디 견주려 치면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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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흠. 그러, (정말 아프기야 할 것이다. 붉게 부어있는 것이 눈에 선명했으니. 끙끙거리며 이도 저도 못하는 모습에 놓아주려 싶다가도 제 양 볼을 덥석 잡아당기자 미묘하게 눈이 커져 놀란다. 어느쪽도 지지 않으려는 듯 비등한 세기로 당겨지는 아픔보다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부분에서 놀란 것인지 짧게 굳는다.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 걸음에 기어코 발목이 꼬이듯 걸렸고, 뒤로 몸이 뒤엉킨 채 넘어가 큰 소리가 짧게 난다. 등이 욱신거리고 위는 무거움에 고개를 든다. 이 무슨 기묘한 장면인지. ) 큭.. 당신.. (무방비하게 그의 독무대를 감상하던 차라, 손은 자연스레 떨어졌을 것이고 그를 제 몸 위로 얹은채 숨결이 닿는 것에 양 손바닥으로 어깨를 짚는다. 로맨틱 연출을 넘어서나 싶더니 다시 로맨틱 코미디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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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제 쪽은 쿠션-클란- 덕택으로 맨바닥에 넘어진 충격이 덜했지만 그 쿠션은 고스란히 의무를 다 한다. 자빠진 제 몸을 먼저 추스리기 전에 상대의 안부를 다급히 묻는데 코 끝이 닿을 거리에 저마저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키웠다. 젖은 몸이 부대껴 대리석 바닥을 따라 물웅덩이가 고이며 카페트까지 타고 올라간다. 누군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마냥 동작이 잠깐 멈춰있다가 돌연 공기가 음흉하게 변한다. 흡사 섹스하기 직전의 텐션처럼 하반신에 무게를 실어 짓누르고 네게 이마를 맞대 비비며 허리께를 찬찬히 더듬어 나갔다. 물론 진심이라기보단 개구진 면이 부각됐기에 그닥 강제적인 면은 없었다.) 전 내일 낮 비행기로 떠납니다. 남아공에서 해야할 일이 있거든요.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라도 보고싶다면 메일을 남겨둘테니 명함이라도 꺼내놔요. (장난은 이걸로 끝이라는듯 몸을 물리고 어깨를 으쓱인다.) 좀 씻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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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제게 이마를 맞대 문지르는 것에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 그것을 구태여 밀어내지는 않았으며 어깨를 짚은 손은 그대로였다. 하반신을 대고는 장난스러운 투로 구는 것에 조금은 움찔했을 것이다. 그 짓궂은 장난이 꽤 음흉했을 테니. 저는 그 와중에도 짧은 고민을 속으로 수없이 하고는 몸을 물리는 손목을 붙잡는다. ) ... 안데르손. (그야 저도 모르게 붙잡은 것으로 그렇게 그를 잡고서 놀란 듯 한참은 말이 없었다, 다시 그것을 놓아준다. 바보 같은 말이 입언저리를 맴돌아 부러 내뱉지 못한 채 몸을 일으켜 다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했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먼저 욕실 문안으로 들어간다. ).... (상대가 먼저 씻어도 되겠냐고 했지만 들어와버렸으니 일단은 무어라 내뱉기라도 해야겠다. ) .. 제가 먼저 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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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손목까지 잡아가며 무언가 말하려는 상대에게 경청의 자세를 취하는데 얼떨결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상대는 제게 줄곧 태클을 걸어왔으니 이번에도 같은 결로 분류하며 자리에서 털고일어나 그러라고 눈짓을 전달했다. 욕실 문이 닫힐 때까지 제자리에 서서 친절하게 배웅해주고 이내 문이 닫히자마자 곧바로 테라스로 직행한다. 어두운 빗속. 빗방울이 칼날처럼 억세도 눈알에 힘을 줘 그 아래를 살핀다. 거리에는 경찰차가 하나둘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걸로 한시름 덜겠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방안으로 돌아와 거치적거리는 셔츠와 바지를 단번에 벗어 바닥에 내팽겨쳐둔다. 불량한 행동거지. 굳이 예의를 차릴 상대가 당장 곁에 없으니 본성이 튀어나오고 호기심이 빗발친다. 다짜고짜 여길 들어온거면 아직 투숙을 하는 모양인데 이렇게 모델하우스같이 이질적일 수가 있나? 한켠에 정리된 짐들을 도둑고양이처럼 슬쩍슬쩍 훔쳐본다. 물론 젖은 상태니 바닥도 물기가 흥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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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씻겠다 말을 했으니 씻고 나와야 할 사람이 되었다. 애초, 이 방을 나서기 직전 말끔한 상태로 나왔었지만.. 세면대를 짚고서는 상대가 들을 리 없는 소리 없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생각 없이 행동한 것이 얼마 만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이 곁에 있다 보니 본인 또한 영향을 받았나 싶어 한경을 올려둔 채 마른 세수를 두어 번 하고는 샤워부스 안쪽으로 가 물을 튼다. 물소리에 움직임이 묻힐 즈음 넥타이, 베스트에 셔츠까지 벗어 호텔에 비치된 가운 옆 옷걸이에 걸어둔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지... 행동을 멈추어 또다시 상념에 잠기다 바지와 속옷을 벗어두고는 생각을 떨치듯 물줄기를 맞는다.
그 짐을 보자면 한구석에 마치 원래 있었던 것으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럽게 정리된 캐리어나, 반으로 깔끔하게 접힌-아마 티켓으로 보이는- 종이 하나가 전부인 삭막한 광경이 따로 없었다. 한 번 행동할 때마다 한 번을 정리하는 이처럼. ) -
클란 32 D (벽 너머로 다른 질의 물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깐... 당신이 샤워를 하고있다는 게 명백해지면 이 공간을 안심하고 뒤적여도 된단 말이지. 꼭대기에 제일 가까운 층. 명품으로 꾸미고다니는 호사스런 사람은 아닌거 같았는데 잠자리는 끝내주는구만. 그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보면 캐리어에 손을 댔다가는 바로 눈치챌 게 뻔하니 일단 빤히 보이는 것부터 손대는 게 탁월한 선택이 될 테다. 겉만 보면 티켓 같은데 비행기 취소를 했다는 말이 이거였던 건가. 벨벳시트가 덮여있는 커다란 의자에 속옷차림으로 몸을 편히 기대앉고 빳빳한 종이조각을 들어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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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프랑스의 파리로 향하는 티켓의 시간은 오후 8시. 그가 로비에서 안데르손을 기다릴 시간이었으므로, 그것을 마지막으로 나왔다 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비행기는 이미 상공을 날고 있을 테고, 보관하던 것을 이제야 처분하려던 참이었던 듯했다. 그 모양새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는 이같이 남겨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에 가까웠다. 체온에 맞추어진 미지근한 물을 맞고는 몸을 가볍게 씻어낸다. 잘 넘긴 머리칼이 흘러내리자 하면 그것을 쓸어넘기고는 고개를 든다. 저 또한 돌아갈 곳이 있었다. 다만 그에게 늘어놓지 못한 것들이 많아 그 심정이 복잡할 뿐이었다. 미련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아니.. 정확히는 그에게 매몰찼다면 이것저것 무리한 것들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밑바닥을 손 위로 들려줄 수 없어 말을 아끼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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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프랑스 파리라니. 이 곳이 고향인건가? 거기서 먹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는데. 쩝. 입맛을 다시고 접혀진 티켓을 팔랑거린다. 그리고 문득 낮은 테이블에 놓여진 만년필이 눈에 들어오는데 무언가 생각났는지 의자에서 등을 떼어냈다. 그에게서 명함은 아직 받지 못했지만 이별을 마다하고 자신에게 와준 걸 기뻐하며 티켓의 가장자리에다 제 이메일을 작게 적어두고 캐리어의 겉주머니에 넣어둔다. 이제 편히 쉬어보겠거니 싶더니 갑자기 티켓을 도로 꺼내들어 앞장에다가 큼직한 글을 적기 시작한다. '그동안 즐거웠나요? 뒷장을 보세요.' 그리고 이메일이 적힌 뒷장에도 마찬가지로. '맛보기가 아닌 쇼를 보고싶다면 이 초대장을 꼭 지참하도록! 연락은 알아서!' 라고 적은 뒤 다시 제자리에 꽂아뒀다. 운명이라면 뭐 알아서 제 도리를 다 하겠지. 얄팍한 관계로 여기기엔 그동안의 쇼가 너무 화려하지 않았나. 연출가인 스스로도 만족했기에 콧노래를 부르며 호텔 내선전화로 연결되어 있는 수화기를 들었다. 저녁식사는 취소하되 나온 음식과 자리에 두고온 짐을 이 방으로 가져다 줄 걸 부탁했다. 이걸로 얼추 정리가 된 것 같다. 주머니에 처박힌 개인 휴대폰으로 삼촌에게 연락을 넣어둔다. 아침 비행기는 못 탈거 같으니 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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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샤워를 가볍게 끝내고 고객용 가운을 걸친다. 딜러로 있을 때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건만 지금은 퍽이나 익숙하다. 젖은 머리칼의 물기를 어느 정도 덜어내, 말끔하게 넘겨 다시 끔 그 위로 안경을 걸친다. 뚜렷해진 시야에 멀끔한 제 모습을 거울로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고 나온다. 습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자면, 차가운 공기가 바로 끼친다.) 다 씻었습니다. 들어가시죠. 그리고.. (할 말이 분명했지만 쉽사리 떨어지지 않아 그것을 속으로 삼켰다, 내었다를 두어 번 반복하듯 숨이 내쉬어진다.) 당신이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을 것 같군요. (제 상황을 그에게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간다 함은 제 위치를 되찾음과 동시에 목을 내걸어야 함을. 더불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빚덩이까지.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도무지 서지 않았다. 차리리 이전처럼 꼬리를 말고 숨어있는다면 모를까. 하지만... 본인은 고집스럽고 억척스러운 검사였으므로 부러 이것을 바로잡고자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남에게 쉽사리 떠안겨줄 만한 것들이 아니었고, 운이 나쁘다면 언젠가 실종 처리라도 된 정보로 끝을 고할 수 있었다. 저는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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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헛짓거리나 하며 시간을 떼우다 기다림 끝에 자신의 차례가 오면 옷장에서 점찍어뒀던 남색 가운을 집어들고 욕실로 향했다. 물론 발목을 잡는 말꼬리를 무시할 수 없어 네 곁에 멈춰서 기다렸다. 운을 떼는 입술. 그 뒤로 고하는 것들이 귓가를 스친다. 당신은 자신과 달리 말과 행동을 허투루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절대 풀어지지 않게 꽉 매어진 넥타이와 계산기에서만 노니는 숫자처럼 사는 이. 최대한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짧은 만남들이 제 판단이 확실하다 결정지었기에 그가 풍기는 진중한 말을 농담으로 넘길 수 없었다. 뭔가 아주 큰 게 있구나. 틀림없이 좋은 쪽은 아니리라. 그러나 아직 듣지 않았기에 섣불리 추측하지 않기로 하며 한껏 여유를 치장해 보인다.) 예. 다만 제가 감기가 걸릴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달링. 대화는 그 뒤도 괜찮으니. 아, 나중에 누가 찾아오면 문 좀 열어주세요. (자신이 씻는 동안 생각정리나 더 하라지. 말을 마치고나서 네가 나왔던 곳으로 쇽 들어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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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이제는 미스터 클란이 아니라, 완전히 달링이군요. (속옷만을 덜렁 걸치고 있는 모습에 미미하게 상체가 기울었고 넘긴 머리 가닥이 삐죽 흐른다. 잠깐의 침묵 이후, 그가 들어가고서야 예의 페이스를 되찾고는 열린 테라스의 창문을 닫는다. 이 사람... 창문을 닫을 생각은 안 했군 따위의 이런저런 생각을 속으로만 내뱉고는 젖은 카펫이 신경 쓰이는 듯 뚫어져라 시선을 두던 것도 잠시,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는 호텔 룸의 문 쪽을 본다. 누군가 온다고 했던가, 찾아올 이가 있을만한 곳은 아니니 짐작하자면 두고 온 짐을 가져다주러 오는 호텔의 직원쯤 되겠다 싶다. 자의로 남과 이런 곳까지 와 개인적인 영역을 완전히 보여준 것은 처음인지라 그가 나오게 되면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즈음을 플랜을 짚듯 속으로 정리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순서가 와, 마지막으로 내뱉어야 할 그 끔찍한 내용들을 맡으로 꺼내보자면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다. 이것들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존엄이 걸린 문제에 가까웠으므로 갈등의 기로에 선 것이다. 죽던가, 굽히고 들어가던가. 손끝이 까딱여 무릎 위를 규칙적으로 두드린다. 초조함이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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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유명한 호텔이다 보니 욕실도 넓고 깔끔하군. 게다가 누군가 사용했음에도 사람 손 하나 안탄 것 같은 현장에 짧게 혀를 차며 헛웃음을 자아낸다. 누가 보면 유령이 씻다 간 줄 알겠어.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며 속옷을 훌렁 벗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가운은 문걸이에다 쑤셔넣듯 걸어둔다. 이제 좀 씻어볼까. 유리로 된 부스로 들어가 샤워 순서대로 척척 행동으로 잇는다. 와중에 머리 위로는 망상 말풍선이 한가득 떠올랐다. 수심이 가득했던 상대방. 경찰차. 남아공의 펭귄들. 레스토랑의 열성팬. 카지노에서 담화. 그외 기타등등. 그리고 프랑스 파리행 티켓. '라따뚜이'라는 영화에서도 노래가 하나 있었지. 불어인 노래이기에 이건 당신이 알아들을 수 있겠거니 싶어서 목을 가다듬고 흥얼거린다. Camille의 Le festin)
(노래가 끝나는 동시에 수도꼭지를 닫아 물줄기를 끊었다. 씻는 시간이 그다지 긴 사람이 아니었기에 머리카락만 가볍게 털어내고 곧바로 가운을 걸친다. 어차피 호텔이 내 집도 아니고 말야. 네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겉핥기 식으로 정리만 대충 해두고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말야 상쾌하게 나왔더니 당신은 완전 죽상이군. 도대체 뭐길래 저래. 별말없이 네 맞은편으로 가 앉는다.) 많이 기다렸죠. (예의상 운을 먼저 띄운다.) -
해리 38 G (욕실 안에서 울리는 노랫소리에 그 무거운 표정이 미미하게 흐트러진다. 세상을 참 즐겁게 살아가는 이. 매번 그런 감상을 남기게 만든다. 누구라도 그와 함께 한다면 인생은 뮤지컬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본인이 유독 까탈스러웠기에 그도 고난을 면치 못했던 것은 있겠다만. ) 별로 오래 기다린 건 아닙니다. 노래는.. 즐거워 보이더군요. (그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중저음으로 가끔은 톤이 높게 올라가기도 하며 이를 위해 준비된 이 같았다. 관객으로써의 노래, 아니면... 한 스텝을 떨어져 기다리는 다음 배우 정도.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고개를 들어 그를 보자면 완전히 안데르손의 모습이다. 제게 거짓을 말하지 말라 했지만, 역시 너무 솔직함을 바랬나.. 따위를 곱씹으며 눈썹이 오른다.) 이렇게 되니 영락없이 상대를 기다린 게 되겠군요. (여러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었다. 무거운 말은 가라앉히고 그 밤이 지날 때까지는 잊기로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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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우리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게 시간뿐이잖습니까. 나흘도 기다렸는 걸요. (뜸을 들여도 재촉하지 않았고 잘 포장된 위로를 얹어주며 몸을 일으켜세운다. 눈치없는 노크가 들렸기에 가운을 잘 여미고 직원을 맞이하러 나선다. 굳게 닫힌 문을 열면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안데르손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호텔의 소동에 있어서 단연 주인공이니 팬에게 마땅히 비즈니스적인 친절을 내비치고 짐을 건네어 받았다. 음식은 얼마나 많은 건지 세 칸으로 나누어진 카트에 그릇이 촘촘하게 올려져있었다. 헌데 당장의 현금이 없는지라 결국 팁 대신 손등키스를 해주고 문을 닫는다. 상대가 좋아했으니 만사 오케이지. 카사노바 짓을 끝낸 뒤 서류가방과 코트는 아무데나 올려두고 철제 카트의 제일 밑칸에 놓인 와인과 글라스를 집어들었다.) 한 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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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그렇습니까, 나흘이로군요. ( 이어 들리는 노크 소리에 시선이 들렸고 그가 문 앞까지 나서는 것을 지켜본다. 저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감당할 수 있나, 싶다가도 여전히 - 카지노 때와 같이 -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손등 키스를 해주는 것을 보고 있는다. 어차피 그와의 사이가 특정지 어진 것도 아니고. 그런 그를 종종 멀리서 봐왔을 터였다. 로맨스에 가까운 이었지. 그럴 때면 그와의 거리감이 확실히 느껴지곤 했다. 저는 그것과는 연이 없던 이었으니.) .... (사실, 앞의 것이야 원래 그런이라 상관없다지만 문제는 뒤였다. 본인은... 술을 단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 아니, 정정하자면 단 한 번도, 라기보다는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지 어언 10여 년이 다 되어간다는 점이었다. 그 어떤 자리에서도 고집스럽게 술을 거부해왔고 이유야... 뻔했다. 제 페이스나, 모습이 흐트러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기 때문에. 다만... 여기까지 와서 그것을 거절할 것이냐는 기로에 선 것이다.) .. 예, 그러죠. ( 결국 바람 빠진 숨을 내쉬고서야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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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여기서 하나 짚고가자면 안데르손은 유흥의 마니아였다. 특히 술담배를 무척 사랑했는데 그중 술은 유독 많이 마시는 만큼 많이 좋아했다. 오늘은 서로 죽고살자 마시는 게 아니니 적당히 할 생각으로 와인을 먼저 집은 것이었다. 네 속을 전혀 모르는 채로 빈손에다 잔을 쥐어주고 와인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딴 뒤 잔을 능숙하게 채워준다. 저 또한 제 몫을 채우고 짧게 건배를 하면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몇시간 전부터 먹고싶었던지라 그대로 향긋한 포도주를 쭉 들이켜 마셨다. 금세 비어버린 잔은 저 혼자 다시 채워넣고 탁자에 올려둔다. 분명 근사한 식사자리가 되어야 했을텐데 둘다 부스스한 상태로 조촐한 야식을 먹는 분위기가 되니 제법 우스웠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몰랐다. 근심걱정이 가득한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으니 말이다. 갖은 그릇들을 테이블에다 대충 진열해두고 포크로 카스타드 크림 케이크 먼저 푹푹 퍼먹었다. 솔직히 카트에 있는 음식 전부를 다 먹어치울 만큼의 대식가였지만 이런 자기소개는 상대에게 부담이 될 것이 뻔해 그냥 조용히 먹기로 했다.) 제가 여기에 있다고 신고라도 했습니까? (물론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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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검사니까요. 겸사해 잡아들이려던 참이었습니다. 당신이 철장을 붙잡고 울상인 모습은 볼만할 듯해. (진담 같은 농담을 내뱉는다. 아니.. 거의 진담에 가까운 어조였지만 상황으로 따지면 아무래도 농담이었을 것이다. 그리 격식이 잡히지 않은 분위기, 둘 다 가운을 걸친 채 맞이하는 조촐하고 화려한 저녁 식사였다. 저는 음식을 입에 많이 대는 축이 아니었기에 작은 접시의 수프를 앞에 두고는 스푼을 든다. 와인은.. 한 모금, 입에 대자 향이 퍼지듯 올라온다. 그리고.. 쌉쌀한 쓴맛 또한 함께. 그래도 한잔 정도로는 취하지 않겠지 싶은 생각에 두 모금 까지 입에 대고는 잔을 테이블 위로 내려둔다. 그가 달디단 케이크를 퍼먹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아까의 유려한 뱀이 아니라, 웬 - 거대한 볼을 부풀린 햄스터 - 같은 것으로 겹쳐 보여 퍼뜩 미간을 짚는다. ) ... 어지간히 배가 고프셨나 봅니다. (그랬지. 바로 달려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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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이런 면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분명 전생에 서로 적수나 원수였으리라. 네가 안먹는 만큼 내가 먹을 게 많아지니 좋기야하다만. 사르르 녹는 케이크를 손짓 몇번에 싹 비워버리고 빈 그릇을 옆으로 치워둔다. 입술에 묻은 생크림은 혀로 훔쳐내고 다른 디저트를 집어들었다. 두번째 접시는 척봐도 끔찍할 정도로 달아보이는 초코무스케이크) 이거 참. 무시무시해라. 제가 미스터 클란을 여기 잡아둔 걸 모르시나 봅니다. 침대에서 어떤 플레이를 선보일지 기대되는군요. 검사님. (포크로 당신을 가르키면서 질 나쁜 농을 치고는 발끝으로 네 종아리를 훑어내 간지럽혔다. 물론 포크질은 멈추지 않았다. 예의상 네게 한번 먹어보라는듯 그릇을 밀어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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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작정하고 온 것인지. (발끝으로 간지럽혀지는 종아리의 감각에 남은 와인을 한 번에 비워낸다. ) 어느 쪽이 붙잡혀 있는지는 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소리 나게 잔을 내려둔다. 홧홧한 열기가 오르는 것에 눈을 느릿 감았다 뜬다. 내밀어지는 그릇에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 보다 포크로 한 번 찍어 아주 조금 입에 담아보자면 오만상이 찌푸려져 다시 그릇을 네 쪽으로 민다. 질 나쁜 농에 무어라 받아칠지 두어 가지 생각을 정리한다.) 비는 건 안데르손 쪽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사실상 저는 눈앞의 이처럼 연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섹스도 제대로 분위기를 타 몸을 섞어 본 적이 있는지 전무할 지경이었다. 다른 쪽이라면 모를까. 새삼스럽지만 로맨스 또한 그를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입에 대던 것을 완전히 내려두고는 물기가 가시지 않은 그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손 끝으로 넘겨본다. 먹는데 집중하라는 듯 말은 붙이지 않았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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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널 조금 골려먹을 심산으로 꺼낸 주제였건만 담담하게 받아치는 말을 듣고는 사레가 들린다. 거센 기침을 내뱉는 입가를 손바닥으로 재빨리 가리고 가슴을 두드리며 호흡을 달랬다. 철벽이 만리장성 급이면서 예민할 법한 주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친다 이거지? 연애도 안해봤고 키스도 안해본 양반이 본인 입으로 섹스는 기가막히다고 말하는건가. 황당하다는 기색이 설핏 지나간다.) ... 이런, 재판장에서만 무서운 게 아니었군요. 전 소파에서 자야겠습니다. (시선을 그릇에 처박고 식사나 마저 이어나간다. 두번째 접시도 말끔하게 비워지고 그 뒤로는 가리비 크림파스타를 골라서 포크로 휘저어댄다. 음식을 입에 대면서 굳이 웃을 일은 없었기에 웃음기가 가신 낯은 사뭇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여기다 그의 이목구비가 흑백대비처럼 뚜렷하다는 점도 한 몫할 지도. 이마에서 기웃거리는 손길에 녹색의 눈동자를 쳐들고 상대를 응시한다. 입안에 음식물이 있어 저 또한 별 다른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의문을 품은듯 한쪽 눈썹이 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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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예. 절 너무 놀려먹으려 들면 그렇게 됩니다. (사레가 걸려 쿨럭이며 기침을 하는 것에 농담이라는 투로 내뱉고는 뻔뻔한 얼굴을 한다. 안색 한번 변하지 않은 게 뻣뻣한 종잇장이었고, 방금은 아마도, 검사로 써라기보다는 딜러로서의 그에 가까웠을 것이다. 비슷했지만 종잇장 뒤집듯 앞뒤가 바뀌는 것에도 이는 능한 편이었다. 페이스가 바뀌지 않는 것으로 저 또한 극의 연기자로써 어느 정도 재능을 보이기야 했지만 그 특유의 -융통성 없는 고집스러움 - 이 워낙 비대한 탓에 눈앞의 이만큼의 쇼맨십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따지자면 주연은 아니라는 소리. 어쨌든 마냥 당하기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으므로 부러 예상치 못한 답을 내어놓는 것이다. 제 쪽으로 선명한 녹색의 눈동자가 향하자면 그것을 그저 보고만 있는다. 그를 가만히 뜯어보는 것은 새삼스럽게도 이번이 처음인지라 흰 피부와 대비되는 새카만 머리칼, 그 밑으로 자리 잡은 강한 인상이 담긴다. 그리고 정말 끝도 없이 들어간다는 감상이 2할 정도 덧붙여져 의문을 품은 눈썹을 손끝으로 내려주고는 손을 뗀다.) 많이 드시죠. (부러 보이는 큼지막한 새우를 포크로 찍어 허락이고 뭐고 떨어지기도 전에 네 입안에 넣어버려 시선을 분산시키고는 스테이크 접시를 제 허벅지 위로 올려둔 채 유유히 식사를 이어간다.) 숨기고 사는 것은 불편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숨기기는커녕 날 봐라 식으로 굴지 않았던가? 말을 꺼내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도 평소에는 조용할 것이라 판단을 내린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쉽사리 알 수 있으니. 쇼맨십이 없는 그의 모습은 꽤 이질적이라 여러 감상을 속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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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심보 하고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지 않아서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판 앞에 앉고 저 사람이랑 기싸움이라도 했다가는 하루 종일 진을 뺄 거 같아서 말이다. 자고로 재미와 수고가 저울에 놓여있을 때 수고가 더 무겁게 된다면 과연 그 재미는 의미가 있겠는가. 저마다 대답은 다르겠지만 안데르손에게는 의미가 전혀 없었다. 그 외에도 즐길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생각을 음식물과 함께 위장에서 소화시키며 파스타 면을 묵직할 정도로 포크에 돌돌 말아 한입에 쑤셔 넣는다. 감상의 대상이 되는 건 어딜가나 익숙했던 모양인지 네 시선과 손길을 올곧게 받아내며 마지막으로 소리 없이 빙긋 웃는 걸로 끝냈다. 상대의 마무리는 어딘가 머쓱했던 건지 난데없이 제 입 안으로 새우를 욱여넣자 이번에는 소리를 내서 웃었다. 냅킨으로 더러워진 입가를 닦고 비어버린 네 잔에 와인을 다시 채워 넣어준다. 코르크를 딴 김에 바닥은 봐야지. 기왕이면 네 바닥을 봐도 좋고.) 확실히 불편한 감도 있긴 한데 그만큼 천직이라서 말입니다. 주어진 삶은 단 한번 뿐이니 영화배우가 아니라면 언제 다른 누군가로 살아보겠습니까. (제 잔을 단번에 비운다.) 좀 더 철학적으로 여쭈신 거면... 안데르손을 지우고 사는 건 타인에게 저라는 사람이 기억되는 게 아니니 종종 안타깝게 보기도 하더군요. (간극을 두며 널 바라본다.) 하지만 숨기고 사는 게 아니더라도 어떻게 모든 인연이 기억되겠습니까. 차라리 연기를 한 제 일부가 머릿속에 영화 포스터처럼 걸리면 그보다 더한 영광은 없죠. 흐지부지 흘러가는 것보다 강렬하고 확실한 편이 좋잖아요. (그러고 다니는 목적이 이것만은 아니지만 질문을 답을 하자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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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그랬기에 저는 딜러의 일 또한 의외로, 정말 적성에 맞았다.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긴 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금액을 떼어먹었는지. 어차피 그곳의 인원은 전부 내로라하는 갑부들로, 그다지 죄책감 같은 것도 없었다. 일반인을 향한 도박질이라면 예외였겠지만. 웃음소리와 함께 채워진 잔을 보다, 다시 입술을 축인다. 일단 올라와 있는 마실 것이라고는 와인이 전부이니. 반쯤 잔을 비우고는 잔을 든 채로 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짧은 침묵 후에 느릿 말문이 열린다.) 저는 어떤 모습이라도 안데르손, 당신으로 보였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저는 역시나 거짓을 쉬이 입에 담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부 안데르손이었다 단언할 수 있었다. 그 일부 또한 어찌 되었던 그가 연기하는 것이 아니던가.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행동거지, 말투, 억양, 성격.. 그리고 딴판인 외형을 두른다 해도 연기자가 그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 변함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기 실력을 조금 늘릴 필요가 있겠군요. (실없는 농담과 드문 실소가 걸렸다 금방 돌아온다. 그의 연기가 공기를 바꾸어 놓을 정도로 극적인 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부러 하는 말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쫓는 인생을 가진 것은 그와 제가 가진 공통점이었다. 단지 그 역할이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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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병목을 잡고 제 잔에 경박하게 와인을 따른다. 탈탈 털어넣기까지 하니 금세 동이 났다. 허리를 숙여 카트에 놓인 새 와인을 집어든다. 누가보면 알콜홀릭이라고 할지도. 어차피 와인이니 이정도면 괜찮잖아. 앞에 놓인 상대가 어떻게 보든간에 다시 오프너를 집어들고 코르크를 따낸다. 당신이 말하는 걸 듣는건지 마는건지 말을 받아치지 않고 제 일에 열중을 하다가도 일련의 행위가 끝이 나면 입을 열었다.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할 말을 고르고 있었던 거였다.) 기쁜 말이네요. 스위티. 뒷말은 자존심이 몹시 상하지만요. (돌연 네 눈가로 손을 뻗어 안경을 낚아채가더니 제 콧잔등 밑에 걸쳐쓰고 한량같던 자세를 고쳐앉아 정갈하게 앉는다. 거추장스러운 앞머리도 뒤로 전부 넘기니 둘 사이에 거울이라도 놓은듯한 상황이 펼쳐진다.) 실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 알려주신다면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당신의 딱딱한 어조와 자주 쓰는 말투를 따라하며 와인을 살짝만 입에 대고 내려놓는다.) 부디 실망시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제 뭐 어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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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저를 흉내 내는 것에 눈썹이 오르고, 안경이 사라져 시야가 흐려진다. 안갯속 같은 앞을 보고 있다면 취기가 오르는 기분이다. 약간은 붕 뜨는 듯한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몇 초간의 정적이 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를 흉내 낸다. 조금은 흩트린 머리, 그리고 남은 와인을 한 번에 들이키고는 잔을 소리 나게 내려둔다. 손길은 그의 손으로 향해 그대로 끌어온다. 정해진 순서와 같이 짧은 입을 그 손등 위로 맞춘다. 완전히 반전된 모습이다.) .. 저런 스위티, 기분이 상했나요? (가만 손등 위로 입술을 대고 있자면, 머리가 뜨거워지는 기분에 돌연, 이틀 전 즈음 카페에서 흐르던 음을 입에 담는다. A Step You Can't Take Back . 꾸준히 노래를 듣는 편이 아니었지만 기억력이 좋은 탓인지, 뇌리에 남았던 것인지 그 구절의 내용은 정확했다. 그러고는 뒤의 침대로 쓰러지듯 눕는다. 노래 같은 것은 불러본 적도 없어 중얼거리는 음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렇게 정적 속에서 눈을 감은 채 부러 그것을 끝까지 다 읊는다. 갈수록 뒤가 흐트러지는 엉성한 흉내다. 여태껏 전혀 입에 대지 않았던 술기운이 기어코 오른 것이다. 이를 감당할 것은 미래의 자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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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상반된 모습을 제 것인 양 서로가 짤막하게 따라한다. 당신이 저를 흉내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과 실제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완벽하게 안데르손을 연기하는 널 가만히 지켜본다. 무대를 마다하는 사람. 그럼에도 지금은 당신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익숙한 멜로디가 빗소리에 맞춰 흐른다. 더듬거리며 음정을 찾는 목소리 위로 제 목소리를 작게 겹친다. 절대불변의 법칙은 없나봐. 현대인들이 신봉하는 과학도 끊임없이 불확실과 싸우고 있는 불확실의 산물이거늘 당신도 어련할까. 저는 거짓을 벗어내고 상대는 체면을 던져두니 그럴듯한 앙상블이 이뤄진다. 마지막 코러스에서는 결국 여상하게 웃고야 만다. 이미 취한 이를 슬며시 안아들고 침대 한가운데 잘 눕혀주며 흐트러진 옷가지도 정돈했다. 맛있는 식사와 술. 음악, 그리고 유치한 연극. 때마침 비도 오니 당신의 선곡은 완벽했다. 아마추어 배우가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니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지. 시끄러운 찬사는 넣어두고 조용히 이마에 키스하는 걸로 대신했다.) 미스터 클란. 당신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말을 속삭여요. 그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제 크리스마스 소원으로는 당신이 행복하길 빌게요. (열감이 오른 뺨을 차가운 손등으로 두어번 눌러주고 고갤 낮춰 귓가에 입맞춤을 남긴다.) 큰일이네. 양치질은 해야 할텐데... (잔뜩 풀어진 모습을 지켜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키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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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안데르손. (중저음의 잠긴 듯한 목소리가 얇게 벌려진 입 사이로 흘렀고 허공을 더듬던 손길이 그의 가운을 멱이라도 잡듯 쥐어 당긴다. 제 위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무방비한 상태였을 것이므로 쉽게 몸이 기울어짐은 당연했을 것으로, 그 입술을 겹쳐 숨을 나눈다. 빗소리만이 방 안으로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침묵 속에서 짧게 입술이 떨어져, 스칠만한 거리감을 두고는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린다. 술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돌아간다면 다시는 당신을 ..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기적적으로 다시 한번 당신을 만나게 된다면.. (숨소리가 불규칙적이다. 어쩄든 모든 인연은 시기가 있고, 그 타이밍을 놓친 인연은 과거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내지 않은 소리를 입 밖으로 낸다.) 그때는.. 제가 당신을 붙잡겠습니다. (어렵사리 낸 것이다. 이 밤이 지나면 정말로 제 막은 커튼콜이 내릴지도 몰랐다. 그 너머로 이어져나갈 화려한 무대 위의 당신을 관객으로써 지켜보며 첫 기립 박수를 내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끝이었다. 그래서, 클리셰를 바라며 내뱉어지는 말은 퍽이나 이질적이며 제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가, 이런 자리에서조차 체면을 차리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고 싶지 않으니. 그러니, 술기운이라도 어떤가, 이번만은 솔직해지자. 당신을 다시 한 번 더 보고싶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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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짧은 입맞춤으로 저주가 풀린 동화 속 주인공처럼 당신이 고백을 토로하는 걸 듣는다. 둘 사이에 한참동안 고요함이 머문다. 현실은 그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불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당신을 붙잡는다고 해도 그 억척스러운 고집을 내가 어떻게 꺾으랴. 그 짧은 문장에도 얼마나 고뇌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제 선택은 존중뿐이었다. 당신치고는 참으로 낭만적이라 아이러니하게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러려고 내게 그 노래를 불러준 거면 성공했어. 웃음이 나온다. 영화 같은 인생을 원했지만 이런 엔딩을 원한 건 아니었기에 저 또한 긴 고백을 잇는다.) 영원히 비가 내리면 얼마나 기쁠까요. (부질없는 바람을 읊으며 네게 입술을 포개고 떨어진다.)
그래도 곧 그치겠죠. 먹구름이 걷힐 겁니다. 해도 들 거고요. 그러니 우리 마지막을 기약하지 말아요.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 말해요. 당신은 마법 같은 삶을 원하잖아요. (홀연히 떠나도 못지않을 사람은 오로지 찰나 빛나는 역할만 맡았던지라 그 역할을 벗어낸 지금. 내뱉는 문장들은 어수룩하기 짝이 없었다. 보잘것없어도 더없이 진솔했다. 당신 앞에서 치장은 필요 없었다. 저 자신이 당신의 품에서 안락을 누리고 있으매 당신 또한 저에게서 그를 원한다면 기꺼이 내어줄 것이다. 제 얘기를 듣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피치 못하더라도 꿈에서 듣길 바라며.) 행복하게 해줄게요. 저도 기적을 바라요. 클란. -
해리 38 G (고요함이 지나, 평소의 호흡보다 늘어진 숨을 흘린다. 감긴 눈꺼풀 사이로 번지는 빛무리 아래로 진 그림자를 보자면 안경이 없어 흐림에도 그라는 것을 쉽사리 인지한다. 차라리 비굴해질 상대에게라면 쉽사리 내뱉을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것을 ' 전혀' 내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였기에 이유 모를 감각이 오른다. 가슴 언저리부터 타는 듯 찌르는 고통에 침전되듯 그 말을 내뱉는 고집 어린 기세가 스러진다. 완벽을 고집하지만 세상은 원하는 대로 돌아가 주지 않는다. 그러하지 않던가, 고고한 백조조차도 물 밑으로는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끝까지 숨기기 어려운 결함은 누구에게나 존재했다. 제게는 그 파장이 더없이 클 뿐이었고, 흐트러진 정신에 마치 그가 흥얼거리던 노래의 구절 마냥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손끝이 아주 미미하게 움직여 시트를 가볍게 두드린다. 기억과 생각은 엉망으로 뒤섞여 짧게 배운 피아노의 건반을 치는 것 마냥 구는 것이다.)
이것을.. 당신에게 지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온전하게 만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지만 이것으로 우연의, 우연을 넘어 그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운명이란 어찌 이리 잔인한지. 하지만 그렇기에 결심은 굳건해진다. 이 정도로 스러지지 않는이라는 것을 보이고 싶은 것은 치기에 가깝고, 융통성 또한 없었지만 그게 본인이지 않은가. 차라리 다시 도망쳐도 좋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마주할 것을 마주하고 나면, 그때 다시 다른 이름을 덮고 마주할 수 있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바란다. ) ...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 했으니, 다시 만나게 된다면 행복하게.. (해주시죠. 가운을 쥔 손의 힘이 풀려가 이윽고 시트 위로 떨어진다. 흐려지는 의식에 마지막으로 들린 것들을 되뇐다. 바라지 마지않던 마법 같은 삶, 그리고 과분한 행복까지. 그리하여, 이것으로 저는 가장 처음으로 되돌아가 그에게 행복이라 불리는 그를 받고서 저를 내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
클란 32 D 감정을 깎아 만들지 않고 날 것을 고하는 당신에게 말을 얹지 않았다. 단지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볼 뿐이었다. 고개를 든다.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하얀 빛이 눈꺼풀을 눈부시게 적셔 불을 껐다. 암흑이 침범한다.
안데르손은 꿈 하나를 꾼다. 누군가와 인디언 포커로 내기를 했다. 도박판 알러지가 있던 안데르손은 패를 하나씩 낼 때마다 토악질을 하고 식은땀까지 흘렸지만 그럼에도 자리를 지켰다. 컨디션이 이 모양이니 게임을 이길 수 있을 리가. 당연히 패배했다. 게임의 상대는 본인이 이길 때마다 인디언 포커를 하는 걸 바랐다. 그렇게 서른 번이 넘게 카드를 섞고, 이마에 대고, 테이블 위에 얹고. 카세트 테이프를 감듯 지겹도록 반복한다. 마침내 마지막 게임이 되어서야 대화가 이루어졌다. 이마저도 거의 일방적이었다. 상대가 말하길. 인디언 포커는 자신의 패는 절대로 보지 못한 채로 상대의 패만 볼 수 있으니 안데르손이 무조건 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더 정확하게는 안데르손은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백야가 밀려왔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다. 안데르손은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소리 없이 잠자리를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볕이 따가워 커튼을 치는데 작은 소음에 혹여나 클란이 일어날까 싶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빛은 얇은 천을 뚫고 방 안 전체에 스며든다. 겨우 이런 어둠. 당신이 고한 마지막의 형태도 단순히 휩쓸리는 것이 아닌 천 한 폭을 열고 닫는, 사소한 것이길 소원하며 천 끝자락에 구겨진 불만을 남긴다. 어느 누가 이 짧은 만남으로 행복까지 기원하겠는가. 태생적인 선인이 아니라면 응당 이루어질 수 없는 전개였다. 안데르손은 꿈이 말한 대로 자신을 되짚어나간다. 그러면 깨닫게 되는 게 하나 있었다.
그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며 살아온 것 치고는 장애물 하나 없는 평탄한 길이었다. 만약 기적과 행운의 신이 잉태를 했다면 안데르손이라고 할 정도로. 허풍스러운 별명의 주인공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었다. 그야 은행털이 총격전에서도 총알 하나 맞지 않았고, 손가락이 잘린 유람선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았으니 과언이 아닐 테다. 그 평탄한 길에서 갑자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그렇게 멈춰선 곳이 당신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배우도 커튼이 닫히면 그걸로 끝. 결혼이라는 법적인 증명도 어느 하나 그를 단단히 묶어둘 수 없었다. 분명 도둑이 누군가에게 헌신을 한다는 건 우스운 일일지 몰라도 안데르손은 클란이라면 아무렴 좋았다. 그러니 고작 돌 하나에 넘어진 건 그의 자의였다. 운명과 낭만, 행복과 소원. 본질적이고 추상적인 존재를 속삭이는 게 우스꽝스럽고 미친 짓이라 해도 가끔은 이런 변화도 괜찮을 법 해. 어차피 당신처럼 서정적인 장르의 안녕과 내 기가 막힌 에피소드라는 조합도 기괴하기 짝이 없잖아. 분명 사기꾼들은 입을 모아 검사를 상대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테지만 제정신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일조차 하지 않았겠지.
미스터 클란. 상념의 대상을 입에 담는다. 곤히 잠든 당신의 손을 조심히 받쳐 들고 옛 적의 첫인사와 마찬가지로 손등에 입술을 포개었다. 밝은 미소를 짓는다.
다음에는 당신만의 산타로 뵙겠습니다. 좋은 꿈 꿔요.
2막을 준비하는 배우는 무대의 뒤편을 떠난다. 그는 내게 거짓을 고하지 말라 일러둠에 이제 난 친히 속임수를 삼키고 그를 진실로 꾀어내리라. -
해리 38 G https://ung00.tistory.com/6
오십 번의 낮이 찾아오는 날, 우여곡절의 두 번째 막을 내린 이는 푸른 정장과 어두운 코트를 걸치고서 다리를 꼰다. 그 테이블 앞에 놓인 것은 커스터드 크림 케이크 조각과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 메일을 보낸 패드를 제 서류 가방으로 밀어 넣는다. 그 모습은 마치 첫날 주인공을 비추던 연출과도 같았고, 다음 막을 예고하는 예고편과도 같았다. 카페의 노랫소리는 시작점을 의미했고 그렇게 감상을 하자면 제 앞에서 유려한 스텝을 밟던 산타가 떠오르더라. -
클란 32 D 손가락으로 꼽는 것도 지칠 만큼 긴 시간이 지났다. 짧은 휴가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안데르손은 남아공 유명 건설사끼리의 부지문제를 중재하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닌 턱에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게다가 절벽코스에서 추격전까지 벌여 대형사고까지 치고 말았다. 이름모를 상대차량은 가드레일 밑으로 떨어져 개박살이 났고(아무래도 죽었을듯 싶다.) 안데르손은 다행히 오른쪽 손목골절과 가벼운 뇌진탕말고는 온전했다. 뭐 말이 온전한거지 그는 이미 탈진 상태긴 했다. 하지만 이런 큰 우여곡절들도 끝은 있었다. 마침내 일을 끝내고 정리를 한 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떼우며 동행인과 다음 일을 의논한다. 백발에다 화이트 계열의 셔츠와 바지. 색을 띄는 거라곤 그나마 피부와 녹색 눈동자였다. 안데르손은 근래에 부모의 장례를 치르고 유산 문제로 형제들과 다투었기에 안그래도 지친 와중에 심신이 더욱 지쳐있어 창백한 낯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 이제 좀 쉬고 싶건만. 기우제를 지내는 제사장마냥 하늘을 올려다보면 타이밍 좋게 휴대폰 알림음이 뜬다. 메일이 도착했다는 문장. 붕대가 칭칭 감긴 손으로 메일을 더듬더듬 확인했다. 문장들을 읽는 퀭한 얼굴에는 곧바로 웃음꽃이 핀다. 식사는 뒷전이다. 당장 의자에 걸쳐둔 트렌치 코트를 집어들고 선글라스를 꺼내쓰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프랑스 파리 건으로 준비해둬. 내가 처리할거야! 일행에게 그리 일러둔 뒤 택시를 잡아탄다. 핸드폰으로는 5시간 뒤 파리의 공항으로 마중나와 달라는 메일 하나를 급히 보낸다. 추신도 달아둔다. 젠장. 늦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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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많은 것들이 해결되었음에도 바쁜 일정은 여전했다. 쥔 것들이 많은 지긋한 이들의 수발을 들어주는 것이나 이러저러한 곳에 참석해 동향을 살피는 것 또한 일과였지만 새로운 메일의 수신음에 그 아래의 메일에 참석 취소를 고한다. 몸은 하나였고 참석할 수 있는 파티는 하나뿐이니. 불만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도 다른 이를 통하려 해결할 경로를 둔다. 남들이 들으면 믿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일에 미친 사람이 사적인 만남을 위해 일을 미룬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었기에. 그 정도로 그 오십의 낮과 밤 동안 비추어진 모습은 -기계 인간이냐?-라는 뒷담이 오갈 정도에 가까웠다. 물론 서른다섯 번째의 밤에는, 경쟁상대측의 총알을 받았으니 인간은 인간이구나 싶었다. 그날 코트 속 두터운 가죽 수첩과 휴대폰을 저 대신 희생시킨 것은 그와 함께한 밤의 비였든, 그의 행운이 옮겨붙은 것이든 둘 중 하나는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니 그 순간만큼은 그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받은 만큼 빈자리의 행운은? 그야.. 그에게는 미안하게 되었지만 그가 해결할 일이다. 다만 소량의 행운이었던 것인지 총격의 충격으로 테라스의 창문과 충돌해 피바다를 만들어 놓은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입원으로 누운지 꼬박 삼 일 만에 일을 재게 하는 것으로 일은 마무리되었다.
짧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차를 몬다.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이를 제 발로 마중 나간다는 것은 감회가 새로웠다. 선명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그가 나올 곳으로 정확히 5 분전 도착해 손목의 시계를 본다. 꼬박 50일이 지났다. 길자면 긴 시간이고, 짧자면 짧은 시간. 물론 제 일은 컸으니 제게는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그에게는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공항의 여행객 인파 사이로 우뚝 서 이질적인 존재로 그를 맞이할 준비를 끝낸다.) -
클란 32 D (비행을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선잠으로만 가볍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비오는 날 그 호텔 방의 현장을 꿈으로 꾸게 되면 지금 만나러 가는 당사자에게 주먹으로 뺨을 얻어맞는다. 그순간 잠에서 깬다. 이런 망할. 오늘 운수가 안좋으려나. 괜시리 손등으로 뺨을 훔쳐 닦아내고 뒤늦게 입국을 한다. 절차는 철저한 편이 좋지. 근데 내 마음이 급하거든요.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과 똑같이 길게 줄지어 선 행렬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있길 몇십분. 마침내 마지막 자동문이 열린다. 인파 사이를 뚫고 제일 먼저 나가려다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보이니 선글라스를 들어서까지 확인을 했다. 착장이 100점인걸? 그리고 단숨에 달음박질을 쳐 인사 대신 과격한 포옹을 날린다. 넘어지던가 말던가 그건 당신 몫이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발이 들릴 정도로 매달리듯 껴안고는 머리도 부비고 목 뒤로 감은 팔에도 힘이 제법 실리니 어떤 반가운 인사에 비할 바가 못됐다. 격한 기쁨을 채 추스리지 못하고 네 양 어깨를 잡고 몸을 물린다. 각자 같은 사람이지만 그때와 다른 분위기. 당신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올라가는 입꼬리를 짓씹으며 들뜬 마음을 달랜다.) 프랑스인들은 원래 누구 기다리게 시키는 재주가 탁월한가 봅니다.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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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정확히 예고한 시간이 되어 고개를 든지 몇십 분, 출입구로 밀려드는 인파 사이를 뚫고 제 쪽으로 달음박질을 쳐 뛰어드는 것에 그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다. 다만 인지를 한 시점에서 그가 제게 한껏 뛰어들고 있었으므로, 팔을 다 벌리기도 전에 목을 끌어안아 다리가 붕 뜨며 제 몸 또한 뒤로 기운다. 수많은 인파의 시선이 몰리며 반사적으로 허리를 붙잡은 채 그 한가운데에 나자빠졌지만 상대는 그 시선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애정 어린듯한 비빔을 이어갔고 그에 짧게 이마를 짚고 그를 눈에 담는다. 참 마법 같은 사람이다. 이런 것이라면 이마를 밀어냈을 것이 평소였겠지만 받아주고 마는 것이다. 저도 모르게 그 주문에 걸린 것일지도 모르고. 다른 분위기임에도 서로임은 달라짐이 없었다. 그를 보자면.. 어쩐지 조금 피곤함에서 숨구멍을 찾아 도망쳐 나온 도피인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지만. 제 어깨를 잡고 몸을 물리는 것에 그 손목을 잡아들고는 상체를 일으킨다. 어쩐지 앉은 제 위로 앉은 기묘한 자세가 되기야 했지만 침실처럼 공항 바닥에 누워있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기다리는 동안 심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나 보군요.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그리 보고싶었다면 붙잡을 것을. (일어나자는 말을 꺼내기 전, 들뜬 이에게 호응했기에 남들이 이를 보건 말건 그의 모습을 살피고는 부러 진중한 얼굴의 농담과 함께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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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공공장소에서 이런 추태를 부리는 것도 이제는 공기를 들이 마시는 행위랑 다를 바 없다는듯 대수롭잖게 대꾸하는 네 뺨에 입도장을 찍는다. 얼마나 고팠던 건지 쪽소리가 적나라게 날 정도였다. 제 쪽이 네게 얼마나 애틋하게 구는지 누가보면 50년 동안 안 본 사이로 오해할 정도였다. 이것도 부족한지 숨 돌릴 틈도 없이 양 손으로 네 뺨을 꽉 붙들고 격렬하게 키스를 퍼붓고 후다닥 일어난다. 물론 상대도 마네킹처럼 잡아들어 일으켜세워주고. 젊은 남성끼리 애정행각을 마구 쏟아대니 대화 중간마다 행인들의 감탄사가 끼어들기도 했다. 그래요. 그럴수록 내가 혼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이제는 제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이런 젠장, 50일 동안 뺨만 맞는 건 끔찍하잖아요. (발로 바닥을 쾅 구르자 하얀 블로퍼가 튕겨져 나간다. 왜 이렇게 모양새가 빠지는건지 모르겠네. 뒤집혀진 신발을 발길로 꾸겨신고 새침하게 제 팔짱을 낀다. 선글라스 뒤의 눈빛이 바쁘게 움직인다.) 왜 이렇게 근사하게 차려입었습니까. 설마 파티라도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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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잠깐, 기쁜 건 알겠지만 당신,.. ( 재회의 순간 정도야 넘어가려나 싶었지만 역시 젊은 남성 둘이 붙어 애정행각과 같은 -이어 끈적한- 것을 주고받는 것은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고 그와 다르게 모습을 숨기지 않은 저는 곤란한 터여서 적나리하게 나는 쪽 소리에 예의 버릇인 눈썹이 들린다. 무어라 더 하기 전에 격한 키스를 퍼부어대자 안경이 미묘하게 삐뚤어져 주먹을 말아쥔다. 물론 금방 떨어지는 것에 불발이 되었다만. 공공장소에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50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것을 잊은 것인지 아니면 부러 듣지 않는 것인지 속이 타들어간다. 재회의 순간마저 뜨거운 주먹으로 맞이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의 본명을 부르며 경고와도 같은 말을 귓가에 소곤거린다.) 안데르손. 보는 눈이 많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런 상황이 이전보다 곤란하니 자중하시죠.(그런 저를 일으키는 것에 약간의 흐름이 끊어져 주먹을 편다. 엉성하게 신발을 구겨신으며 폼이라고는 전혀 나지 않는 행동거지를 보이자 그대로 그를 질질 끌고 이 공간을 벗어나듯 코너까지 간다.) 그럴 예정이었습니다만, 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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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50일의 기간이 자신을 이렇게 변호해주는구나. 당신의 망신살 수위가 키스 이상을 넘어가면 주먹이 날아오는 건 잘 알고있었다. 그 펀치가 어느정도 강해야지 말야. 통증과 함께 뇌리에 박히듯 남은 경고를 기억 못할리가 없었다. 다만 얻어맞을 걱정보단... 당신이 무척이나 반가운 걸 어떡해! 자중하란 말에는 콧잔등이나 손가락으로 긁으며 딴청을 피우고 봐달라는 눈빛을 애처롭게 보낸다. 정말 하이텐션임에 분명한다. 와중에 또 파티라니. 생각나는대로 던진 말인데 이 사람이 파티같은 자리도 가? 50일 동안 저주라도 걸린거야 뭐야?) 오, 파트너가 없어서입니까? 저랑 같이 갈까요. 체면 세워주는 역할에는 제가 제일 탁월한 걸 아실텐데요. (상대의 딱딱하고 정갈한 걸음걸이와 달리 리듬을 타듯 큰 보폭으로 건성거리며 질질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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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사업 관련으로.. 정보가 필요해 참석하려던 것뿐입니다. 제 일이라기보다는 부탁받은 것에 가깝겠군요. 그곳에서 당신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모르는 척 구는 것에 날카로운 시선을 한 번 두고는 잰 듯한 일정한 걸음으로 주차장까지 걸음을 옮긴다. 이번은 호텔이 아닌 버젓이 머무는 곳이 이곳에 있으니 그곳으로 향할 심산이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길 일도 없겠지 싶었으니. 워낙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이었기에 미리 그 이유들을 사전 차단해 두는 것이다.) 이번은 다른 역할이군요. 그래서 극중 인물의 이름은? (차의 조수석 문 앞에 서 침묵을 지키다 문을 열어주며 검은 머리칼의 모노톤 영화의 주연 같은 안데르손이 아닌 흰머리칼을 덮어쓴 이에게 짧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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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단번에 큰 걸음으로 네 뒤를 따라잡고 어깨너머에서 말문을 연다.) 서운하네요. 무슨 짓도 감당해주셔야죠. 허니. (웃는듯한 웃음소리가 네 귓가에 그을음처럼 남는다. 장난스런 도발을 끝낸 이는 뱀마냥 유려하게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째 유치원생이 된거 같단 말이지. 조수석의 문까지 열어주니 그 느낌이 확연하게 강렬해졌다.) 산타라고 지었는데 급하게 오느라 옷이 이래서 말입니다. 괜찮다면 이름을 부탁해도 될까요. (작명센스 한번 들어볼까. 모 엔터테이트먼트 연예계 면접관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며 부담을 준다.) 참신한 걸로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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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무슨 짓이라도? (짧은 의문사를 흘리고는 고개를 사선으로 기울여 어깨너머의 턱으로 시선이 향한다. 종종 나오는 도발하는 듯한 투에 의문으로 흘기듯 넘기는 것 또한 여전했다.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야 현 상황에서 제 몸에 밴 기본적인 예의에 가까웠으므로 그의 생각은 모를 터였다.) 많은 것을 두고 온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선물은 가져오셨는지. ( 이어 저를 부담스럽게 보는 시선에 눈동자가 굴러 차체로 향한다. )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은 달링이겠군요. (추천받았으니 할 거냐?라는 시선을 다시 끔 그에게로 돌린다. 물론 저는 그를 안데르손이라 부를 예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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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턱을 내리고 눈동자를 들어올려 새카만 시야가 아닌 맨눈으로 널 바라본다. 상대가 고른 호칭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기껏해야 스노우나 다이아같은 흔해빠진 걸로 생각했건만 달링은 무슨 맥락이지. 아직 닫히지 않은 자동차의 문 위로 팔을 걸치고 능글스런 대꾸로 네 말을 이었다.) 선물은 착한 아이만 받을 수 있죠. 달링이라고 지어주셨으니 모쪼록 그리 불러주리라 믿겠습니다. 미스터 클란. 선물은 100점을 받는다면 드릴게요. (아예 발을 빼지 못하게 말뚝을 박아버리고는 어디 한번 힘내보라고 네 어깨를 두들긴 뒤 얄밉게 차에 타 문을 닫는다. 저 감정을 잃은 로보트가 저를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니 참 우습고 귀여웠다. 망상은 망상일 때에 행복한 법이지. 낯간지러운 호칭을 맨정신에 할 작자가 아닐 게 분명하니 선물은 뒤로 미뤄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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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어째서 그를 달링이라 지었냐 하면, 그가 그런 사람이었기에 붙여준 것에 가까웠다. 응당 사랑이나 로맨스를 부른다면 그에 가장 걸맞은 이름이 아닌가. 제가 그것을 맨정신에 불러줄 일은 없으니 쉽사리 나온 것이다. 선물에 호칭을 연결 짓는 것은 얄밉다는 감상이 머물렀다. 무어라 말을 덧붙이려다 금방 올라타 문을 닫아버리는 것에 저 또한 운전석에 오른다.) 다행이로군요. 적어도 선물이 본인이라는 소리는 하지 않아서. 100점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주게 될 겁니다. ( 뻔뻔한 자신감이다. 이런 쪽으로는 절대 숙이는 일이 없었기에 그의 점수 놀이에 어울려주겠다 그리 통보하고는 정장 주머니 한견에서 제 명함과 얼룩진 티켓을 꺼내 건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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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호언장담이 하늘을 찌르는군. 제 유치한 장단에 맞춰주는 걸로 보아 재밌긴 하겠다며 짧게 맞받아친다. 어쨌든 조수석에 앉자마자 하는 일은 핸드폰을 꺼내어 자동차의 네비게이션 화면과 블루투스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념비적인 날에는 음악이 최고지. 핸드폰 액정 위에 노니는 손가락이 고심에 고심을 더하다 마침내 곡 하나를 고른다. ELO의 Mr. blue sky. 가사 중 Mr. blue sky가 나올 때마다 네 파란 정장을 손가락으로 콕 찝어주기까지 하면서 발랄한 팔동작과 과장된 율동을 선보인다. 음악에 잔뜩 심취해 있는 와중에 조촐한 선물까지 받으면 행복게이지가 마지노선을 뚫고나간다.) 비겁한 사람! 20점 주겠습니다. 누적해서 계산하세요! (낡아빠진 티켓 위에 가지런히 놓인 명함을 먼저 살펴본다. 이렇게 보니 정말 검사가 맞긴 하구나. 멋진걸? 하마터면 점수를 더 줄 뻔 했다. 참도록 해. 안데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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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길게 뻗은 도로 위를 가로지르자면 노랫소리가 차 안을 가득 매운다. 웃기는 상황이 따로 없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무슨 연유로 만났는지도 알 수 없는 행색을 하고는 한곳에 올라탔고, 경쾌한 음악까지. 상대야 모르겠지만 제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남이 보기엔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겠다. 운전에 집중하자면 계속해서 집어대는 손가락을 서너 번 까지는 인내하다 결국 다섯 번째에, 한 손으로 그 손가락을 잡은 채 한 손으로 핸들을 쥔다. 핸들을 놓을 수는 없으니 반쯤 저지된다.) 20점이라니 야박하군요. 조촐한 비밀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아직 부르기에는 이를 수 있겠다 싶었지만,(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죠. 작게 덧붙인다. 그런 직감이라는 게 있었다. 그렇기에 불현듯 메일을 그에게 보낸 것이다. 완전히 상황이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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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마음만 같았으면 운전이고 뭐고 당장 당신을 마구 껴안고 뽀뽀도 퍼부어주고 싶었는데 도로 위에서 그랬다가는 둘 다 죽고도 남겠지. 그 전에 네 주먹에 얻어맞기도 할 테고. 속은 난리법석이었지만 겉으로는 점잔을 떨며-그러니깐 안데르손의 기준으로- 손장난으로 속된 마음을 저렴하게 달랜다. 그마저도 검은 장갑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살결을 긁듯 쓸어내는 장난을 치니 마음을 숨길 생각은 없어보인다.) 이르다는거면 제가 필요해서 부른 겁니까? 잠깐만. 지금... 어디로 가는거죠? (그제서야 현실을 인식한다. 고개를 돌려 길 안내 표지판들을 확인한다.) 교도소 플레이는 아직 이른데요. 스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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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 가죽 장갑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긁어대는 은근한 영역 침범 행동에 눈 위의 근육이 미미하게 꿈틀였다. 운전에 집중을 해야 했으니 웬만하면 반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종종 노골적인 장난을 치니 아무런 반응 없이 넘어가기는 힘든 것이다. 가만히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군. )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올라탄 겁니까? 당신도 참 무방비하군요. ( 상황은 웃기게도 정말 우연으로, 표지판을 보자면 교도소 방향이 맞았고, 단순히 자택으로 향하는 방향이 짧게나마 같았을 뿐이었지만 부러 그의 말을 정정하지는 않는다.) 이른 것은 별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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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 (진심이냐? 표지판에 적힌 석 자를 보고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사람 지금 나 놀리려고 그러는거지? 헌데 워낙 진지한 인간이라 농담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얼이 빠져선 이미 지나친 표지판을 백미러로 쳐다보기만 했다. 선글라스로 표정을 절반은 가릴 수 있어 망정이지. 빌어먹을!) 제 순정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실망스럽군요. 그 정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외모를 가졌으면서 부패검사였습니까. 미스터 클란? (일반화의 오류로 이상한 논리를 펼친다. 네 손을 훽 놓아주고 제 팔짱을 낀 채로 아니꼽게 흘겨본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매일을 뜬 눈으로 지냈습니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지만 교도소는 절대 안됩니다. 데이트장소가 교도소라면 당장 문열고 뛰어내릴 겁니다. 한번은 해본적 있으니 두번도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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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부패가 아니라, 정직한 검사 아닙니까. (그의 말을 정정해 준다. 일련의 - 아마 제 기준으로 토라지거나 삐진 듯한 - 행동을 보이는 그를 가만히 두고 보다 교도소로 향하는 차도의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다. 그럼으로 그의 이런저런 생각이나 기대감으로 부풀었다는 이런저런 소식이 노랫소리와 섞여 들려난다. 물론 마지막 말에 가장 반응이 있었지만. ) 자택으로 향하는 길목 중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뛰어내린 적이 있습니까? 용케도 살아있군요. (아주 조금 즐거운 기색이 비추어졌다 돌아온다. 달링 = 안데르손을 골린 것이 퍽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 그럼에도 그가 제게 사실을 고했으니 저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내어놓는다.) 저도 당신 생각을 한 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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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교도소로 향하는 도로를 타지 않아 다행이었다. 정말로 뛰어내려야하나 고민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니깐. 자신을 골리려는 의도를 파악하니 김이 샌다. 여태까지는 자신이 골탕먹이는 입장이었으니 이정도면 싼 값으로 넘길 수 있는건가.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볼륨을 낮춰 줄이고 네 말에 집중했다.) 한번. 입니까? 야박하군요. (누군가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제임스 코든 카풀 가라오케 우리도 한번 해봅시다. 검사님. 얘기를 꺼냈으니 어디 한번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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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그 한 번이라는 게, 제가 죽기 직전이었으니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가치 있을 수 있죠.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딱히 제 인생에 그렇다 할만한 인물이 기억에 남지 않았으므로. 카지노 때야 딜러에게까지 화대를 요구하는 진상들이나, 지금까지 와서도 늙은 갑부의 뒤치다꺼리-아마 체면 세워주기 같은- 것들도 마다할 수 없는 입장이니 동등한 선에서 보던 그가 유달리 기억에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긴 인연도 아니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이 나온 이가 그 순간 주마등처럼 스쳤겠지. 저도 병실의 천장을 보며 한참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동안 생각할 틈도 없이 살아오다 불현듯 왜?) 당신 얼굴을 가장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을 수도 있겠군요. (지금은 멀쩡하지만. 덤덤한 얼굴로 솔직한 말을 이어간다. 직설적인 말은 상처를 수기도 했지만 어느 때는 숨기는 것 없이 결백했다. 경쾌한 음악 위의 더없이 진중한 본인의 말이 얹어진다. ) 원하던 대답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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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남의 이야기라도 하듯 단조로운 어조에 드물게 놀란다. 당신 앞에선 놀라는 게 이제 드물진 않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게 사망플래그였던 것도 기가막힐 뿐더러 그 와중에 자길 떠올렸다니. 유감을 표해야할지 기뻐해야할지 혼란스러워 입술에 지퍼를 채운 것마냥 묵묵부답이다. 이대론 안되겠다. 복잡한 마음을 떨치려고 차창을 내려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마구 헝클어져 엉망이 되는 반면 생각의 찌꺼기들이 날아가 속이 뻥 뚫린다. 그제서야 할 말이 떠올랐다. 선글라스를 코 끝까지 내리고 백미러에 비치는 얼굴 조각과 시선을 짧게 맞대며 눈웃음을 건넨다.) 이런 사랑스러운 사람. 정말 당신 답지않고 이상하고 미친 대답아닙니까. (흐흐 웃는다.) 검사님. 원래 죽기 직전에 떠오르는 사람과 제일 질긴 운명이라는 얘기 압니까? (허무맹랑한 말을 아주 당연하다는듯이 당당하게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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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예, 아마 그럴 겁니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죠. 새삼 당신의 운이 천운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 기회가 되었다고 하면 좋을지. ( 차창이 내려가 바람이 안으로 흘러들자 잘 넘어간 머리칼이 미묘하게 흐트러진다. 아마 변장을 하고 이래저래 뒤치다꺼리를 하고 다니는 것이라면 이런 위협은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기에. 새삼 공권력과 그가 연결 지어져 눈가가 아주 미묘하게 가늘어진다.) 사랑스럽다는 말을 제게 하는 것도 당신뿐일 겁니다. 안데르손. 악연이든, 노래를 부르던 로맨스 영화의 주연이든 운명인 것은 같으니 그건 서로 하기 나름이겠죠. (그러다 보면 그가 가장 먼저 스쳐 지나가듯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은 멀리 떠나지 않는다던가 하던, 물론 그때야 누구에게나 로맨스를 속삭이던 해리였을 테지만. 기억력이 좋아 떠오른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제 차례군요. 무엇을 하다 온 겁니까?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분위기를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제 말을 들은 직후 보인 행동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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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지나가는 풍경들을 조금 더 온전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 선글라스를 벗고 창밖을 내다본다. 당신과 헤어진 이후 그동안의 시끄러웠던 소란들은 꿈결같은 거짓말이라고 바람이 속살거렸다. 잠시 누릴 수는 있어도 평생토록 가질 수 없는 것. 저에게 있어서는 평화란 이질적인 존재였다. 이는 본능적으로 불편하긴 했지만 그동안 바라고 기다렸던 자리이니 솔직히 기쁘기는 했다. 다만 깊은 생각이라고는 하지 않았던 사람이 당신에게선 깊게 생각을 하게 되니 미칠 지경이었다. 배탈 날 걸 알면서 맛있다고 계속 먹으려는 욕심쟁이는 결코 좋은 엔딩을 못볼텐데 말야. 피로가 늘러붙은 눈두덩이를 엄지와 검지로 쓸어닦으며 얕은 한숨을 쉰다.) 바빴습니다. 비즈니스는 고객 프라이버시라 언급할 순 없지만... 분노의 질주처럼 끝내주는 추격전을 찍었어요. 이게 영광의 상처입니다. (붕대가 감긴 손을 휘적인다.) 그리고 장례식도 갔다왔고요. 법정도 좀 오고다녔고... (말꼬리를 흐리며 침묵을 만든다. 웃음기가 사그라든 낯으로 상대를 쳐다봤다가 시선을 앞으로 돌린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 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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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앞으로 가있던 시선이 갔다 금방 돌아온다. 운전을 하는 동안 한눈을 팔 수는 없었으므로. 핸들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리고는 표지판을 한 번, 그리고 향하는 곳의 시간을 짧게 가늠한다. 목적지까지 얼마 멀지 않았다. 스치듯 본 것만으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할 정도였으니 내용이 진중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나오는 단어마저도 장례식이나 법정이 아닌가. 장례식이야 제게는 먼 단어였지만 법정은 제게 가까우니. 그 말을 듣고자 경청하고자 한다.) 장례식이라면 유감입니다. ... 외에도 할 말이 있는 것 같군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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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장례의 대상과는 그닥 돈독한 사이는 아니었어서 슬플 것도 없으니 제게는 유감이지도 않았다. 안전벨트가 헐거울 만큼 좌석에 등을 푹 기대고 길게 늘어진다. 태도에서부터 불만이 서려있다.) 기적을 바란다고 하더니 생사가 걸린 문제인지는 몰랐습니다. 하마터면 전 영영 메일도 못받고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그리워할 뻔 했어요. 정직하게 살아온 대가가 참 가혹합니다. 당신이나 저나. (간극. 그리고 제 앞의 대시보드를 주먹으로 쾅 내려찍고 그 위로 상체를 수그려 엎어진다.) 심각해봤자 막장 드라마쯤이라 생각했는데... 왜 말을 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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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큰 소리에 고개가 들린다.) 이실직고할 정도로 당신에게 매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그렇죠. 제 성격을 잘 알지 않습니까? (다만, 그날은 답지 않게 앓는 소리를 내기야 했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던가. 술김에 나온 소리였고 제정신에는 절대 못할 말이었다.) 그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르니 살려달라 매달렸을 것 같은지. 말했다면 당신이 어떻게 나올지도 몰랐고. (자존심이다. 얼마나 봤다고 그 무게를 남에게 지운다는 말인가? 꼴사나운 모습도 싫다.) 빚이 컸습니다. 이제와서 숨길 것도 없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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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예상답안을 그대로 술술 불어버리니 오히려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래. 나도 잘 알아. 당신 성격상 혼자 다 짊어지고 물이고 불이고 죄다 걸어나가겠지. 에베레스트가 활화산이 된다하더라도 등반할 악착같은 인간! 배알이 꼴리고 속이 더부룩한 이유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앞뒤 안가리고 속상하다고 제 성급함을 그대로 내보인 것이었고 두번째는 기껏해야 며칠을 본 사이인 것을 이런 날뛴 오지랖이 창피해서였다. 상대가 더 덤덤하니 무안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고개를 들지않고 손가락으로 제 눈가를 마구 비비고 감정몰입에 들어간다. 그리고 톱배우 뺨치는 연기력으로 우는 척에 들어간다.) ... 이 야속한 사람! 당신은 제 맘 몰라요! (졸지에 상대방을 아침드라마에 나올 법한 천하의 쓰레기로 만들어버린다. 매도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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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당신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제가 약한 소리를 할 때 붙잡았겠죠. 하지만 확신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는데, 틀립니까? (붙잡는다고 남을지 아닐지도 모르는 것을 상대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무안함은 배가 될 것이고... 분위기도 엉망일 것이었다. 물론, 말을 한다고 해서 안 갈 것도 아니었으니.. 야속하다면 야속한 사람이겠다. 그 몰입한 듯한 우는 연기에 짧게 입이 달싹여진다. 본의 아니게 아침 드라마 치정 극의 남성이 된 기분.) ...... 저도 당신이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약속으로 받아냈고. (술기운에 내뱉은 말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법 같은 삶이라던가, 행복이라던가 제게 어울리지 않는 말들만이 퍽이나 마음에 들더라.) 그것으로 마음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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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저 정석같은 대답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얄밉고 깨물어주고 싶냐. 어깨가 들썩 거릴 만큼 우는 연기를 일품으로 해내며 간간히 입새로 흐느끼는 듯한 신음을 낸다. 이 단편적인 그림만 본다면 정말로 클란이 나쁜 사람스러운 구도였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지고 싶댔습니까. 장례식을 두번이나 갈 뻔 했는데... (고개를 들면 얼굴이 눈물범벅으로 푹 젖어있다. 콧물도 훌쩍거리고 눈가도 새빨개져 세련되고 화사한 분위기는 우중충해졌다. 네게 더 말을 붙이지 않고 잔뜩 토라져선 새우잠을 자듯 등을 돌리고 차창 가장자리에 붙어선다. 그리고 어색한 고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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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누군가의 우는 얼굴에 동정심이나,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있긴 했던가 싶었다. 그야 제가 보던 대부분의 우는 얼굴은 제 사정 때문이라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인생을 말아먹고 내보이는 원망의 울음에 가까웠으니. 돌덩이 같은 그라 해도 이런 상황이 역시 곤란하긴 한 것인지, 때마침 보이는 자택에 아무런 첨언 없이 약 5분간 그대로 그를 방치한 채 - 의도는 아니었지만 운전 중이었다. - 주차를 해놓고서야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쉰다. 그 순간순간마저도 전혀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뇌한 듯싶다 손을 뻗어 귀 아랫부분의 목 언저리를 손끝으로 가볍게 건드린다.) .. 그래서 기분이 상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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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몇시간 전 피렌체에서 따사로운 햇살과 추파도 받았던 내가 파리에 있는 한 자동차에서 눈물을 질질 짜내는 중이라니 참 찌질하고 한심하다. 자신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울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울고보니 그 울음에 어느정도 진심이 들어가있어 덩달아 난감해지는 것이다. 수치스러움에 홧홧하게 오르는 열을 식히려고 차가운 창에 이마를 댄 채로 눈만 굴려 도착지를 살펴본다. 여긴... 시내도 아니고 누가 사는 곳 같은데. 설마... 까지 가고나서야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손길에 흠칫 놀라 슬그머니 고갤 돌려 눈물로 푹 젖은 눈길로 상대를 흘겨본다. 심통이 가득하다.) ... 네. 속상해요. (그래도 당신이 숨기지 말라 했으니 거짓없이 고하며 근처에 머물던 네 손을 그러쥐고 손바닥에 파고들듯 뺨을 부빈다.) 당신이 기분 풀어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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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예, 아마도. (일단 그 서운함의 대상이니 본인이 어떻게든 하면 되지 않겠는가 싶어 제 손바닥에 뺨을 부비는 것에 그 손으로 뺨 언저리를 감싸듯 해준다. 사람을 구슬리고 달래는 재주는 없다. 안타깝게도. 비위 맞추기야 자신 있지만 상대는 제가 높여 부를 사람이 아닌지라 그 언행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다시 고뇌.)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상체를 조수석 쪽으로 숙이듯 기울여 벨트를 풀어준다. ) .. 달링. (아마 심통을 조금 풀어주려 침묵 이후 내뱉은 단어이겠지만 로봇, 혹은 얼음덩어리 같은 작자의 입 밖으로 나오니 더 낯간지럽고 웃기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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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단순히 칭얼거리는 게 아니라 제법 큰 수를 던진 것이다. 곧 마흔을 달려가는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어차피 쌍방 나이도 모를테고. 상대도 이제는 마냥 얼음왕자는 아니니 운이 좋으면 넘어오리라 싶어 허접한 애교나 부려보는데 정말로 통하기라도 한 건지 그토록 바라던 호칭이 들린다. 곧바로 낯에는 들뜬 흥분감이 서려 재빨리 선글라스를 써 가리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물러나려는 네 턱을 움켜쥐고 귀여운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그래요. 여보. 신혼이라고 해도 장소 가리지 않고 싸우긴 싫잖아요. (질나쁜 농담. 무어라 잔소리를 하기 전에 붕어 입술에다 쪽소리가 나게 뽀뽀를 해주고 먼저 차에서 내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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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https://ung00.tistory.com/8
(일련의 말과 행동에 상념이 가득하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가는 제 입가를 매만지던 손을 거둬, 저도 서류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린다. 그의 말장난이야 그렇다 쳐도 표정만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임이 크겠다. 물론 제게 거짓을 고하지 않겠다 했으니.. 말장난 속에도 거짓은 없었겠지 싶어 고개가 미묘하게 기울었다. 그러다 보면 해리의 말장난이 교차한다. 단편적인 생각을 자르고는 집주인보다 앞선 이의 뒤를 따라 걷는다. 걸음걸이는 제가 조금 더 빨리했으니 금방 그를 앞서 문 앞에 선다. 본인의 개인 공간에 누군가를 들이는 것이 처음임에도 그것을 거치지 않고 자연스레 데려올 생각을 한 것은 아무래도 보는 눈이 없는 편이 - 쇼맨십이 엄청난 그를 두고 - 나은 판단이라 생각해서 일 것이다. 번호를 누르고는 문을 열어 들어오라는 눈짓을 한다. 안은.. 저 다운 공간일 것이다. ) 결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 지내는 동안 신혼 말장난이라도 치실 예정인지. -
클란 32 D (누가 봐도 가정집. 다르게 생각해보면 비밀 접선 장소라던가 사무실쯤 되겠지. 원체 망상이 많아 이거저거 따지다 당신의 안내를 뒤따르는데 그냥 평범한 내부에 김이 샜다.) 50일의 공백이 다소 허무하군요. 놀이공원이라도 가서 데이트라도 할 줄 알았는데 절 여기 가둘 셈은 아니겠죠. 미스터 클란. (네 속내를 대번 파악한 사람처럼 콕 찝어 말하고 찬찬히 구경을 시작한다.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군. 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게 물건들은 손대지 않고 혼자 뽈뽈거리며 사람의 흔적을 찾으려 애쓴다. 혼자 사는건가? 가족사진은? 도대체 여기서 뭘 하려고?) ... (의중이 파악되질 않으니 돌아다니는 것도 의미가 없다.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선 널 멀뚱멀뚱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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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제 입술 위로 손 끝을 느릿 가져다 대고는 제 서류가방을 테이블 위로 올려둔다.) 당신 때문에 일을 파토낸 것을 알면 한소리 듣겠군요. (익숙하게 놓인 여러 물건들을 들고 뒷면을 뜯어보곤 닫기를 반복한다. 답지 않게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다 그것들을 다시 원위치로 되돌린다. ) 평범하게 생각해보자면, 직접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게 ..(처음이라, 같은 것은 속으로만 씹는다. 아무런 흔적이 없는 듯 보이는 모노톤의 공간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당신을 본다. 침묵이 몇초간 유지되다 입을 연다.) 됐습니다. 말은 최소한으로 하고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은채 다시 겉옷을 걸치고는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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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식사? 앞치마라도 두르고 요리해주려고 했나? 가정적인 당신을 상상하니 꽤 깜찍해서 푸핫 웃음이 터진다. 저 성격상 속으로 고민을 엄청 해댔겠지? 모른 척을 하지만 모른 척이 아니라 은근히 티를 내듯 능청을 떨며 네게 사뿐히 걸어가더니 어깨로 널 벽으로 밀어세워 뭉근하게 짓눌렀다. 또 심상찮은 공기) 글쎄요. 골칫덩어리에 사고뭉치인 사람에게 그 말이 통할 것 같습니까? (하!) 아니. 전혀! (혼자 자문자답을 하더니 갑자기 방향을 틀어 집 제일 안쪽으로 우다다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보며 네 방을 찾기 시작했다. 궁금해! 기왕 온 거 보고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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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문 옆의 벽으로 밀어 세워 예의 그 은근한 짓누름에 몸이 밀착해 눌리자 눈썹이 미미하게 모인다. 어쨌든 저도 이런 쪽으로 모르는 것은 아니니 가늘어진 눈이나 표정으로 그것을 대변한다. 떨어지며 방 안쪽으로 향해 문이란 문은 다 열어버리자 제 이마를 짚는다. 그저 빈 방이나, 이런저런 서류나 책 따위가 가득한 방, - 대부분이 그랬지만 - 종국에는 말끔한 침실까지 이런저런 것은 대부분 갖추어진 공간이었다. 개인적인 공간을 오픈한 적은 적어도 검사 인생사 처음이었기에 그것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치부를 보이는 듯한 느낌에 조금 초조한 듯 뒤따른다.)... 안타깝지만 침대는 하나밖에 없으니 불편해도 참으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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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저돌적이시긴. 먼저 같이 자자는 얘길 하실 줄도 몰랐네요. (게슴츠레 한 눈빛. 쇼파나 바닥이라는 선택지도 있긴했지만 상대를 매도하고 싶어 아무런 말이나 씨부렸다. 살인현장을 뒤지는 형사마냥 침실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메일을 받자마자 날아와서 짐은 전혀 챙겨오지 않은 터라 괜찮다면 신세를 지려고 하긴 했는데 손수 그렇게 나와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야 상대는 자리한켠 쉽게 내어줄 사람이 아니지않은가. 다시금 호텔에서의 그 술주정이 상기된다. 허투루 한 말이 아니었군.) 당신 냄새가 가득해요. 이런 곳에서 절 재울 생각이셨다니. 정말... (뒷말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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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앞으로 팔짱을 긴 채 제 팔 등을 두드리는 손끝의 박자가 미묘하게 빨라져 제 침실을 부산스레 오가는 모습을 본다. 생활감이 묻어나는 공간이었으므로 탁자 위의 시계나 스탠드, 이런저런 수첩과 누운 액자까지. 침대 아래의 슬리퍼는 덤이고. ) 일단은 그럴 생각입니다. 당신을 소파에서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물론 아무 일도 없겠지만요. 당신이.. (먼저 도발하지 않는 이상은. 따위의 말을 덧붙이고는 옷걸이에 옷을 걸쳐둔다.) 저도 나름 사람인지라 가만히 있는 건 아닙니다. ... 누군가를 제 개인적인 공간에서 대접하는 것은 어색할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양해 부탁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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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평소 같았으면 본론만 짧게. 용건만 간단히 할 사람이 저렇게 구구절절하다니. 이런 모습은 또 쉽게 볼 수 없지. 입꼬리가 내려갈 새가 없다. 도둑처럼 손과 발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눈은 집주인에게서 떼어놓지 않는데 흥미를 끄는 물건이 보이면 허락도 없이 곧장 집어든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수첩. 증거를 찾은 형사는 범인에게 다가와 수첩을 흔들어 보이며 마지막으로 가슴팍을 툭 건드린다.) 도발이라는 단어를 빼면 제가 아니죠. 만약 도발한다면 그 뒤는 어떡할 겁니까. 이 음흉한 사람. 이 수첩에 당신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걸 다 압니다. 좋은 말 할 때 순순히 제 도발을 들으세요. (상황극인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쏭달쏭한 톤. 일단은 장난스럽다는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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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아무래도 어색한 것이다. 사적인 공간을 완전히 오픈한 것을 넘어 제 앞의 이는 이것저것 들춰보지 않으면 성이 안 차는 이가 아니던가. 굴뚝을 타고 들어와 선물을 전해주려는 것은 좋았지만, 덤으로 남의 집을 들쑤시는 산타가 따로 없다. 사색이 짧게 이어지다 제 가슴팍에 와닿는 느낌에 고개를 내리자면 제 수첩이다. 손을 뻗어 그것을 채가듯 한다.) ...곤런하군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도발스러운지 아닌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죠. 그리고 이건 제 단순한 일과만을 기록해 놓은 겁니다.(수첩을 펴 보여주자면 그 안은 아침 커피, 식사, 집무... 집 안에서의 일정만이 기록된 것들이다. 얼마나 꼼꼼하게 적었냐 하면, 씻는 시간까지 기록되어 있다. 남이 보면 지독하다.. 싶을 정도.) 어디 들어나 봅시나. (수첩을 소리 나게 닫고, 앞으로 팔짱을 낀다. 어떤 쇼맨십을 드러낼지 감상이라도 하자는 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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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실상 산타는 거짓말이고 도둑이라는 호칭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당장의 값비싼 물건은 없고 무엇을 훔치고 싶냐 물으면 대답은 당신일테니 그와 관련된 것에 호기심을 갖길 마련이다. 가령 이 수첩처럼. 그 안에 적힌 빽빽한 내용들에 난색을 표하며 미간을 찌그러뜨렸다. 이 정도면 강박증 아냐? 한량스럽게 시간을 허비하며 충동을 달고 사는 안데르손이 상대의 삶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수첩을 빼앗아 등 뒤로 휙 집어던져버리고 뜬금없이 끈적하게 몸을 겹치더니 가슴팍을 더듬듯 쓸어내고는 조롱하는 뉘앙스로 비웃었다.) 침대에서도 수첩 같이 다 매겨가면서 하면 코미디일텐데. SNL에 출현하면 딱이겠어요. (속살거리는 목소리를 입술 위로 살포시 얹었다가 본심을 드러내며 하순을 깨물고는 도망친다.) 같이 자는 건 안되겠습니다. 전 스위티가 자는 걸 구경이나 해야겠어요. (어깨나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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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수첩을 뒤로 던져버리는 행동에 그것을 줍고자 하면 끈적하게 몸을 겹쳐 붙어오는 모습을 마주해 그 얼굴이 조롱하듯 웃음을 머금지만 그 얼굴보다는 이전의 말에 포커스가 맞추어진다. 그러니까, 침대 소리 말이다.) 벌써 침대 생각을 했다니 음흉한 건 그쪽이었군요. (금방 얄밉게 깨물고 도망치는 것에 제 입술을 매만지며 한쪽 눈썹이 느릿 오른다. 정장 마이와 베스트, 넥타이를 자연스러운 투로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제 장갑을 뺀다. 반지는 여전하다. 아무래도 행운의 물건, 약속의 증표 즈음으로 생각하는 모양.) 자는 것을 구경당하는 취미는 없습니다만. 식사는? (지금 하겠냐는 뉘앙스로 질문을 던진다. 그는 대식가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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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이렇게 멋진 신사분과 한 침대를 쓰는데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교묘하게 남탓으로 전가해버리지만 미운 구석은 없다. 얄궂게 굴어도 사랑받는 법을 아는 사람인지라 이런 언변쯤은 가볍게 할 수 있지. 오해를 해도 정정하진 않으며 외출을 관두는 당신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 옷도 채 다 벗지않고 침대에 널브러져버린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굴을 박고 뒹굴거리기까지 아주 제 집이 따로 없다.) ... 사실 조금 피곤해요. 그러니깐 제가 자는 걸 구경하는 건 어떻습니까. 옛날이야기라도 해주세요. 허니... (간드러지는 어조로 허접한 유혹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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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얄밉기는. 따위의 감상을 속으로 씹지만 딱히 그가 밉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특유의 말주변이나 행동, 그리고 풍기는 느낌이라는 게 유려한 탓이다. 이런 일에 익숙한 사람은 당해 내기 힘들지. 다만 제 침대에서 겉옷을 벗지도 않은 채 엉망으로 시트를 구기며 뒹구는 것에는 심기가 섰는지 그 옆으로 우두커니 서 네 코트를 꽤 우악스럽게 벗겨 옷걸이에 걸어 각이 잡히게 둔다. 만족스러운 얼굴이 10그램. 그제서야 뒤늦게 그 간드러지고 허접한 유혹에 응해주려는 것인지 아닌지 침대에 걸터앉는다.) 남의 자는 모습을 구경하는 취미도 없습니다만. (시선이 사선 아래로 간다. 흐트러진 머리칼에 무방비하게 있는 건 그가 아닌가. 더군다나 옛날이야기 같은 것을 알리도 만무하다. 직설 화법이 아닌 이상 아주 더럽게도 눈치가 없어, 상체를 조금 숙인 채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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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얼떨결에 코트가 훌러덩 벗겨져 죄다 하얀색만 남게 된다. 마치 눈밭에 구르다 온 형상. 선글라스까지 벗으니 그 모습이 더욱 두드러져 상대와 대조를 이룬다. 자기 좋은 자세로 고쳐 누우면 침구가 구겨져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분 좋은 향을 풍겼다. 50일 동안 기다리느라 고생했으면 이 정도는 받아야지.) 그럼 무슨 취미가 있길래 이 미모를 마다하실까요. 검사님. 천사같지 않아요? 스위티는 악마고요. (허벅다리로 네 옆구리를 밀어내며 심기를 긁는다.) 이런 곳에서 일주일만 지내면 그 어떤 천사도 노이로제로 타락해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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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그리고 그것을 타락시킬 것은 제가 되겠군요. (속눈썹이 느릿 내리 깔려 그 다리를 붙잡아 당겨 그를 제 아래에 두고서는 가만히 내려다본다. 감상하는 투다. 하얀 얼굴 위로 걸린 웃음, 하지만 그 속은 겉과 반대일 것이었다. 제 검은 겉과 다른 속은 하얀 빛을 띄는 깊은 물이었다. 다만, 수면의 아래로 향할수록 그 깊이와 함께 어둠을 띄는 법이니. 얼핏 보자면 그 누구보다 청렴한 듯했다. 그렇다면 눈앞의 이는? 하얀 겉과 반대로 어떠한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을지 가늠한다. ) 매혹적인 말로 꼬드기는 것은 당신이니 질문하죠. 당신은 에로스입니까.(시적인, 공적인 부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루뭉술한 말투성이인 목소리. 종종 더는 그러한 말들을 꺼내고는 했다. 놀리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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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네 아래에 구경거리가 되어도 얼마든지 그러하겠다는듯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치장이 현란하여 눈속임은 일품이니 어지간하면 그 속내를 파악하기 힘드리라. 비유하자면 끝도 없는 마트료시카. 다만 네게는 그 의중을 조금 걷어내고자 한다. 저 자신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탓이었다. 하얀 장갑을 낀 손이 이불 밑으로 삐죽 들어온 네 허벅다리를 간질듯 쓸으며 수줍게 웃어낸다.) 그런 셈이죠. 나의 프시케. (서로를 신화에 빗대어 속살거리다 단정을 짓는 어조로 말투를 바꾼다.) 제가 궁금하잖아요. 저라는 위협에 당신 미래가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음에도. 그러니 매몰차게 굴지 말아줘요. (눈썹을 사선으로 꺼트리고 응? 하며 마지막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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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본인의 화살에 찔려 버린 것은 에로스지만 프시케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죠. 저는 천성이 이렇다 할 뿐, 당신에게 매몰차게 군 적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다. 매몰찼다면 너를 이곳까지 들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에로스의 말이 들어맞는다. 궁금하다. 그것은 모든 것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며 인간이란 끝없는 알고자 함을 품기 때문에. 그렇게 손에 든 초 따위는 없지만 그것의 삽화와도 같이 상체를 숙여 꺼진 눈썹 위로 짧은 입을 맞춘다. 옅은 숨결과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남는다. 표정의 변화는 없다만서도 당장 그를 내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의 행동이기도 했다.) 제게 모든 치부까지 내보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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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가장하고 흉내내는 것이야말로 제일 익숙한 사람일지언정 지금은 모든 게 낯설었다. 당신의 말이나 입맞춤과 그 이외의 것들도. 당신은 가장과 흉내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있었다. 때문에 이리 증명받음에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한다. 벅차오르고 기쁜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물살이 거칠어 목소리들을 앗아간다. 그림자가 진 새하얀 낯에 황혼이 물들었다. 말의 무게는 저마다 다를테지만 그저 말뿐이라도 제 감정의 덧없이 찬란하다.) 프시케는 욕심을 부리다 에로스를 잃고 사무치게 슬퍼했다고 하는데 당신은 왜 무모하려고 합니까. 보다 안연하게 지낼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수첩처럼요. 제 치부까지 내보인다면 수첩이고 집이고 당신이고 다 태워버릴지도 모릅니다. 에로스를 안다는 건 그런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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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 https://youtu.be/EM7YOxQQuR8 )
(그럼에도 프시케는 그것을 놓지 못하지 않던지.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리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질적인 느낌, 그러한 불완전한 흔들림은 두 발을 딛고 걷는 것들에게 흔하다고들 하지만 저는 여태껏 누군가를 잡아본 적이 없다. 그것이 약점을 만든다. 오롯 제 앞만을 본다면 변수는 줄어들게 되지만, 그것이 아니게 된다면 허점은 만연하게 치부를 드러낸다. 하지만 모두가 이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것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제가 내뱉은 말에는 거짓이 없었으므로, 다시 한번. 그를 본다면 그 옷깃을 붙잡는 것은 본인일 것이라 이야기한다. 인생은 덧없고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운이 없는 자신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백지 위로 황혼이 덧그려지는 것을 눈에 담는다. 제 수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잔했으나 그 물속은 기포로 가득했다.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 총알도 받아낸 마당에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나 싶군요. 제가 타버린다 해도 에로스는 건재하죠. 신은 죽지 않습니다. (-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 프시케는 에로스를 손에 쥐게 되죠. 짧게 말을 덧붙이고는 그 손 위로 손을 겹쳐올려 그러쥔다. 기묘한 기류가 방 안을 매운다. 저는 이것을 무엇이라 정의하지 않았다. 그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저는 신이 될 수 없음을 모르지 않아서.) -
클란 32 D (자고로 인간이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탄생부터 죽음까지 완전하려고 애를 쓴다. 역사가 말하길 그 틀 안에서 난잡한 군집을 이루며 협력과 존중을 발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가령 당신과 자신처럼. 결말이 없는 쓰다 만 소설. 어디로 날아가는지 모르는 풍선. 뜬구름을 잡는 신화. 우리는 예외가 되길 못내 겁내하지 않고 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작은 균열들이 모여 어떤 종극을 불러올지 알고있으면서 말이다. 그러니 정의하자면 난 파멸을 사랑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제게는 선택권이 없는거군요. (당신이 질문을 가장하여 저 자신을 에로스로 명명한 순간부터. 아마도 이 대답을 예감했겠지. 선택권도 없을뿐더러 거부권도 없다. 클란. 이 인간은 좋게 말하면 총명하고 나쁘게 말하면... 간사한 사람! 작은 복수라도 하듯 숨이 막힐만큼 와락 끌어안는다.) 좋습니다. 내 프시케가 총알을 맞지 않게 품어줘야겠습니다. (잠깐의 간극이 생기더니 턱을 숙이고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얘길한다.) 그거 알아요? 프시케가 에로스의 침실로 들어와서 괴물인줄 알았던 남편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고 하던데. 우리 프시케는... (...아니다. 됐다.) 날 찔러죽이지만 않아도 다행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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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힘이 꽤 들어간 포옹에 몸이 맞닿아 눌려 숨이 좁아진다. 호흡이 들어가면, 그에 따라 느릿 뱉어진다. 놀란 티가 나지 않을 턱이 없었을 것이지만 부러 태연한 척을 한다. 삐죽 내밀어진 입술과 조금은 불만스레 나오는 말을 경청하자면, 손끝으로 그의 하복부를 찌르듯 칼이라도 되는 마냥 누르다 손을 뗀다. ) 로맨스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반했는가, 반하지 않았는가의 답은 내어놓지 않는다. 어찌되었던 제게는 진실 뿐일테니 나름의 패를 숨기고 싶기 떄문에. 그리하여 나온 것은 가장 처음 그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곳에서의 대사였다. 극중 배우의 말을 이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열렬한 팬이 아니고서야 힘들 정도지만 제게 그 정도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야.. 저는 같은 무대 위로 선 한 명의 또 다른 배우가 아닌가.)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겠죠. 내뱉어진 말은 다시는 담을 수 없는 신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내기를 할까요. (손끝이 닿는 가슴팍을 가만히 짚는다. 전해지는 체온이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다.) 이긴다면 에로스에게 무언갈 받아 가야겠습니다. 아마 믿지 못하시겠죠. 당신은 저를 받아간다 했지만 그와 동반되는 영광은 주지 않았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맞다면 제가 이긴 것이고, 틀린다면.. 에로스에게 원하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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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제 발언을 기억해준 건 좋지만 그걸 굳이 지금에서야 말하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일부러 격한 허그까지 곁들였건만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 심기가 씁쓸하니 떫다. 이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 그래. 검사가 헛으로 된 건 아닌가보지? 그래도 여긴 재판장이 아니라 침대인데요? 그 고약한 고집으로 한발짝도 안물러나는군. 인간이 악마같은 뱀의 꼬드김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어 선악을 알게됐다는 건 다 거짓말일지도 몰라. 이거 봐. 뱀까지 잡아먹을 기세잖아. 살갗을 파고드는 손길에 미약하게 앓는 신음을 내면서 눈매를 우그러뜨리곤 빼앗긴 페이스를 가져올 생각만 잔뜩 해댄다.) 저는 지금 해리가 아닙니다만. (안데르손은 해리처럼 로맨스 장르가 아니라는듯 심통을 부린다. 이 심통도 유통기한이 얼마 되지않아 이어지는 네 말에 만료가 됐다. 곧바로 미소가 번진다. 제 위에 곱게 누운 네 어깨를 붙들어잡더니 서로의 위치를 반전시키며 굶주린 맹수마냥 제 밑에 가두어 내려다본다.) 사람은 욕심이 끝도 없다 하더니 달링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군요. 당신이 내기를 먼저 권하다니. 함정같지만 솔깃합니다. 검사님이 노래에 맞춰서 춤도 추고 스트립쇼 하는 걸 볼 수 있다니! (일부러 무리수를 둔다.) 뭡니까. 말씀해보세요. 스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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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그의 위로 누운 듯 머리를 대고 있자 하면, 손길에 시야가 뒤집혀 천장, 그리고 그 아래의 얼굴로 시선이 옮겨져 미끄러진 안경이 미묘하게 기운다. ) 하지만 해리를 연기하고 있는 안데르손이죠. 마음에 듭니까? 예, 제가 지게 되면 그런 것들을 시킬 생각이라니 더더욱 질 생각이 없어집니다. ( 차분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이곳이 침대 위라는 것이 새삼스럽지만 이제 와서야 와닿는 듯싶다. 원체 성욕이 없는지라 - 라기보다는 남과 접촉을 할 일이 없었거나, 그저 칠요에 의한 것을 이 대부분이었던- 뒤늦은 자각이다. 아니면 모른척했거나.어찌 되었던 결국 그와의 시선, 혹은 접촉이나 키스 따위가 비즈니스적인 부분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예외를 둔다. 분위기에 취해서? 아니면, 그의 페이스에 말려서? 속으로 질문을 던져봤자 나오는 해답은 없다. 으레 이런 것들을 사람들은... 그렇고 그렇다고 하던가. 무어라 지칭은 역시 하지 않는다. 그건 제 성미에 맞지 않은 추측일 뿐이니.) 당신은 본인의 치부를 지탱하는 배경과 인연 중에 전자를 선택한다에 걸죠. (이긴다면 내놓을 답이 당연한 질문이다. 좋게 말하면 그의 깊은 부분까지 관여하려는 관심. 나쁘게 보자면, 그 치부를 제가 쥐고 흔들겠다는 의미다. 깊이가 더해진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 손을 뻗어 깃 옆 부근의 옷을 말아 쥐어 당긴다. 콧잔등이 아슬하게 닿을 거리에서 숨결이 오간다. 살짝 고개를 튼다면 겹쳐지기에 딱 좋은. 정적 속의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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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초록색 눈동자가 월식을 치르듯 접힌다. 그 뒤로 카랑카랑한 웃음소리. 고개를 옆으로 틀어내 시트에 올려진 주먹에 이마를 대고는 눈물이 쏟아질 만큼 길게 웃었다. 이마저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 어깨가 들썩거린다. 의도가 노골적이다 못해 떠먹여주는 수준이니 코앞까지 다가온 네게도 흔들림없이 여유롭다. 옷깃을 잡은 나쁜 손버릇을 제 손아귀에 움켜쥐고 만세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벌을 주고는 한참 뒤에 대꾸를 했다.) holy moly. 덕분에 잠은 깼습니다. 고마워요. 클란. 그래. 더 말해봐요.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당신은 그런가봐요? (대답은 하지 않고 되레 역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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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웃음소리에 예의 버릇처럼 눈썹이 들린다.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이런 방면으로 저는 거짓을 이야기할 수 없었고, -물론 일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을 상대로 능숙한 이에게 웃음을 사는 것에 심기가 뾰족하게 오른다. 만세를 하듯 들린 팔목을 조금 들다 포기하고는 폭소 다음으로 나온 표정을 마주한다.) 그건 내기의 주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당장의 내기에 집중하시죠. (사실상 이미 눈치챘으니 변명을 할 거리도 없다. 단순히 그가 전자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던진 것이 아니다. 그가 어느 쪽을 택하던 제게는 손해가 없었을 내기였기 때문에. 물론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것을 제외하고 계산한 것이지만.. ) 알면서 묻습니까? 절 놀리려는 건지. (의도야 했지만 민망함은 감출 수 없다. 드물게 입가가 씰룩인다. 웃음보다는 약간의 경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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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포식자에 잡힌 피식자의 위치면서 입술은 쉬지 않는다. 이 사람은 목구멍에 칼을 쑤셔넣어도 아마 이럴지도 몰라. 옳고 그름을 가르고 진실을 말하는 이 발칙한 입이란. 에이, 설마. 이 사람도 인간이야. 헌데 총알 앞에서도 살아남았잖아. 상상 속의 천사와 악마가 서로 싸우고 있었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당신의 의외인 점이 자신과 비슷한 동질감을 부여해 만족을 준다는 것이었다. 뭐 그래도 내기는 내기지. 봐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미안하지만... 후자거든. 입술 밖으로 내지 않고 속으로만 답하며 판에서 손을 뗀다. 이 게임은 애초부터 딜러의 승리로 짜여진 판이니 배팅을 하지 않는 걸로 이길 수도 있었다.) 잘 알았습니다. 검사님. 내기는 없던 걸로. (네 허벅다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선 허리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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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도망입니까? (짧은 침묵을 지키고는 손끝을 까딱이며 움직인다. 더 이상의 말은 이어가지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그 얼굴로 향하고 있었고 조금은 맥이 풀린 느낌이 흐른다. 이곳은 법정이 아니지만 누구에게서나 그런 스탠드를 유지하는 것이 본인이었다. 천성, 혹은 습득한 몸에 밴 버릇. 제 일 쪽으로만 생각하면 이점이 크지만 이런 쪽으로는 독이다. 그러니 조금은 그것을 내려놓지만 날것을 내는 것은 쉽지 않아 마치 고장 난 카세트테이프 마냥 말을 내뱉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러니 한순간의 긴장을 놓아버린다. 첫판이 끝났으니 깊은숨이 내쉬어진다. 눈을 감고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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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대기업 면접스러운 공기가 풀려 가벼운 감만 남는다. 상대방도 이상하게 풀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나보다. 음식도 마냥 단 것보단 달고 짜고 밸런스가 맞아야된단거야. 사람을 음식에 비유하는 건 조금 무례할지도 모르지만 당신도 마찬가지지. 이런 깜직한 구석을 잘도 숨겨놨다 이거지? 거꾸로 뒤집어서 탈탈 털어먹을거니 각오해라.)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제가 제일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도망치는 겁니다. 술래잡기 잘해요? 전 잘하는데. (갑자기 방향이 엉뚱하게 튄다.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더니 단 몇 초만에 이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널 김밥마냥 둘둘 말아버리고 침실 밖으로 뛰쳐나가버린다. 사고치기 몇 초 전. 흙탕물을 뛰어들어가는 강아지가 따로 없다. 보이는대로 아무 방이나 들어가서 다짜고짜 짐들을 마구 뒤지기 시작한다. 옷이라도 있으면 냄새라도 맡아보고 입어보고. 서류라도 있으면 한번쯤 읽어보고. 화장품이라도 있으면 한번 써보고. 아차, 문은 잠가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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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 당.. 안데르손!(이런 몰 꼴은 다른 의미로 살다 살다 처음 겪는 일이었고, 당황스러움에 그의 이름을 외치듯 부른다. 남의 앞에서 나름의 이미지 관리라는 것을 하기 나름인데 이 사람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나 보다. 그러니 둘둘 말려 어처구니없는 모습인 채 몸을 꾸물거려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신적인 타격이 오고 마는 것이다. 실책이다. 한순간 놓았던 긴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삐뚤어진 안경 너머로 한참을 굳어있다 몸을 다시 반대쪽으로 굴리나, 꾸물거리며 빠져나오나의 기묘하고 진지한 갈등 끝에 후자를 택해 빠져나와 미묘하게 벌게진 귓바퀴를 두어 번 문지르며 몸을 일으킨다.
드레스룸이 딸린, 1인용 테이블과 몇가지의 책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면 여러벌의 정장과 넥타이, 각종 시계나 그런 부류의 것들이 자로 재기라도 한 것 마냥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만, 이리저리 건드는 통에 배열이 흐트러진다. - 이어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문고리가 철컥이는 소리가 난다.) 좋은 말로 할 때 그만 나오시죠. 집털이 산타. -
클란 32 D (집주인이 어떤 곤욕을 겪고있는지 주동자는 전혀 모르는 채로 탐방을 이어나간다. 도둑털이라도 연습하듯 시계 여러개를 손목에다 차보기도 하고, 테이블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예의라곤 말아먹은 놈마냥 책을 팍팍 넘겨보기도 한다. 금세 흥미가 떨어져 옷장에 걸린 정장들 여러개를 겹쳐입는데 제일 안쪽에 무언가 보여 머릴 깊숙히 박아넣는다. 그때 당신의 경고가 떨어진다. 네. 그러시겠죠. 나쁜 말은 뭘까요. 들리지도 않게 중얼거리며 벽 가장자리의 물체에 집중한다. 검고.. 둥근.. 무언가는 긴 다리를 갖고 있었으며 크기로 따지자면 성인 주먹정도 될까나. 그러니깐... 거대한 거미였다. 파악을 끝마친 뇌는 비명을 지르라 시켰고 시키는대로 행한다.) 흐악!!!! 젠장. 젠장. 젠장! (질겁하듯 뒷걸음질을 치며 단숨에 문을 열어젖힌다. 덕분에 문 앞에 서있던 당신은 그대로 문에 처박히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도망치기 바빴다. 이것도 현실을 인지하고 3초만에 종료되어 후폭풍에 잠긴 널 억지로 끌고와 그 무시무시한 방에서 최대한 멀어진다. 난장판인 옷꼬라지. 혼이 나도 모자랐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젠장. 저건 도대체 무슨 취미예요??? (클란이 키우는 걸로 오해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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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 이 근방 뒤쪽에는 꽤 큰 숲이 있고, 주변의 민가는 없으니 그런 것들이 으레 들어오기야 했다. 물론 저는 그런 것에 겁을 먹는 체질이 전혀 아니었으므로, 굳이 침입을 신경 쓰던 것은 아니었지만, - 일주일 전에는 부츠만 한 거미가 들어온 전적이 있기 때문에 - 다만 그것을 아직 확인한 것이 아니라 무슨 취미냐던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 드레스룸이? 그 이전에 얼굴이 얼얼했다. 다행히 안경은 무사했지만 부딪힌 몸채가 얼얼해 이마 위로 핏줄이 선다. 화를 내기에는 이어지는 말이나 상황에 이해할 수 없음이 컸으므로 인내하며 양 어깨를 붙잡아 진정시킨다.) 진정하시죠. 무슨 취미냐니. 남의 옷을 엉망으로 해놓고 제가 따지는 건 없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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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 (새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울상이 걸린다. 답지않고 초조하고 짜증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연신 마른 세수를 하며 끔찍한 기억을 박박 빨아서 지웠다. 저를 달래주는 손길에 점점 진정은 했지만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그야... 엄청나게 큰 거미였는걸. 클란의 사랑을 먹고 자란 자이언트 거미. 난 거미가 제일 싫어. 징그럽고 또 징그럽고 또또 징그럽고... 징그러운 순간에 잡아먹혀 무어라 대꾸도 못한다. 아니, 상식적으로 옷장 안에 거미를 키우는 사람이 어딨어? 가만 있어봐. 설마. 이 완벽주의자가 숨기고 싶은 악취미라서 모르는 척을 하는 걸지도 몰라. 갑자기 김이 샌다.) ...... (긴장이 풀려 어깨가 축 늘어지면 까만 정장 마이가 팔뚝을 타고 주륵 내려오니 그 안에는 청색 셔츠가 자리잡고 있었다. 몇 겹을 겹쳐입은 건지 이대로 남극으로 여행을 가도 될 판이다.) 됐습니다. 이해해요. 그럴 수도 있죠. 상당히 크던데... 어떻게 그런 취미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거랑 큰 거 중에 골라라고 하면 사람은 늘 큰 걸 고르는 법이니깐요. (진저리를 떨며 네게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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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살아있는 것이 안에 있다면 외부에서 온 걸 겁니다. 저는 살아있는 것을 받는 취미는 없어서. 사정상 외진 곳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만.. (눈매가 가늘어진다. 이런 걸 무서워하면서 온갖 난동을 부리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다니 모순적인, 그야말로 양 면의 색이 다른 종이 갔다고 느끼며 겉옷을 하나씩 벗겨내 제 팔에 걸친다.) 잡아줄 테니 기다리세요. 제 옷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건..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이 사단을 해결하고 보죠. 달링. 절 더 알수록 까무러칠 겁니다. 장담하건대. 그래도 악취미인 프시케를 이해하셔야죠. 당신은 제 에로스니까. ( 입발린 말을 잘도 늘어놓고는 그 거미가 나왔다는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물론.. 입발린 느낌이 난다고는 해도 내뱉은 것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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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미스터 클란. 로맨틱한 대사를 아무데나 쓴다고 다 로맨틱해지는 법은 아닙니다만. (훔쳤던 물건들은 다시 소유주에게로 돌아간다. 단 하나. 제 소매자락에 숨겨진 시계만 빼고. 일단 이건 나만의 선물로 간직해둬야지. 당신은 원체 선물을 주질 않으니 열심히 일을 하는 산타가 스스로 챙겨야하지 않겠어? 정당화는 참 행복한 도구다. 하여튼 지금에선 이게 문제가 아니고, 당신의 살벌한 말이 더 중요한지라 주춤거리며 네 뒤를 따라나선다.) 살아있는 걸 받는 취미도 없고. 외진 곳을 선택했고. 더 알면 까무러친다니. 내 프시케를 교도소로 보낼 준비라도 해야합니까? 설마... 거미를 먹거나 그러진 않죠? 아니면 닥터 한니발이라도 됩니까? 설마. 매드사이언티스트? 저도 분해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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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저는 범죄까진 저지르지 않습니다. 뭘 죽이는 취미도 없고. 무슨 상상을 하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발칙하군요. (별안간 산타가 튀어나온 원흉이 있는 방문 앞에 우뚝 멈추어서 고개를 조금 뒤로 돌리나 싶더니 콧잔등을 꼬집었다 놓는다. 물론 제 시계가 그의 소매 아래로 남았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제가 닥터 한니발이라면 도망갈 예정이신지. 식사를 대접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놀리는 투의 말인지 모를 평이한 어조의 말을 뱉고 나서야 거미가 출몰했다던 옷장 앞에 서 옷 사이를 벌린 뒤 상체를 숙여 그 안을 본다. 시선이 조금 굴러 거미를 찾는 듯하지만 이상하게도 거미라는 것의 행적이 보이지 않아 눈썹이 들린다.) 있는 것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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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콧잔등에 남은 핀잔을 문질러 닦고 당신을 앞에 둔 채로 옷장과 대치한다. 우와. 지금 우리 고스트버스터즈 같은걸? 와중에 재밌는 사족. 네 농담에 다시 재밌진 않아졌지만 거미를 능숙하게 처리해줄 거란 믿음이 강했기에 군말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뒤의 말이 가관이다. 이런 젠장. 농담이지? 망연자실에다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 불현듯 발목이 간지러워 내려다보면 그 범인이 제 종아리를 타고 기어올ㄹ...) 아악!!!!!!!!!!!!!!!!!!!!! (@%#@%×₩!! 알 수 없는 언어들과 함께 뒤로 나뒹굴어진다. 발을 휘저으며 기듯 도망치니 테이블도 넘어지고 물건도 엎어지고 전쟁공습이라도 터진듯.) ㅇ, ㅇ, ㅇ,이.ㅇ,안돼.안돼 잠깐. 이거,이.이거 빨리 떼줘요!!!!! ㅃ, 빨리!!!!!!!!!!!!!!! (거의 눈물 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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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흠... 움직인 모양인데. (애초 멀쩡히 살아있다면 움직이지 않을 리가 없다. 상체를 일으켜 몸을 돌리는 순간 집이 떠나가라 내지르는 비명에 뭔가 싶어 보자면 대충 주먹 크기의 검은 털이 잔뜩인 거미가 그의 다리에 매달린 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본인의 눈에는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189의 남성과 연약한 거미가 엉겨 붙은 형상이지만.. 보통은 이런 것을 꺼려 하는 것이 정상이기는 했다. 능청스럽고 겁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지만 두고 봤다가는 폭풍이라도 쓸고 간 몰골이 될 것이었다. 사색을 마치자면 아주 찰나의 난장판을 지켜본다. 이어 걸음과 함께 제 주머니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 착용하고는 다가서 다리 사이로 자리 잡아 어깨를 누르며 몸을 고정시키고 나서야 허리까지 기어오른 거미를 잡아떼어낸다. 발길질을 맞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진정하시죠. 제 집이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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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자신이 어떻게든 수습하고 싶건만 마음과 달리 몸은 주책맞다. 울음기가 촉촉하게 묻어나는 목소리로 당신을 닦달하고 있자면 거미는 어느새 허벅다리와 골반까지 기어올라왔다. 잠깐, 잠깐만. 거미가 알아들을리도 없을텐데 쉼없이 멈추라고 횡설수설거렸다. 이쯤되면 이제 숨이 넘어가도 납득될 테다. 그때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도움이 제 위로 닿으니 안도감이 밀물처럼 쳐들어오며 가파르던 호흡이 죽어들고 눈물이 찔끔 새어나온다. 스스로도 악을 쓰고 발버둥을 친 게 수치스럽고 창피스러워 보기 드물게 얼굴이 새빨개져 난색을 표했다. 목까지 타오르는 걸로 보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싶은 심정이다.) ... (이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었는데 살면서 저 정도로 큰 거미는 처음 봐서 저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며 위안을 해보아도 부끄러움은 여전히 저 자신을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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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잡은 손의 장갑 끝을 당겨 뒤집어 벗어내려 그 안으로 거미를 둔 채 끝부분을 묶어 말끔하게 정리까지 한다. 계속 눈에 보이게 들고 있자면 까무러치게 놀랄 것 같아서. 그것을 내려두고는 무던한 얼굴로 목까지 시뻘게진 얼굴을 보고 있자면 묘한 생각이 든다. 허벅지를 짚고는 상체를 느릿 숙여 난처한 입술 위로 가벼운 입맞춤을 남긴다. 그를 이런 것으로 놀릴 생각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뜻으로 내포하자면 안심해도 좋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덤으로 제 민망함도 만회할 겸. ) 이런 면이 다 있으셨군요. 여유란 여유는 다 부려놓고. (엉망으로 발버둥 친 탓에 올라간 소매 아래로 제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에 눈썹이 낮게 깔려 시선은 다시 그에게 돌아온다. ) 시계는 선물입니다. 잃어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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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공포의 대상이 제 시야에서 아예 내쫓아지는 데에 뻣뻣하게 굳었던 근육들이 전부 풀려 진이 빠진다. 아수라장 속에서의 어색한 침묵. 상대가 먼저 나서 저를 위로하고 달래주면 입술 위로 따뜻한 감촉이 남아 피부 밑으로 스며든다. 도둑질도 들키고 겁쟁이인 것도 들키니 당신에게 더이상 내세울 것 없이 발가벗겨졌다. 그럼에도 볼품없는 이를 약올릴 모양도 없이 담백하게 구는 네 덕분에 더욱 무안하고 민망해져 널 담은 시야가 일렁거린다. 눈꺼풀이 낮게 깔려 시선을 회피하곤 억지웃음을 자아낸다.) 계획에 없던 겁니다... (괜시리 초조해져 입술을 말아 축이고 힘을 잔뜩 준 눈매를 쳐들어 널 은근히 쏘아본다.) 그리고 장담은 못하겠군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절대불변으로 확신은 못하겠지만 당신은 아니잖아요. (침착하게 말을 잇다 당신을 흉내내듯 네 셔츠깃을 잡아당겨 돌연 입술을 포갠다. 들뜬 숨소리가 번지고 머금은 맥이 뜀박질을 해대니 입맞춤을 짧게 끝낼수밖에 없었다. 더 이어나갔다간 정말 큰일을 치를 것만 같아서. 이어 가벼운 웃음소리. 주름이 패일 만큼 입꼬리를 올려 무안함을 털어낸다.) 스위티가 제 여유를 다 앗아갔잖아요. 절 몽땅 털어먹을 겁니까. 이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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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저는 아니죠. (짧은 답과 함께 입술이 다시 한번, 맞물리자면 정말로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의 정적과 기류에 침묵이 스며들어 그 숨소리와 속 내의 뜀박질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러니까, 저는 버릇처럼 눈을 감아 그의 눈동자는 볼 수 없었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것은 명확했기에. 부즈럽게 맞닿아있던 입술이 달싹여져 떨어지자면 그 시점부터 눈이 뜨인다. 하얀 위로 선명하게 자리 잡은 눈동자가 멀어진다. 그리고 선명하게 걸리는 웃음을 말없이 그저 보고만 있는다. 이상하게도, 그러한 장면 하나하나가 느리게 느껴진다. 이어 무안함을 털어낼 두 번째 장치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나서야 약간의 움직임이 보여 바닥을 짚는다.) 예, 저를 가진다 했으니 반대로 털어먹힐 것도 각오하신 건 아닌지. 그래서.. 빼앗긴 상황이 썩 별로였습니까? (적어도 제 쪽에서는 그것이 아니라 장담했다.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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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그게 아니고... (결국에는 실소가 터진다.) 이 바보같은 사람. 미스터 클란. 전 당신같은 도둑은 전혀 무섭지 않답니다. 어리숙한 데다 숨기지 못하면서 거짓을 회피해도 그게 진실을 드러내는 건 압니까. 이런 면으로는 빙 둘러가는 법을 모르는군요. (구겨진 셔츠자락을 떠나 손끝으로 네 입매를 찬찬히 더듬는다. 그 끝에 다다르면 행위의 마침표를 찍듯 아예 등을 붙이고 눕더니 네 팔목을 잡아당겨 타의로 몸을 포개게 만들었다. 그리고 소악마스러운 미소.) 키스해달란 말이었습니다. 비유가 와닿으시나요? 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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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38 G 전 직설적인 사실이 아닌 것에는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것에 답을 하자면 움직여지는 입술에 손 끝자락이 스쳤고, 무어라 더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몸이 겹쳐져 상체가 맞닿아 눌린다. 가슴팍 아래로 박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러니 얌전히 숨과 시선을 나눈다. 직설적인 요구가 떨어짐에 그제서야 그것을 눈치챈 듯 이런 부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뎠다.) 무드입니까 어리광입니까. (짧은 말을 던진다. 눈꺼풀이 내려가 시야가 암전 되면 그의 양 볼을 넓은 손바닥으로 감싸 고개를 숙인다. 가볍게 물기를 머금은 듯한 입술이 눌리고 그것을 더욱 깊게 삼키도록 고개를 튼다. 입술이 달싹여지면 그것이 문질러져 조금은 오른 숨결이 나 입새 사이로 입술의 굴곡이 오가 그 틈을 완전히 메운다. 머리 위로 열기가 몰려 그 속이 어지러울 만도 했지만 온전히 맞닿은 곳으로 모든 신경이 몰린다. 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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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란 32 D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모든 걸 나눈다. 서로를 열렬하게 원해서 방향을 상실하고 침몰하면서도 끝끝내. 흑과 백이 섞이면 그것은 회색이 되겠지만 색깔의 성질이 물과 기름이라면 말은 달라진다. 경계를 흐리려고 노력해봤자 소용은 없다. 그것이 정의고 규칙이다. 예외는 도태된다. 갈라지고 침전되어 퇴적물에 쌓여 사라질 것이다. 제 품 안에 들어온 당신이 그러했다.) 어느 쪽일 것 같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퀴즈. 우리를 내걸고 하는 무모한 짓에도 기쁠 따름이다. 이 모든 과정이 당신으로 끝난다면. 난 그럼에도 괜찮을 것 같아. 미친 사람같지만 안심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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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sty.pe/rkrqcz -
해리 38 G (입술 사이의 간격은 없다시피한 채 숨소리를 나눈다. 그러면 저는 제 눈을 스스로 가리며 환상을 쫓는다. 그래서는 안된다, 저와는 살아가는 세상이 다른 이다, 지겹도록 되뇌던 것을 뒷전으로 한다는 것은 제게는 말도 안 되는 일에 가까웠다. 드디어 미쳐버린 걸지도 몰랐다. 바로 눈앞의 것을 잡으려 허우적대는 꼴이란. 그럼에도 잡히는 것이 있었다.) 이번은 무드라고 생각하죠. (어리광이든 무엇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눈앞의 이를 끌어안는다. 온전히 느껴지는 체온이 하나로 응어리진다. 그 끝이 어떻든 저는 예언가가 아니니 예상되는 것을 뒤로하자 한다. 무던히 오르기 위해 달려와도 밑바닥으로 달음 박쳐지는 것이 세상이고 그것은 불합리투성이다. 그러니,
그 밤의 약속과도 같이 당신을 붙잡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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